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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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천만불짜리 감동 선물하자

여름방학과 클래식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08-09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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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우리 3남매를 1년에 세 번, 어린이날과 여름·겨울 방학에 세종문화회관에 데려갔다. 어린이날에는 아동극, 여름·겨울 방학에는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날만은 원피스를 차려입고 차 뒷자리에 앉아 서로 다투지도 않았다. 처음 베토벤을 만난 날, 악보도 모르면서 듣는 내내 피아노를 치는 척 손가락을 움직였다. 뭔지는 모르지만 따뜻하고 웅장하다는 느낌이었다. 연주회에 다녀온 뒤 한동안은 피아노 학원도 열심히 다니며 베토벤 소나타를 익혔다. 이때의 음악을 음악시간에 책으로 배웠던 어떤 클래식보다 오래 기억한다. 여름방학,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면 클래식 공연 한 편 보는 건 어떨까. 지금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족들에게 알려주고픈 공연이 있다. 바로 대관령국제음악제와 쉽고 재미난 해설이 있는 동아일보 청소년음악회다.

    올해로 7회를 맞는 대관령국제음악제는 7월 23일부터 8월 13일까지 강원도 대관령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다. 독일 뮌헨의 마리헨 광장에서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즉흥곡처럼 이국적인 알펜시아에서 듣는 클래식은 발걸음을 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Create · Recreat’라는 제목답게 브람스, 베토벤 등의 잘 알려진 곡과 국내 초연되는 ‘아크로스틱 문자놀이 : 일곱 개의 동화의 장면’ 같은 생소한 곡을 모두 들을 수 있다. 긴장과 익숙함이 동시에 흘러 절묘하다.

    음악회와 오랜 인연으로 ‘대관령의 얼굴’이란 별칭을 얻은 세계적 첼리스트 알도 파리소를 비롯해 22세의 피아노 요정 리제 드 라 살르의 첫 내한공연도 볼 수 있다. 7월 31일 토요일 바이올리니스트 엘마 올리베이라, 첼리스트 지안 왕, 피아니스트 아담 니만, 그리고 대관령국제음악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콘체르토 C장조, op.56 “트리플”’을 연주했다. 오케스트라의 앙상블 속에 지인 왕의 연주는 베토벤의 번민과 기쁨, 자신감과 상실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낮에는 오션700, 골프장 등 알펜시아 내 스포츠 시설을 즐기고 별이 하나둘 내려앉으면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한다면, 아마 1등 엄마·아빠가 아닐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8월 19일부터 이틀간 쉽고 재미난 해설이 있는 동아일보 청소년음악회가 열린다. 이는 국내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음악콩쿠르 전년도 1위 입상자들이 출연하는 음악회다. 이번 무대에는 지난해 입상자인 조성현(플루트, 독일 하노버음대), 박재우(클라리넷,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수미(소프라노, 서울대 음악대학원)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청소년이 알고 있는 모차르트, 헨델, 브람스뿐 아니라 도니체티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 라이네케의 ‘플루트 협주곡 D장조’,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A장조, S.125’ 등 각 악기의 음색을 잘 표현한 곡도 연주한다. 지휘와 해설을 맡은 한양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여자경 교수는 “각 곡의 탄생 배경과 특징, 감상 주안점을 말해주며 처음 클래식 공연을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기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학숙제로 클래식 공연을 ‘봐야만 하는’ 학생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듣고 배울 수 있다. 길고 긴 방학, 하루 10시간씩 학원 뺑뺑이를 도는 자녀들에게 2시간짜리 클래식 공연 하나 선물하자. 아이들은 수학공식 하나, 영어단어 하나보다 그 순간의 감동을 더 오래 기억할 테니.

    2시간 천만불짜리 감동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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