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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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무대책…‘돈없는 설움’ 겪을라

어, 어 하다 은퇴 시작 고민과 한숨…국민연금·실비보장보험 가입은 0순위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05-24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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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무대책…‘돈없는 설움’ 겪을라
    ‘58년 개띠’ 박정훈(52) 씨는 20년간 아침마다 입던 양복 대신 폴로셔츠와 바람막이 점퍼를 입는다. 그는 2008년 겨울 모 대기업 영업이사직을 조기 퇴직하고 현재 경기도 구리시에서 골프웨어 점포를 운영한다. 처음 퇴직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봤을 때는 정신적 공황에 빠져 힘들었지만 은퇴 직후부터는 ‘현실’이었다.

    매달 들어오던 500여만 원의 급여가 한순간에 끊기니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40대 중반부터 ‘노후자금을 마련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당시 고등학생, 중학생이던 두 아이 교육비 부담 때문에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퇴직 후 그의 손에 남은 것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4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아 언제 돈이 될지 모르는 경북 상주의 임야 6600여 ㎡가 전부였다. 그나마 아내가 교사로 맞벌이한 덕분에 그는 퇴직금 전체를 투자해 점포를 열 수 있었다. 고정 수입은 이전의 60% 정도.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살리지 못하고, 갑자기 ‘이사님’에서 만년 ‘을’이 된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게만 느껴진다.

    “만약 40대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착실히 은퇴 준비를 할 거예요. 자본도 든든히 마련해놓고 대학시절 전공인 건축학을 살려 공부도 하고요.”

    58년 개띠 절반 노후 준비 0% ‘충격’

    이는 박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에게 헌신하고 자녀에게 ‘올인’하는 마지막 세대인 58년 개띠들은 헐떡이며 인생길을 달려오느라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서울시가 지난 2월 수도권 거주 베이비붐 세대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답변자의 48%가 “노후자금을 전혀 준비하지 않는다”. 한편 삼성생명은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노후자금으로 월 205만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준비한 노후자금은 월평균 154만 원에 불과하고, 특히 24.2%는 월평균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58년 개띠가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한 상황에서 ‘노후 대책 전무(全無)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58년 개띠 노후 대비 키워드는 ‘위험 줄이기’다. 운용 가능한 현금이 많지 않기에 안정적으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그를 위해 가장 서둘러야 하는 최소한의 대비책이 국민연금과 의료실비보장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58년 개띠는 국민연금을 낸 금액보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세대. 국가가 운영하므로 안정성이 있으며 물가 상승을 반영해 연금지급액이 오르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대한민국 사망요인 1위인 암은 “가족 한 명이 암에 걸리면 기둥뿌리가 뽑힌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의료비 손실이 막대하다. 그러므로 다른 건강보험보다 10만~20만 원 비싸더라도 의료비 손실이 보장되는 상품을 가입해두는 것이 좋다. 여기에 비교적 수명이 긴 아내를 위해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신보험도 필수다.

    한꺼번에 받은 퇴직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걱정인 사람은 개인퇴직계좌(IRA)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일시금을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했다가 55세 이후 매달 일정 금액을 수령하는 것으로, 세금이 안 붙어 세제상으로도 유리하다.

    공격적 투자 + 지속적 소득 만들기 필요

    수비가 준비됐다면 공격을 할 차례. 낮은 금리의 예·적금만 믿고 있다가 은퇴 기간 중에 금융자산이 바닥나면 큰일이니 ‘100-나이=주식투자 비중(%)’이라는 ‘100의 법칙’에 따라 주식형 상품 투자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이 좋다. 58년 개띠의 경우 투자형 자산 30%, 안전자산 70%, 기대수익률 5% 중반인 ‘안정추구형 포트폴리오’를 따르는 게 적당하다. 50대에겐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마련해놓은 자산을 안전하게 증식하고 유지하는 게 우선 돼야 한다.

