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도 안 좋은 빵을 왜 이렇게 많이 먹어?”
어릴 적 빵은 밥보다 못한 음식이었다. “우리 아이 밥 잘 먹어요”라고 자랑하는 어머니는 봤어도 “우리 아이 빵 잘 먹어요” 하는 어머니는 보지 못했다. 밀가루로 만든 빵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기자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자취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어머니는 전화통화 끝마디에 꼭 이 말을 덧붙였다.
“빵으로 대충 때우지 말고, 든든하게 밥 챙겨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그런데 밥보다 든든한 건강빵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라미듀빵’ 제과점을 찾았다. 제과점 주변에는 아기를 안거나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까다롭기 그지없는 한국 어머니들을 만족시킨 빵집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벽에 그려진 그림만 화려할 뿐 정작 제과점 안은 비좁다. 곡물 색깔을 간직한 식빵, 바게트, 캉파뉴 등 기본 빵들만 비좁은 가게를 채웠다. 두 살배기의 빵을 고르던 최유경(40) 씨는 “우리 아이 먹을 음식이니 몸에 좋은지가 첫 번째 기준”이라고 이 빵집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첨가물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 살리고
좁은 매장에 비해 1층 아래에 있는 공장은 넓은 편. 라미듀빵코리아 이용숙 대표는 “개량제, 첨가제 등을 넣지 않고 자연 발효시켜 빵을 만드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곡물 자체의 구수함을 살려 밥처럼 물리지 않는 맛을 낸다”고 말했다. 빵을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는 달랐다. 건강빵은 예전 빵처럼 간식거리가 아니다. 특히 10, 20대를 중심으로 빵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건강빵의 필요성이 커졌다. 밥을 짓는 데 특별한 첨가물이 필요치 않아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고 건강도 해치지 않는 것처럼, 건강빵의 조건도 최대한 첨가물을 줄이고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청소년은 성장발육기에 있어 무얼 먹느냐가 중요하다. 빵을 좋아한다면, 건강한 빵인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빵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곡물, 밀가루 등 재료가 국내산이라는 것이다. ‘김영모과자점’ 김영모 대표는 “한국에서 난 재료로 만든 빵이 ‘웰빙빵’이다. 건강빵이라면 한국인의 체질과 입맛을 고려해 우리 땅에서 난 재료를 써야 한다. 순 쌀가루로 빵을 만들기도 하고 수수, 녹두 등도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에서 나온 재료를 써 온도, 습도 등을 하나하나 따져 교감하듯 발효시킨 건강빵으로 기자가 직접 끼니를 때워보니 정말 든든했다. 일반 빵을 연이어 먹었을 때 나타나던 속쓰림도 없었다.
식사 대용으로 좋은 건강빵은 잡곡바게트, 캉파뉴, 포카치아 등이다. 잡곡바게트는 호밀, 귀리, 기장, 해바라기씨 등 잡곡이 많이 들어가 영양분이 풍부하므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다. ‘종합영양제’ 잡곡으로 만든 만큼 영양분이 필요한 성장기 어린이, 노인에게 좋다.
프랑스 전통빵 캉파뉴는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은 신맛이 나지만 빵 속이 부드러워 먹기 좋다. ‘시골빵’ ‘농부의 빵’이란 애칭을 가질 정도로 프랑스에서 흔히 먹는다. 캉파뉴의 장점은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입맛도 맞추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것. 건포도, 호두, 아몬드, 치즈 등 부재료의 한계가 없다. ‘불에 구운 것’이란 뜻을 가진 포카치아는 이탈리아에서 왔다. 밀가루 반죽에 올리브유, 허브 등을 넣어 굽는 게 일반적이다. 역사가 오래된 빵인 만큼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지역 특색에 따라 다양한 모양, 재료로 만들어 먹는다.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로 즐겨 제공되는 담백한 맛의 빵이기도 하다.
다이어트 빵? 그런 것은 없어요
건강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빵을 만들어 먹는 ‘홈베이킹’족도 늘고 있다. 홈베이킹을 다룬 ‘파란달의 빵타지아’ 저자 정영선 씨는 “빵을 사먹으면 눈에 보이는 재료밖에 짐작할 수 없지만, 직접 만들어 먹으면 하나하나 재료를 고를 수 있다.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라 만들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직접 빵을 만들어 파는 동네 빵집이 사라지고 규격화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들어서는 추세에서 나온 대안일 수 있다. 못 먹는 음식, 피하는 음식을 고려해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주문하면 좋지만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는 모두 소화할 수 없으니 자신들이 직접 만든다는 것.
일반 밀가루에서 벗어나 유기농 밀가루, 쌀가루, 현미가루, 호밀가루, 통밀가루, 밀기울을 쓰거나 설탕 대신 메이플슈거나 파넬라슈거를 이용한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두유를 사용할 수 있고, 아토피가 있다면 달걀이나 우유 대신 두부를 넣어도 된다.
