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주 죽을 맛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가 전면적인 사업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히자 경기도 성남시에서 중소건설사를 운영하는 최모(47) 대표는 현재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최 대표의 말처럼 건설업계는 ‘금리인상, 중동시장 불안정, LH공사 사업재조정’ 등 3대 악재가 겹치면서 휘청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강력한 회복세에 힘입어 6%를 넘어설 것이라 전망되면서 추가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많게는 수조 원까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지급보증을 떠안은 건설사로서는 금리인상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동발(發) 악재도 터졌다. 미국의 이란 제재 법안으로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전에 빨간불이 켜졌고, 최근 리비아와 외교갈등을 빚으면서 92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르는 건설 프로젝트마저 차질이 우려된다. 여기에 LH공사가 발주하는 공사물량이 급감하면서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1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에 시달리는 LH공사는 지난 7월 성남시 구도심 재개발사업 포기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LH공사가 현재 사업시행자인 사업은 모두 414개. 이 중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것이 276개이며, 신규 사업이 138개다. 유형별로 보면 △ 택지·신도시·국민임대지구 248개 △ 도시재생지구 67개 △ 세종시·혁신도시·산업물류지구 49개 △ 보금자리주택지구 43개 △ 기타 7개다. 이미 토지 보상을 시작했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276곳은 사실상 취소가 어렵다고 판단, 시행 시기를 조정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18조 원 부채 … 사업 재조정 검토
반면 아직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138개 사업장 중 보금자리주택 16곳을 제외한 120여 개 사업장은 퇴출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LH공사 관계자는 “전국 414개 사업장에 대한 사업 재조정을 검토 중”이라며 “우리가 결정한다고 해서 결론이 나는 게 아니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쳐 결론이 나오면 이것을 가지고 승인권자인 국토해양부와 광역자치단체 및 해당 지역 주민과 협의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LH공사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윤곽이 드러난다. 사업 재검토 역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 무더기로 중단 및 취소되면 그렇지 않아도 지지부진한 발주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LH공사는 1123건, 14조2000억 원 규모의 2010년 건설공사 발주계획을 마련했지만, 건설공사 입찰을 대거 미루면서 올 상반기까지 아파트와 부지 조성 등 신규 공사에 발주한 금액은 2조6400억여 원에 불과하다. 연초 발주계획 대비 금액으로는 18.6%, 건수로는 21.5% 수준이다.
2분기 발주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연기된 곳은 최근 LH공사가 포기 의사를 밝힌 성남 2단계 주택재개발사업의 신흥2(예상 공사비 6500억 원), 중동1(3867억 원), 금광1(7333억 원) 주택재개발사업 아파트를 포함, 주거환경 개선사업인 인천 간석(1794억 원), 청주 탑동(580억 원) 아파트 건설공사 등이다. 이 밖에도 남양주 별내, 당진 대덕수청, 인천 소래, 오산 세교, 평택 소사벌 등도 입찰 공고가 나오지 않은 채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공사가 아예 백지화되거나 발주물량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H공사의 발주물량 축소가 ‘건설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건설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예측한 국내 공공공사 수주금액은 44조7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LH공사 발주 예정 물량이 31.7%에 달한다. LH공사의 발주물량 축소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건설업계의 큰 일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들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 데다 LH공사가 발주한 공사물량의 수주 비중이 크지 않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LH공사 수주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 주택사업 쪽은 재건축·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등 메이저 건설사들은 LH공사가 발주한 아파트 최저가 공사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최저가로 수주하다 보니 수익성에서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은 낙찰이 가능한 가격에 적극적으로 투찰하기보다 자사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가격을 적어 낸다.
해당 주민들·지자체 줄소송 이어질 듯
직격탄을 맞은 것은 중소 건설사들이다. 이들은 일감 확보 차원에서 LH공사 발주물량에 적극 참여한다. 비록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회사 운영을 위한 물량 확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수주에 나서는 것. H건설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LH공사가 발주하는 공공공사로 겨우 먹고살았다”며 “올해 발주 자체가 없어지면 들어갈 공사입찰이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대형 건설사들이야 LH공사 발주물량의 비중이 적지만 4대강 사업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소건설사들에겐 사실상 유일한 일감”이라며 “앞으로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불 보듯 뻔하다. 대규모 인력 및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 두성규 실장은 “공공주택 공급물량 감소로 인한 주택 부족,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 위축으로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연구실장 역시 “LH공사가 하려던 사업을 포기한다면 침체된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보지만 “이미 시장에 LH공사의 공공사업 재조정에 대한 기대심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토지보상금 규모도 크게 줄어든다. 그동안 LH공사는 사업장 부지 매입을 위해 수조 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을 지불해왔다. 시중에 풀린 토지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대체 토지 매입이나 주거주택 구입 등을 통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윤활유 노릇을 했다.
