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 구도자의 길을 가는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
기타를 가장 슬프게 친다는 게리 무어(Gary Moore)는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그의 대표적인 히트곡 ‘Still got the blues’와 ‘Parisienne walkways’ ‘One day’ ‘Messiah will come again’ 등은 예나 지금이나 FM 라디오의 단골 신청곡이다. 그의 기타가 슬픈 것은 그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벨파스트는 최근까지도 집회와 테러, 무력충돌과 유혈사태로 심심찮게 외신란을 장식하는,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벌어진 현대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다.
1952년 벨파스트에서 태어난 게리 무어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 13세에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16세에 밴드 활동을 위해 더블린으로 간 그는 1970년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했지만 방랑자, 떠돌이 기타리스트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이 밴드 저 밴드를 전전했다. 스키드 로, 콜로세움 투 그리고 U2가 등장하기 전까지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밴드였던 신 리지 등이 그가 거쳐온 그룹이다. 특히 아일랜드의 록 영웅이자 절친한 친구인 필 리뇻과 함께했던 신 리지 시절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게리 무어는 밴드를 떠났고 필 리뇻은 약물중독으로 사망했다. 게리 무어는 켈틱 특유의 서글픈 선율이 뚝뚝 묻어나는 ‘Johnny boy’를 먼저 떠난 친구에게 바치는 것으로 슬픔을 대신했다.
방황하던 그의 종착점은 블루스였다. 1990년 발표해 일본과 한국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 ‘Still Got The Blues’는 블루스를 향한 그의 사랑을 만방에 알린 선언문과도 같았다. 이후 1995년 발표한 베스트 앨범의 제목은 ‘Ballads · Blues’였고 2001년 ‘Back To The Blues’, 2004년 ‘Power Of The Blues’를 냈으니 확실히 블루스 구도자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연주력과는 별개로 그가 한국에서만큼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기타리스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게리 무어와 한국의 특별한 인연을 확인해주는 증거는 또 있다. 1984년에 발표한 노래 ‘Murder in the skies’가 1983년 소련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KAL기 피격사건을 다룬 곡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게리 무어의 공연이 4월 30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다. 데뷔 37년 만의 첫 내한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