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정부가 물가 관리에 나섰지만, 밀 등 국제 곡물가가 오르니 소용이 없다. 8월 1일 CJ제일제당은 설탕 출고가격을 평균 8.3% 인상했다. 양산빵 업체들도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양산빵 시장 1위 업체인 샤니는 스위트 페스트리, 단팥빵 등 10여 개 제품을 각각 100원, 삼립식품도 크림빵 등 10여 개 제품을 100~200원 올렸다. 이에 대해 제과업체들은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지만 이번에는 인건비, 임대료 등 다른 요인이 있어 올린 것이다. 곡물 시장에서 원가가 오른다고 바로 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며 밀가루 가격 인상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문제는 2010년 여름 밀가루 가격 인상 속도가 2008년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당시와 비견할 만하다는 점. 당시 중국 등 신흥국의 식량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식용·사료용 곡물 수요도 크게 늘었다. 고유가 악재에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 에너지 소비가 늘자 옥수수, 사탕수수 가격도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6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곡물 재고량도 감소했다. 주요 생산국은 자국 재고량 유지를 위해 곡물 수출을 금했고, 수입국은 경쟁적으로 곡물 매입에 나섰다. 결국 일부 국가는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배급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곡물 생산 불확실성” 안팎서 우려 목소리
2010년 밀가루 폭등의 진원지는 러시아다. 세계 3위 밀 수출국 러시아가 40년 만에 찾아온 가뭄과 잇따른 산불로 8월 15일부터 밀 수출을 금지했다. 러시아의 가뭄 소식이 전해지자 7월부터 국제 밀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7월 1일 1t당 184달러에서 8월 5일 289달러로 급등했다가 8월 13일 266달러로 하락했다. 장중 밀 가격이 6일에는 1t당 290달러에서 309달러로 올랐다가 267달러로 요동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졌다.
러시아발 밀가루 가격 인상이 국내에 애그플레이션을 일으킬까? 일단 우리 정부는 느긋한 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8월 17일 “애그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전문가도 “러시아의 수출금지 발표에 시장이 충격을 받아 밀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미국 등의 재고량이 충분해 이미 안정됐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러시아 악재가 충분히 반영돼 9월 물가인상 요인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느긋한 태도와 달리 애그플레이션 우려는 국내외에서 계속 나온다. 한화증권 박종록 애널리스트는 “200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작황이 좋아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러시아 가뭄 등을 계기로 곡물 생산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따라서 애그플레이션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오름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12일 미국 농무부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의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줄어 재고량이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분협회, 사료협회 등에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는 재고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위험 요소는 남아 있다. 남반구 주요 곡창지대인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브라질 등에 라니냐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곡물이 영그는 시기인 12월에 라니냐가 피해를 끼친다면, 식량 생산량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정준석 과장은 “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면서 더운 곳은 더 더워지고, 추운 곳은 더 추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량 위기를 일으킬 기상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있는 것.
식량위기를 노리는 투기세력
메이저 식량회사, 투기자본의 움직임도 애그플레이션 위험 요소다. 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에도 곡물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 곡물 시장으로 모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미 메이저 식량회사와 투기 세력들은 올해 하반기 기후 전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국내 기상전문가는 “곡물은 기후에 따라 가격변동 차가 크다. 정확한 기상정보를 입수해 투기가 성공을 거두면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해외 민간 기상업체들이 메이저 식량회사, 투기자본에 기상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 가격이 인상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과업체 등이 밀가루 가격이 올랐을 때는 “원재료 인상 반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만, 밀가루 가격이 내렸을 때는 “원가 반영 비중이 미미하다”며 인하를 미루거나 인하 폭을 줄이기 때문.