부재료를 적절히 활용하면 맞춤형 건강빵도 만들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한방 재료 구기자, 홍삼으로 식빵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활력을 주고 노화를 막기에 노인이 있는 가정에 추천한다.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씨앗을 이용해 빵을 만들면 씨앗에 함유된 알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여성형 맞춤 건강빵으로 인기가 높은 아마씨빵에는 오메가3 지방과 여성호르몬 리그나, 임산부에 좋은 엽산 등이 풍부하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한 단호박으로 만든 빵이 좋다. 맛이 달콤하고 색깔이 예뻐 아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블랙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빵도 주목을 끈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 암 예방 음식으로도 꼽힌다. 이 밖에 말린 크랜베리, 블루베리, 살구 등 과일과 팥, 완두, 잣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들 궁금해하는 다이어트빵이 있을까? 홈베이킹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다이어트용 빵은 없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 이 세상 어디에도 다이어트빵은 없다. 버터나 기름기를 줄여 만든다고 해도 칼로리가 아예 없는 빵은 없기 때문. 그냥 욕심내지 말고 적당량만 먹거나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거친 질감의 빵을 찾는 게 좋다. 건강빵에만 의존하는 것도 금물. 임경숙 교수는 “건강빵에만 신경을 쓰고 다른 음식은 대충 먹는 사람이 많다. 음식은 조화가 중요한 만큼, 다른 식단에도 관심을 갖고 균형을 맞춰야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릴 적 빵은 밥보다 못한 음식이었다. “우리 아이 밥 잘 먹어요”라고 자랑하는 어머니는 봤어도 “우리 아이 빵 잘 먹어요” 하는 어머니는 보지 못했다. 밀가루로 만든 빵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기자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자취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어머니는 전화통화 끝마디에 꼭 이 말을 덧붙였다.
“빵으로 대충 때우지 말고, 든든하게 밥 챙겨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그런데 밥보다 든든한 건강빵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라미듀빵’ 제과점을 찾았다. 제과점 주변에는 아기를 안거나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까다롭기 그지없는 한국 어머니들을 만족시킨 빵집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벽에 그려진 그림만 화려할 뿐 정작 제과점 안은 비좁다. 곡물 색깔을 간직한 식빵, 바게트, 캉파뉴 등 기본 빵들만 비좁은 가게를 채웠다. 두 살배기의 빵을 고르던 최유경(40) 씨는 “우리 아이 먹을 음식이니 몸에 좋은지가 첫 번째 기준”이라고 이 빵집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첨가물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 살리고
좁은 매장에 비해 1층 아래에 있는 공장은 넓은 편. 라미듀빵코리아 이용숙 대표는 “개량제, 첨가제 등을 넣지 않고 자연 발효시켜 빵을 만드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곡물 자체의 구수함을 살려 밥처럼 물리지 않는 맛을 낸다”고 말했다. 빵을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는 달랐다. 건강빵은 예전 빵처럼 간식거리가 아니다. 특히 10, 20대를 중심으로 빵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건강빵의 필요성이 커졌다. 밥을 짓는 데 특별한 첨가물이 필요치 않아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고 건강도 해치지 않는 것처럼, 건강빵의 조건도 최대한 첨가물을 줄이고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청소년은 성장발육기에 있어 무얼 먹느냐가 중요하다. 빵을 좋아한다면, 건강한 빵인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브포카치아
식사 대용으로 좋은 건강빵은 잡곡바게트, 캉파뉴, 포카치아 등이다. 잡곡바게트는 호밀, 귀리, 기장, 해바라기씨 등 잡곡이 많이 들어가 영양분이 풍부하므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다. ‘종합영양제’ 잡곡으로 만든 만큼 영양분이 필요한 성장기 어린이, 노인에게 좋다.
건포도캉파뉴
다이어트 빵? 그런 것은 없어요
건강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빵을 만들어 먹는 ‘홈베이킹’족도 늘고 있다. 홈베이킹을 다룬 ‘파란달의 빵타지아’ 저자 정영선 씨는 “빵을 사먹으면 눈에 보이는 재료밖에 짐작할 수 없지만, 직접 만들어 먹으면 하나하나 재료를 고를 수 있다.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라 만들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직접 빵을 만들어 파는 동네 빵집이 사라지고 규격화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들어서는 추세에서 나온 대안일 수 있다. 못 먹는 음식, 피하는 음식을 고려해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주문하면 좋지만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는 모두 소화할 수 없으니 자신들이 직접 만든다는 것.
일반 밀가루에서 벗어나 유기농 밀가루, 쌀가루, 현미가루, 호밀가루, 통밀가루, 밀기울을 쓰거나 설탕 대신 메이플슈거나 파넬라슈거를 이용한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두유를 사용할 수 있고, 아토피가 있다면 달걀이나 우유 대신 두부를 넣어도 된다.
집에서 만든 크렌베리 호두빵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한 단호박으로 만든 빵이 좋다. 맛이 달콤하고 색깔이 예뻐 아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블랙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빵도 주목을 끈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 암 예방 음식으로도 꼽힌다. 이 밖에 말린 크랜베리, 블루베리, 살구 등 과일과 팥, 완두, 잣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들 궁금해하는 다이어트빵이 있을까? 홈베이킹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다이어트용 빵은 없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 이 세상 어디에도 다이어트빵은 없다. 버터나 기름기를 줄여 만든다고 해도 칼로리가 아예 없는 빵은 없기 때문. 그냥 욕심내지 말고 적당량만 먹거나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거친 질감의 빵을 찾는 게 좋다. 건강빵에만 의존하는 것도 금물. 임경숙 교수는 “건강빵에만 신경을 쓰고 다른 음식은 대충 먹는 사람이 많다. 음식은 조화가 중요한 만큼, 다른 식단에도 관심을 갖고 균형을 맞춰야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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