LH공사는 ‘선(先)자구, 후(後)재정투입’이라는 정부의 방침이 나오기 전부터 몸집을 줄이려고 사옥과 보유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신규 사업 위주로 퇴출을 한다 해도 이미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곳이 많아서 해당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민원 및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LH공사가 사업 재검토라는 극약처방까지 들고 나왔지만, 부채 문제 해결은커녕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를 공황 상태에 빠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가 전면적인 사업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히자 경기도 성남시에서 중소건설사를 운영하는 최모(47) 대표는 현재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최 대표의 말처럼 건설업계는 ‘금리인상, 중동시장 불안정, LH공사 사업재조정’ 등 3대 악재가 겹치면서 휘청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강력한 회복세에 힘입어 6%를 넘어설 것이라 전망되면서 추가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많게는 수조 원까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지급보증을 떠안은 건설사로서는 금리인상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동발(發) 악재도 터졌다. 미국의 이란 제재 법안으로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전에 빨간불이 켜졌고, 최근 리비아와 외교갈등을 빚으면서 92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르는 건설 프로젝트마저 차질이 우려된다. 여기에 LH공사가 발주하는 공사물량이 급감하면서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1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에 시달리는 LH공사는 지난 7월 성남시 구도심 재개발사업 포기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LH공사가 현재 사업시행자인 사업은 모두 414개. 이 중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것이 276개이며, 신규 사업이 138개다. 유형별로 보면 △ 택지·신도시·국민임대지구 248개 △ 도시재생지구 67개 △ 세종시·혁신도시·산업물류지구 49개 △ 보금자리주택지구 43개 △ 기타 7개다. 이미 토지 보상을 시작했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276곳은 사실상 취소가 어렵다고 판단, 시행 시기를 조정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18조 원 부채 … 사업 재조정 검토
반면 아직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138개 사업장 중 보금자리주택 16곳을 제외한 120여 개 사업장은 퇴출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LH공사 관계자는 “전국 414개 사업장에 대한 사업 재조정을 검토 중”이라며 “우리가 결정한다고 해서 결론이 나는 게 아니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쳐 결론이 나오면 이것을 가지고 승인권자인 국토해양부와 광역자치단체 및 해당 지역 주민과 협의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LH공사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윤곽이 드러난다. 사업 재검토 역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 무더기로 중단 및 취소되면 그렇지 않아도 지지부진한 발주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LH공사는 1123건, 14조2000억 원 규모의 2010년 건설공사 발주계획을 마련했지만, 건설공사 입찰을 대거 미루면서 올 상반기까지 아파트와 부지 조성 등 신규 공사에 발주한 금액은 2조6400억여 원에 불과하다. 연초 발주계획 대비 금액으로는 18.6%, 건수로는 21.5% 수준이다.
2분기 발주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연기된 곳은 최근 LH공사가 포기 의사를 밝힌 성남 2단계 주택재개발사업의 신흥2(예상 공사비 6500억 원), 중동1(3867억 원), 금광1(7333억 원) 주택재개발사업 아파트를 포함, 주거환경 개선사업인 인천 간석(1794억 원), 청주 탑동(580억 원) 아파트 건설공사 등이다. 이 밖에도 남양주 별내, 당진 대덕수청, 인천 소래, 오산 세교, 평택 소사벌 등도 입찰 공고가 나오지 않은 채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공사가 아예 백지화되거나 발주물량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H공사의 발주물량 축소가 ‘건설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건설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예측한 국내 공공공사 수주금액은 44조7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LH공사 발주 예정 물량이 31.7%에 달한다. LH공사의 발주물량 축소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건설업계의 큰 일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들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 데다 LH공사가 발주한 공사물량의 수주 비중이 크지 않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LH공사 수주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 주택사업 쪽은 재건축·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등 메이저 건설사들은 LH공사가 발주한 아파트 최저가 공사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최저가로 수주하다 보니 수익성에서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은 낙찰이 가능한 가격에 적극적으로 투찰하기보다 자사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가격을 적어 낸다.
해당 주민들·지자체 줄소송 이어질 듯
직격탄을 맞은 것은 중소 건설사들이다. 이들은 일감 확보 차원에서 LH공사 발주물량에 적극 참여한다. 비록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회사 운영을 위한 물량 확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수주에 나서는 것. H건설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LH공사가 발주하는 공공공사로 겨우 먹고살았다”며 “올해 발주 자체가 없어지면 들어갈 공사입찰이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대형 건설사들이야 LH공사 발주물량의 비중이 적지만 4대강 사업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소건설사들에겐 사실상 유일한 일감”이라며 “앞으로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불 보듯 뻔하다. 대규모 인력 및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 두성규 실장은 “공공주택 공급물량 감소로 인한 주택 부족,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 위축으로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연구실장 역시 “LH공사가 하려던 사업을 포기한다면 침체된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보지만 “이미 시장에 LH공사의 공공사업 재조정에 대한 기대심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토지보상금 규모도 크게 줄어든다. 그동안 LH공사는 사업장 부지 매입을 위해 수조 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을 지불해왔다. 시중에 풀린 토지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대체 토지 매입이나 주거주택 구입 등을 통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윤활유 노릇을 했다.
LH공사는 ‘선(先)자구, 후(後)재정투입’이라는 정부의 방침이 나오기 전부터 몸집을 줄이려고 사옥과 보유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신규 사업 위주로 퇴출을 한다 해도 이미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곳이 많아서 해당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민원 및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LH공사가 사업 재검토라는 극약처방까지 들고 나왔지만, 부채 문제 해결은커녕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를 공황 상태에 빠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