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물가 안정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식량 안보를 위한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다. 한국은 밀 자급률이 0.9%에 불과(상자기사 참조)하고 전체 식량 자립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다. 곡물 수출국은 자국 재고량이 부족하면 언제든 곳간을 걸어 잠근다. 또 밀 한 품목 가격이 올라도 사료, 식품, 유제품 등이 도미노처럼 따라 오르기에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위험성은 이렇게 크지만 대책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미래정책연구실장은 “쌀 중심 정책에서 대체작물을 적극 활용하는 미래를 위한 정책으로 가야 한다. 일본 농협의 ‘젠노 그레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형식에 그치는 대책이 아니라 메이저 식량회사와 투기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2010년 여름 밀가루 가격 인상 속도가 2008년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당시와 비견할 만하다는 점. 당시 중국 등 신흥국의 식량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식용·사료용 곡물 수요도 크게 늘었다. 고유가 악재에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 에너지 소비가 늘자 옥수수, 사탕수수 가격도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6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곡물 재고량도 감소했다. 주요 생산국은 자국 재고량 유지를 위해 곡물 수출을 금했고, 수입국은 경쟁적으로 곡물 매입에 나섰다. 결국 일부 국가는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배급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곡물 생산 불확실성” 안팎서 우려 목소리
2010년 밀가루 폭등의 진원지는 러시아다. 세계 3위 밀 수출국 러시아가 40년 만에 찾아온 가뭄과 잇따른 산불로 8월 15일부터 밀 수출을 금지했다. 러시아의 가뭄 소식이 전해지자 7월부터 국제 밀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7월 1일 1t당 184달러에서 8월 5일 289달러로 급등했다가 8월 13일 266달러로 하락했다. 장중 밀 가격이 6일에는 1t당 290달러에서 309달러로 올랐다가 267달러로 요동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졌다.
러시아발 밀가루 가격 인상이 국내에 애그플레이션을 일으킬까? 일단 우리 정부는 느긋한 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8월 17일 “애그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전문가도 “러시아의 수출금지 발표에 시장이 충격을 받아 밀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미국 등의 재고량이 충분해 이미 안정됐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러시아 악재가 충분히 반영돼 9월 물가인상 요인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느긋한 태도와 달리 애그플레이션 우려는 국내외에서 계속 나온다. 한화증권 박종록 애널리스트는 “200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작황이 좋아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러시아 가뭄 등을 계기로 곡물 생산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따라서 애그플레이션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오름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12일 미국 농무부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의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줄어 재고량이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분협회, 사료협회 등에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는 재고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위험 요소는 남아 있다. 남반구 주요 곡창지대인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브라질 등에 라니냐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곡물이 영그는 시기인 12월에 라니냐가 피해를 끼친다면, 식량 생산량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정준석 과장은 “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면서 더운 곳은 더 더워지고, 추운 곳은 더 추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량 위기를 일으킬 기상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있는 것.
식량위기를 노리는 투기세력
메이저 식량회사, 투기자본의 움직임도 애그플레이션 위험 요소다. 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에도 곡물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 곡물 시장으로 모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미 메이저 식량회사와 투기 세력들은 올해 하반기 기후 전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국내 기상전문가는 “곡물은 기후에 따라 가격변동 차가 크다. 정확한 기상정보를 입수해 투기가 성공을 거두면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해외 민간 기상업체들이 메이저 식량회사, 투기자본에 기상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 가격이 인상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과업체 등이 밀가루 가격이 올랐을 때는 “원재료 인상 반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만, 밀가루 가격이 내렸을 때는 “원가 반영 비중이 미미하다”며 인하를 미루거나 인하 폭을 줄이기 때문.
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물가 안정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식량 안보를 위한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다. 한국은 밀 자급률이 0.9%에 불과(상자기사 참조)하고 전체 식량 자립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다. 곡물 수출국은 자국 재고량이 부족하면 언제든 곳간을 걸어 잠근다. 또 밀 한 품목 가격이 올라도 사료, 식품, 유제품 등이 도미노처럼 따라 오르기에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위험성은 이렇게 크지만 대책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미래정책연구실장은 “쌀 중심 정책에서 대체작물을 적극 활용하는 미래를 위한 정책으로 가야 한다. 일본 농협의 ‘젠노 그레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형식에 그치는 대책이 아니라 메이저 식량회사와 투기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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