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사이에 ‘훈풍’이 불고 있다. 계기는 8·21 청와대 단독 회동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난 이후 당내 친이계 의원들과도 폭넓게 접촉하는 등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정가에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청와대 회동 내용을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두 사람의 우호적 관계가 언제까지 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쌓인 앙금이 남아 있는 데다, 2012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치열한 정치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8·21 회동 3개월을 맞은 시점에 훈풍이 냉기로 바뀔지도 모르는 변수가 튀어나왔다. 개헌론과 부자 감세 논란이 그것이다.
이 대통령이 선거구제도·행정구역 개편과 더불어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개헌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개헌론에 침묵을 지키고 있고, 친박계 의원들은 아예 친이계가 주도하는 개헌론에 대해 “정략적 음모가 개입된 것 같다”(허태열 의원)고 경계한다. 박 전 대표는 선거구제 개편에도 부정적이다.
온건 성향의 청와대 3기 참모진
부자 감세 정책에 대해선 박 전 대표가 11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입장을 밝혔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은 예정대로 인하해야 한다는 것으로, 부분적인 감세 철회를 주장한 셈이다. 반면 청와대는 감세 기조에 변함이 없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헌 논의와 감세 정책을 둘러싼 의견 차이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다 내년 상반기쯤 차기 대권주자군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친이계와 친박계의 세력싸움이 일어나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짧은 밀월은 파탄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정가에서 많이 나온다.
그러나 희망적인 견해도 있다. 두 사람이 상처가 곪을 때마다 봉합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매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체제의 청와대 3기 참모진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3기 참모진 가운데 상당수가 1, 2기 때와 달리 박 전 대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그들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7월 16일 공식 출범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정진석 정무수석 라인은 불과 한 달여 만에 8·21 청와대 회동을 전격 성사시켰다. 두 사람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건의했고, 이 대통령의 승낙을 받아 박 전 대표와 직접 접촉해 속전속결로 날짜를 잡았다. 서로 간에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 전 대표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임 실장과 정 수석의 진정성과 정치력을 믿었다. 전임인 정정길 대통령실장-박형준 정무수석이 친이계의 이익을 확실하게 대변했다면 임-정 라인은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향이기 때문이다.
임 실장과 정 수석도 전임자들에 비해 박 전 대표에 대해 훨씬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임 실장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 측의 끈질긴 구애를 고사하면서 중립을 지켰다.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고 있을 때 당 대변인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정 수석은 국회의원 시절 정치 현안이 발생하면 본회의장에서 자리가 가까운 박 전 대표에게 다가가 의견을 교환하곤 했다. 그는 사석에서 “다음은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순리 아니냐”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이 박 전 대표에게 따뜻한 시각을 갖게 된 배경을 각자의 정치 입문 동기와 성장과정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두 사람이 태생적으로 박 전 대표와 동질성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관료생활을 접고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장인인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육사 11기로 1980년대 초반 신군부의 실세였던 권 전 대표는 11·12·14·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핵심 멤버였다.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하나회 회원을 총애했고, 권 전 대표도 그 일원이었다. 따라서 권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에게도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으며, 임 실장도 알게 모르게 그런 의식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충돌까지 안 갈 듯
정 수석의 선친은 6선 의원 출신인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이다. 정 전 장관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강원도와 충남도 도지사, 내무부 차관, 여당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정 전 장관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은 관선 도지사 등에 여러 번 발탁하고 나중에는 여당 공천을 줄 정도로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정 수석에게 국회의원 공천을 주고 정치에 입문시킨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박정희 시절의 2인자로, 박 전 대표의 사촌 형부다. 정 수석은 “박 전 대표와는 개인적으로 차 한 잔, 식사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래저래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할 부분이 넓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정무라인의 두 축인 특임장관실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박 전 대표를 보는 시선에는 분명히 온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표와 상극인 이재오 장관이 이끄는 특임장관실은 개헌 공론화 등을 시도하면서 각을 세우는 반면, 정 수석의 청와대 정무팀은 화합 모드를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장관은 취임 후 여·야를 넘나들며 ‘90도 인사’를 하고 다니지만 박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임 실장과 정 수석뿐 아니라 3기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에는 그 전과 비교해 박 전 대표에게 호의적인 인물이 많이 늘었다. 임 실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수석급은 물론이고 비서관, 행정관 등이 대폭 물갈이될 때 박 전 대표에게 적대적인 참모가 상당수 청와대를 떠나고, 그 자리를 온건한 참모들이 채운 데 따른 것이다.