    따라서 70% 정도의 자금은 안정적인 확정금리 상품에 투자한다. 특히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을 이용하면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운용자금의 30% 정도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상품에 과감히 투자하는 게 좋다. 이때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조건부 원금보장형 ELS’는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원금이 보장된다. 안정적인 기초자산으로 설정할 경우 연 15% 전후의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지수 변동이 크면 손실이 크므로 투자할 때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58년 개띠의 최후의 보루인 부동산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들은 주택 수요가 증가하던 30대와 부동산 투자가 확대되던 40대, 두 차례 부동산 가격의 수직상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처음 부동산의 하락을 맛보며 “부동산은 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신화가 깨져 혼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기 목적으로 샀던 집에 실제 거주해 사용가치를 높이는 게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령화함에 따라 소유했던 집을 팔게 돼 결국 부동산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김도현 차장은 “서울 중대형 평수에 거주하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경기도 수원이나 파주 등의 중소형 ‘은퇴 주택’으로 옮겨가면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닥스클럽 봉준호 대표는 “‘베이비붐’은 1974년까지 지속돼 주택수요 증가는 74년생이 50대가 되는 2020년대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므로 집값이 한 번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겁을 먹고 부동산을 급히 처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의견은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 “은퇴를 앞둔 시점에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이용하는 건 위험하다”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퇴직 이후 당장 현금이 없는데 집 한 채만 달랑 있는 경우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제도로 ‘역(逆)모기지론’이 있다. 역모기지론이란 65세 이상 6억 이하의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잡아놓고 사망할 때까지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식으로 받는 장기주택저당 대출이다. 사망하면 집은 정부의 소유가 되는데, 만일 집값만큼 연금으로 다 받지 못하고 사망하면 자녀가 나머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집 한 채를 담보 삼아 사망 시까지 일정액을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이다. 또한 요즘은 “집 한 채라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져 더욱 찾는 사람이 많다.

    골칫덩어리 임금피크제?

    차근차근 노후 준비 vs 청년실업 심화 우려


    노후 무대책…‘돈없는 설움’ 겪을라

    실버타운에 입주한 노인들. ‘58년 개띠’에게도 은퇴 후 생활은 먼 훗날 이야기가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매년 임금을 줄이되 정년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 100인 이상 사업장 8423곳 중 9.2%(774곳)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며, 3.1%는 ‘도입 준비 중’이고 15.0%는 ‘추후 도입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정년퇴직자를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고용연장형이 46.8%로 가장 높았고 정년을 늘리고 정년 이후부터 임금을 깎는 정년고용연장형(34.2%), 정년은 보장하되 정년 전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낮추는 정년보장형(19.2%) 순이었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부는 연금재정 압박을 줄이고, 잠재성장률 감소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사회복지 비용의 갑작스러운 증가를 막을 수 있다. 기업 역시 숙련노동자를 한 번에 방출하면서 겪는 경제적 불이익을 줄이고 신규사원에 대한 교육비를 아낄 수 있다. 아직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근로자는 연금 수금 때까지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대다수 근로자가 “임금피크제는 알아서 떠나라”는 권고로 여긴다. “임금피크제 저변에는 나이가 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전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임금피크제 때문에 노후 준비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열린사이버대 금융보험학과 전기보 교수는 “기계적으로 1, 2년 연장하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시간에 사회에 나와 적극적으로 교육받아 제2의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청년실업자가 8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정년을 채운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에 기대 고용시장에서 나가지 않으면 청년실업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쌓인 노하우와 취미 결합해 창업하기

    퇴직 후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무위고(無爲苦)’, 즉 일이 없어 겪는 어려움이다. 열린사이버대 금융보험학과 전기보(52) 교수는 “은퇴 이후 그간 모아놓은 돈을 어떻게 야금야금 쓸지를 고민할 게 아니라, 적더라도 매달 일정 수입을 만들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58년 개띠인 그 역시 교보생명 상무로 일하다 49세에 퇴직한 후 그간 노하우를 살려 금융자산관리 관련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대박 터뜨릴 생각 말고 지속적인 수입이 보장되면서 기존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창업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30, 40대부터 교육, 시장 조사 등을 하며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가족과 정서적으로는 더욱 가까이 지내되 장성한 자녀들과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retirement)는 말 그대로 끝이 아니라, 남은 인생을 더 잘 달리기 위해 새로운 타이어를 끼우는 전환점이다. 따라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대 통계학과 오종남 교수는 “은퇴를 하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행복은 바라는 것 대비 가진 것이 많을수록 높아지는데, 퇴직 후에는 가진 것이 많지 않으니 바라는 것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말. 은퇴 상담을 많이 하는 김도현 차장도 “은퇴 준비는 자금을 많이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58년 개띠’, 단카이 세대란 누구인가?

