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기법으로 만들어진 KB금융 광고. 김연아 선수의 기존 사진에 이승기의 모습을 합성해 둘이 함께 공감하는 듯한 가상의 장면을 절묘하게 만들어냈다.
베니 굿맨의 경쾌한 재즈 음악 ‘싱싱싱(Sing Sing Sing)’. 이 곡은 적어도 한국인들에게는 김연아의 ‘씽씽송’으로 더 익숙하다. 1930~40년대 경제불황기 때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은 베니 굿맨의 연주처럼, 김연아 광고 역시 불황의 2009년 한국을 한껏 희망적으로 끌어올렸다.
2010년에도 스포츠 선수나 스포츠를 소재로 한 광고는 두드러질 전망이다.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6월 남아공월드컵, 11월 중국 광저우의 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국제 스포츠 경기가 스포츠팬을 기다리고 있다. 2월13일부터 3월1일까지 열린 밴쿠버올림픽 기간에는 피겨스케이팅, 스키점프 등 동계 스포츠를 활용한 광고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2010년 스포츠 광고, 그 특징은 무엇일까.
Smile 스포츠 스토리에 울고 웃다!
지난해 8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가대표’의 흥행으로, 스키점프는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동계올림픽 종목으로 부상했다. 이 영화는 5명의 청춘이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실제 선수들의 애달픈 사연이 알려지면서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이들에게 관심이 집중된 것은 물론이다. 이 영향으로 광활한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스포츠 광고 이미지 컷을 다양한 매체에서 볼 수 있다.
이 광고는 역동적이고 시원한 그림은 물론,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즉 대중으로 하여금 미소짓게 하는 ‘구체적인’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한 KB 금융광고 담당인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허웅 소장은 “지난해에는 불황 속에 억눌린 소비자 심리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다르다. 막연한 희망을 보이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무언가를 얘기하고 싶다. 준비 단계이긴 하나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려고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몇몇 스포츠 스타를 현장과 함께 부각했다면, 이젠 스토리텔링의 광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Passion 내 안의 승부욕을 끌어낸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 ssible is nothing)’.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이 광고문구는 단 한 줄로 스포츠 세계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연결해냈다.
스포츠와 광고는 찰나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기록이 기록을 뒤집는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예상을 빗나간 반전과 신기록이 없으면 외면받기 일쑤다. 현재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선수의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 광고도 마찬가지. 야구공이 축구공으로 변하는 위트 있는 반전과 함께,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The winner takes all)’는 스포츠 현장의 노골적인 메시지를 사용해 광고 중이다. 위트와 웃음, 기획력이 없는 스포츠 광고는 새로운 기록이 없는 스포츠와 같다.
SBS 스포츠채널 박남용 PD는 “스포츠에 대해 좀더 진지하고 전문적으로 다룬 광고가 좋다. 단순히 스포츠를 소재로 한 광고는 이제 식상하다. 전문성과 위트의 절묘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pportunity 기회의 땅에서 자신만의 미션을 수행하라
스포츠 세계는 승자독식의 장인 동시에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스포츠 광고의 소재도 이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선수의 이미지를 브랜드 이미지와 전략적으로 연결한다.
2009년 김연아 선수의 광고로 인기를 끈 삼성전자는 올해는 새롭게 ‘제로’ 캠페인을 광고 콘셉트로 정했다. 제로의 불모지에서 시작해, 한 치의 허점도 없는 실패율 제로에 도전하는 선수 이미지를 차용했다. 하우젠 광고에서 김연아 선수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바람을 찾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본드 걸’로 변신했다. 빙판에서와 같은 역동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 안재범 국장은 “김연아 선수는 스포츠와 연예의 경계를 넘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다. 하지만 광고가 선수의 유명세에만 의지해선 안 된다. 브랜드 본질과 잘 매치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 피겨 불모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의 이미지와 바이러스도 없애주고, 전기료 걱정도 없는 제품 광고 개념을 매치했다”고 밝혔다.
Respect 선수 개인의 활약은 곧 ‘우리’의 성공이다
‘본드 걸’로 변신한 김연아 선수가 바람을 찾는 미션을 수행하는 삼성전자 하우젠 광고.
서울예대 광고창작과 오창일 교수는 “우리나라 스포츠 광고는 미국의 ‘슈퍼볼’처럼 스포츠 시즌에 맞춰서 하기보다 장기간 기업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많다. 이때 온 국민이 성원한다는 식의 애국심 카피를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송해룡 교수는 “‘효(孝) 프레임’을 강하게 적용하는 게 우리나라 스포츠 광고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광고는 대개 스포츠 스타 중심이고, 이는 외국도 비슷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스타에게 효자 또는 효녀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며 ‘우리’를 강조한다. 즉 우리 모두가 부모 된 마음으로 스포츠 스타를 바라보게 한다.
Transfer 소재의 이동, 변화를 꾀한다
2010년 스포츠 광고는 스포츠 이미지만 온전히 차용하던 시대와 작별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는 스포츠용품뿐 아니라 화장품, 의류, 식음료 등 각종 CF에서 활약 중이다.
광고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광고포털 애드크림 측은 “국내 광고계는 2002년 한일월드컵, 2007년 김연아, 박태환 선수의 등장 이후로 스포츠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야구, 축구 등 기존에 관심받던 분야에서 수영, 피겨스케이팅, 마라톤, 골프, 역도, 핸드볼, 스키 등으로 소재도 넓어졌다. 게다가 건강, 웰빙 등 생활문화 변화로 등산, 워킹, 댄스 시장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광고 소재의 활용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Sponsor 스포츠 후원으로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스포츠 광고는 무엇보다 기업의 후원과 궤를 같이한다.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를 후원한 기아차는 올해 밴쿠버올림픽의 선전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올림픽 기간에 방송된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 선수의 기업광고와 함께, 기아 유니폼 브랜드 로고가 자연스레 노출되면서 후원 효과를 보고 있다.
송해룡 교수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삼성 애니콜이 후원사로 참여하면서부터 스포츠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업들이 스포츠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홍기획 스포츠 마케팅 김환 부장은 “스포츠 마케팅이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효과적이다. 롯데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야구, 즉 롯데 자이언츠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한다. 이제 기업들은 브랜드 구축을 위해 다양한 스포츠 종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