주로 이명박 정부 전반기에 친이계 핵심 인사들의 추천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던 참모들이 박 전 대표를 탐탁잖게 여겼다. 그러다 ‘MB정권 순장 3인방’으로 불리던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전 정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대통령실 전체에 ‘안티 박근혜’ 분위기가 상당 부분 가라앉았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에 세종시 수정 논란 과정 등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공격하고, 이에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이 ‘박근혜 의원’이라 호칭하며 사과를 요구했던 식의 극단적인 충돌은 지금 상황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사실‘순장 3인방’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로 박근혜 후보 진영과 혈전을 치르면서 감정의 골이 깊이 패었지만, 현재의 3기 청와대 참모진은 대부분 당시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악감이 있을 게 없다. 특히 일부 청와대 참모 사이에선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와 관련해 “박 전 대표가 보수세력의 정권 재창출에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모두가 힘을 모아 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우호적 관계가 언제까지 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쌓인 앙금이 남아 있는 데다, 2012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치열한 정치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8·21 회동 3개월을 맞은 시점에 훈풍이 냉기로 바뀔지도 모르는 변수가 튀어나왔다. 개헌론과 부자 감세 논란이 그것이다.
이 대통령이 선거구제도·행정구역 개편과 더불어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개헌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개헌론에 침묵을 지키고 있고, 친박계 의원들은 아예 친이계가 주도하는 개헌론에 대해 “정략적 음모가 개입된 것 같다”(허태열 의원)고 경계한다. 박 전 대표는 선거구제 개편에도 부정적이다.
온건 성향의 청와대 3기 참모진
부자 감세 정책에 대해선 박 전 대표가 11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입장을 밝혔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은 예정대로 인하해야 한다는 것으로, 부분적인 감세 철회를 주장한 셈이다. 반면 청와대는 감세 기조에 변함이 없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헌 논의와 감세 정책을 둘러싼 의견 차이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다 내년 상반기쯤 차기 대권주자군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친이계와 친박계의 세력싸움이 일어나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짧은 밀월은 파탄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정가에서 많이 나온다.
그러나 희망적인 견해도 있다. 두 사람이 상처가 곪을 때마다 봉합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매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체제의 청와대 3기 참모진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3기 참모진 가운데 상당수가 1, 2기 때와 달리 박 전 대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그들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7월 16일 공식 출범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정진석 정무수석 라인은 불과 한 달여 만에 8·21 청와대 회동을 전격 성사시켰다. 두 사람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건의했고, 이 대통령의 승낙을 받아 박 전 대표와 직접 접촉해 속전속결로 날짜를 잡았다. 서로 간에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 전 대표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임 실장과 정 수석의 진정성과 정치력을 믿었다. 전임인 정정길 대통령실장-박형준 정무수석이 친이계의 이익을 확실하게 대변했다면 임-정 라인은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향이기 때문이다.
임 실장과 정 수석도 전임자들에 비해 박 전 대표에 대해 훨씬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임 실장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 측의 끈질긴 구애를 고사하면서 중립을 지켰다.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고 있을 때 당 대변인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정 수석은 국회의원 시절 정치 현안이 발생하면 본회의장에서 자리가 가까운 박 전 대표에게 다가가 의견을 교환하곤 했다. 그는 사석에서 “다음은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순리 아니냐”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이 박 전 대표에게 따뜻한 시각을 갖게 된 배경을 각자의 정치 입문 동기와 성장과정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두 사람이 태생적으로 박 전 대표와 동질성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관료생활을 접고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장인인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육사 11기로 1980년대 초반 신군부의 실세였던 권 전 대표는 11·12·14·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핵심 멤버였다.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하나회 회원을 총애했고, 권 전 대표도 그 일원이었다. 따라서 권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에게도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으며, 임 실장도 알게 모르게 그런 의식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충돌까지 안 갈 듯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이명박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임태희 비서실장(맨 왼쪽)과 정진석 정무수석(가운데).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정무라인의 두 축인 특임장관실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박 전 대표를 보는 시선에는 분명히 온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표와 상극인 이재오 장관이 이끄는 특임장관실은 개헌 공론화 등을 시도하면서 각을 세우는 반면, 정 수석의 청와대 정무팀은 화합 모드를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장관은 취임 후 여·야를 넘나들며 ‘90도 인사’를 하고 다니지만 박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임 실장과 정 수석뿐 아니라 3기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에는 그 전과 비교해 박 전 대표에게 호의적인 인물이 많이 늘었다. 임 실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수석급은 물론이고 비서관, 행정관 등이 대폭 물갈이될 때 박 전 대표에게 적대적인 참모가 상당수 청와대를 떠나고, 그 자리를 온건한 참모들이 채운 데 따른 것이다.
주로 이명박 정부 전반기에 친이계 핵심 인사들의 추천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던 참모들이 박 전 대표를 탐탁잖게 여겼다. 그러다 ‘MB정권 순장 3인방’으로 불리던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전 정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대통령실 전체에 ‘안티 박근혜’ 분위기가 상당 부분 가라앉았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에 세종시 수정 논란 과정 등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공격하고, 이에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이 ‘박근혜 의원’이라 호칭하며 사과를 요구했던 식의 극단적인 충돌은 지금 상황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사실‘순장 3인방’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로 박근혜 후보 진영과 혈전을 치르면서 감정의 골이 깊이 패었지만, 현재의 3기 청와대 참모진은 대부분 당시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악감이 있을 게 없다. 특히 일부 청와대 참모 사이에선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와 관련해 “박 전 대표가 보수세력의 정권 재창출에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모두가 힘을 모아 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