    1947~49년生 … 280만 명 정년퇴직에 경제 충격


    노후 무대책…‘돈없는 설움’ 겪을라

    일본 단카이 세대는 은퇴 후에도 활발히 경제활동을 한다.

    지난해 말, 일본 자동차회사의 회계부서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다 퇴직한 장인어른은 1949년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團塊の世代)’다. 단카이 세대는 1차 베이비붐 세대로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인을 말한다. ‘단카이’란 말은 ‘단단한 덩어리(硬い塊)’, 즉 강력한 결집력과 집단성을 상징한다. 단카이 세대는 일벌레란 비아냥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사=나’라는 생각으로 몸 바쳐 일한 세대다.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월급은 수직으로 상승했고, 버블경제 때 달콤한 샴페인을 마셨으나 경기침체 때는 해고나 보직 변경 등 고용불안의 쓴맛을 경험했다. 이들은 한국의 ‘58년 개띠’와 유사한 굴곡을 겪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58년 개띠’보다 4~5년 이른 2007년부터 정년퇴직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2010년 3월까지 약 280만 명의 단카이 세대가 정년퇴직했다. 일본 경제를 지탱해주던 단카이 세대의 급작스러운 부재에 일본 경제는 떨고 있다. 2005년도 ‘제조업 연감’에 따르면 “일본 전산기업의 22%, 제조기업의 31%가 단카이 세대의 퇴직으로 위기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단카이 세대의 대량 퇴직에 따른 업무 공황을 우려한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의 힘을 빌리고 있다. 한 예로 필자의 장인어른 역시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자택에서 계약직 형태로 회사 업무를 계속 하고 있다. 퇴직금으로 상당한 액수를 받았지만, 자식 결혼 등 남은 ‘숙제’와 의료비 대책을 세우려면 일할 수 있을 때 돈을 벌어두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다. 상당수 은퇴 단카이 세대는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형태로 재취업을 하거나 후임자의 기술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정년을 연장한다.

    일본 경제의 부흥을 일궈낸 단카이 세대는 금전적으로 비교적 풍요롭다. 검약과 근면이 몸에 밴 이들은 퇴직금을 제하고도 평균 저축액이 2000만 엔 이상이다. 재단법인 노무행정연구소가 2004년 9월 단카이 세대의 퇴직금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는 평균 2368만 엔, 3000명 이상 대기업 종사자는 평균 2677만 엔을 받았다. 도쿄 지바 현, 사이타마 현 등 베드타운(bed town)의 신축 단독주택이 대략 3000만~4000만 엔이므로, 저축한 돈을 조금 보태면 퇴직과 동시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전형적인 고물가 사회로 은퇴자금도 많이 필요하다. 총무성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고령자 부부 두 명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는 1개월에 27만1298엔이고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36만 엔 정도가 필요하다. 퇴직 후 생이 20~30년 남은 것으로 가정한다면, 최고 1억2960만 엔이 필요한 것.

    이러한 이유로 상당수 단카이 세대가 재취업을 선택한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형태로 다니는 경우도 있고, 다른 회사로 전직하기도 한다. 고령자의 재취업이 제한적인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슈퍼마켓 계산원, 백화점 판매사원, 카페 웨이트리스 등으로 60대 이상 고령자가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일본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인의 인식 자체도 고령자의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근무에 비교적 우호적이며, 이러한 일을 할 사람을 뽑을 때도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법률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저축 세대’인 단카이 세대는 “최근의 금융상품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적립식 상품만 알아온 그들에게 ‘선물옵션’ 같은 최근의 파생금융 상품은 너무 어렵다는 것. 게다가 일본 내 부동산 가치도 계속 하락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설문조사에서 퇴직자의 60% 이상이 “원금 손실을 보지 않는 상품만 원한다”고 했을 정도.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서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면 적립식 상품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는 데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단카이 세대를 위한 금융상품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도쿄=김동운 리포터 doggul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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