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에게 신종플루 치료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최근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대세인 것도 이 때문이다. 맞춤형 치료를 위해선 병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액 및 조직검사를 통해 병의 원인을 연구하는 병리가 최근 각광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병리과는 그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며 그동안 불만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병리과 수가를 인하하자 병리과 의료진은 정부와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7월 20일 서울대병원 병리과 회의실에서 만난 대한병리학회 서정욱 이사장(사진·서울대 의과대학 병리학과 교수)은 “힘없고 공부밖에 모르는 병리학자들에게 모멸감을 줬다”며 울분을 토했다.
▼ 수가 조정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오래전부터 합리적인 수가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복지부는 2008년 병리조직검사 수가 산정 기준을 재분류했다(기존 5→13개). 하지만 1년 동안 청구 현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예상보다 재정 소요가 증가하자 다시 수가를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추가로 소용된 총 327억6000만 원의 재정 중 자연증가분과 합리적 기준 개선에 의한 재정증가분(155억9000만 원)만 인정하고, 청구 빈도가 증가해 발생한 재정증가분(171억7000만 원)에 대해서는 지난 7월 1일부로 수가를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수가가 일시에 15.6% 인하됐다.”
▼ 결국 건강보험 재정의 문제로 환원된다. 건강보험 재정의 전체 파이가 한정된 상황에서 한쪽의 의료 수가를 올려주면 결국 다른 한쪽을 깎아야 하는 것 아닌가.
“건강보험 재정지출에서 병리학 검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0.55%밖에 안 된다. 산부인과 자연분만 수가를 50% 인상하고 함께 거론됐던 CT, MRI 등의 수가 조정은 후반기로 미루면서 병리과의 수가 인하만 급히 시행키로 한 이번 결정은 가난한 기초의학을 허물어버리는 폭력적인 결정이다.”
병리과 의사들의 반발을 두고 일각에선 “조직검사나 혈액검사는 기계가 다 하는 것 아니냐”며 못마땅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서 이사장은 “임상병리는 철저한 노동집약적 업무”라고 반박한다. 의사가 샘플을 들고 일일이 육안으로 조직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탓에 직접 손으로 만지는 진단 이상으로 평가받는다는 설명이다.
▼ 병리과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결국 의료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일반 국민들도 있다.
“합리적인 수가는 국민건강과 직결된다. 우리는 조직검사로 암에 걸렸는지 유무를 판단한다. 덤핑으로 검사를 하게 되면 부실검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잘못된 진단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 병리학은 흔히 의학의 기초라 불릴 만큼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작업환경과 교육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기피 전공 1순위로 꼽힐 정도다.
“어떤 전공이든 ‘적정 수가, 적정 업무량, 적정 인력’이 보장돼야 정상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병리과는 극심한 인력수급난에 처할 수밖에 없다.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병리과는 이미 기피 전공이 돼 지원하려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있는 사람도 나가려는 실정이다. 인원이 줄면 의사 일인당 업무량이 과중하게 늘어난다.”
▼ 향후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도 가능한가.
“의료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단기간에 수가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객관적인 연구활동으로 임상병리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리는 공동작업을 벌일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의사협회 차원에서 추진 중인 분류체계 작업을 도와 의료행위 재분류 작업에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낼 계획이다.”
하지만 병리과는 그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며 그동안 불만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병리과 수가를 인하하자 병리과 의료진은 정부와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7월 20일 서울대병원 병리과 회의실에서 만난 대한병리학회 서정욱 이사장(사진·서울대 의과대학 병리학과 교수)은 “힘없고 공부밖에 모르는 병리학자들에게 모멸감을 줬다”며 울분을 토했다.
▼ 수가 조정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오래전부터 합리적인 수가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복지부는 2008년 병리조직검사 수가 산정 기준을 재분류했다(기존 5→13개). 하지만 1년 동안 청구 현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예상보다 재정 소요가 증가하자 다시 수가를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추가로 소용된 총 327억6000만 원의 재정 중 자연증가분과 합리적 기준 개선에 의한 재정증가분(155억9000만 원)만 인정하고, 청구 빈도가 증가해 발생한 재정증가분(171억7000만 원)에 대해서는 지난 7월 1일부로 수가를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수가가 일시에 15.6% 인하됐다.”
▼ 결국 건강보험 재정의 문제로 환원된다. 건강보험 재정의 전체 파이가 한정된 상황에서 한쪽의 의료 수가를 올려주면 결국 다른 한쪽을 깎아야 하는 것 아닌가.
“건강보험 재정지출에서 병리학 검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0.55%밖에 안 된다. 산부인과 자연분만 수가를 50% 인상하고 함께 거론됐던 CT, MRI 등의 수가 조정은 후반기로 미루면서 병리과의 수가 인하만 급히 시행키로 한 이번 결정은 가난한 기초의학을 허물어버리는 폭력적인 결정이다.”
병리과 의사들의 반발을 두고 일각에선 “조직검사나 혈액검사는 기계가 다 하는 것 아니냐”며 못마땅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서 이사장은 “임상병리는 철저한 노동집약적 업무”라고 반박한다. 의사가 샘플을 들고 일일이 육안으로 조직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탓에 직접 손으로 만지는 진단 이상으로 평가받는다는 설명이다.
▼ 병리과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결국 의료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일반 국민들도 있다.
“합리적인 수가는 국민건강과 직결된다. 우리는 조직검사로 암에 걸렸는지 유무를 판단한다. 덤핑으로 검사를 하게 되면 부실검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잘못된 진단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 병리학은 흔히 의학의 기초라 불릴 만큼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작업환경과 교육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기피 전공 1순위로 꼽힐 정도다.
“어떤 전공이든 ‘적정 수가, 적정 업무량, 적정 인력’이 보장돼야 정상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병리과는 극심한 인력수급난에 처할 수밖에 없다.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병리과는 이미 기피 전공이 돼 지원하려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있는 사람도 나가려는 실정이다. 인원이 줄면 의사 일인당 업무량이 과중하게 늘어난다.”
▼ 향후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도 가능한가.
“의료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단기간에 수가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객관적인 연구활동으로 임상병리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리는 공동작업을 벌일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의사협회 차원에서 추진 중인 분류체계 작업을 도와 의료행위 재분류 작업에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