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9 흥행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 1131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영화 흥행순위 4위에 오른 ‘해운대’. 3. 8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가대표’.
윤 감독은 동남아 쓰나미 참사가 벌어진 2004년 부산에 살면서 ‘쓰나미가 해운대에 몰려오면 어떤 상황이 빚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관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상식적으로 제기될 만한 의문에서부터 영화 소재의 실마리를 풀어간 것. ‘해운대’의 성공은 이처럼 쓰나미에 막연한 궁금증을 갖고 있던 일반 대중의 심리를 교묘히 자극한 데 힘입은 바 크다.
‘해운대’의 흥행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기획과 제작, 개봉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과 악재를 이겨낸 결과라는 점 때문이다. 윤 감독이 2004년 제작을 결심하고 투자처를 찾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4년여. 과연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를 이겨내기까지 그처럼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1. ‘코믹쇼 로미오 & 줄리엣 시즌2’의 주인공 8인, 2. 뮤지컬 ‘그리스’. 3. ‘샤우팅’. 4. ‘클레오파트라’.
2009년 영화 흥행 Top10을 되짚어보면 전체적으로 국내 영화가 강세를 보였다. 10위 내 작품 중 7개가 국내 영화다. 전형적인 비인기 종목으로 단 5명뿐인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애환을 그린 ‘국가대표’를 비롯, ‘7급 공무원’ ‘쌍화점’ 등이 3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추격자’로 충무로 흥행배우의 입지를 다진 김윤석이 주연한 ‘거북이 달린다’도 예상외로 선전해 300만 관객 대열에 합류했다. 제30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마더’ 또한 297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국가대표’ ‘7급 공무원’ 등 국내영화 강세
외화에선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732만명),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449만명),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295만명) 등이 한국 영화 틈바구니 속에서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에서 구체적인 관객 수가 집계되는 영화와 달리, 연극이나 뮤지컬 관객 수는 온라인 티켓 구매 사이트의 예매율 집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화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수시로 쏟아져나오고, 공연 기간도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상영하는 중·소극장의 현장 판매율이 전혀 노출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이유. 문화체육관광부나 사단법인 한국영화협회, 한국뮤지컬협회에도 연극이나 뮤지컬 관객 수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다.
‘주간동아’는 이를 고려해 접속자 수가 많은 ‘티켓링크’ ‘맥스티켓’ ‘클릭서비스’ ‘인터파크’ 등 4대 공연 포털 사이트에 올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예매건수 집계현황을 요청했다. 이에 ‘티켓링크’는 예매건수와 순위, ‘맥스티켓’은 순위만 집계된 자료를 보내왔다. 반면 ‘인터파크’와 ‘클릭서비스’는 ‘대외비’라는 이유를 들어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올 한 해 상영된 연극과 뮤지컬 가운데 관객이 가장 많이 찾은 ‘베스트10’을 꼽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쉬운 대로 ‘티켓링크’ ‘맥스티켓’의 예매건수 집계현황을 참고로 올 한 해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연극 부문에선 ‘코믹쇼 로미오 · 줄리엣 시즌2’(이하 ‘로미오 · 줄리엣…’)가 단연 돋보였다. 실제 동원 관객 수와 차이는 있겠지만, 티켓링크에선 10개월간 예매건수 1위였고 맥스티켓에서도 연극 전체 예매실적 2위에 올랐다.
‘로미오 · 줄리엣…’은 새로운 공연 방식을 시도해 연극계에서도 호평받은 작품이다. 관객이 직접 주인공을 선택하는 것부터 색다르다. 원작의 주인공인 로미오와 줄리엣 역을 맡을 연기자가 각각 4명씩 총 8명이 등장한다. 관객들은 이들 중 로미오와 줄리엣 역의 연기자를 한 명씩 선정하고, 이들이 연극을 풀어나가도록 한다. 관객이 어떤 연기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도 달라진다.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16가지 이야기 중 1가지를 관객들이 선택하는 셈. 더욱이 중·후반부엔 관객들이 2차 투표를 해 다시 2명을 뽑는다. 관객들은 자신이 선택한 배우들이 연기하기 때문에 당연히 연극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 제작사인 애드벤치의 박경훈 대표는 “배우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관객참여형이다 보니 입소문이 많이 났다”며 “관객들이 원작을 우리 현실에 맞게 바꾸면서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10분이라는 시간 안에 많은 얘기를 풀어내야 하다 보니 배우들의 배역 소화력이 높다. 박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 관객들은 연극을 보면서 배우들의 연습 과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첫 공연을 시작한 ‘로미오 · 줄리엣…’은 이례적으로 1년3개월째 연장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1회에 12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하는데, 한 달에 33~35회 공연을 치른다. 지금까지 6만명 넘는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는 얘기. 내년에도 연장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뮤지컬 부문에선 ‘오페라의 유령’ ‘아이러브유’ ‘2009 점프’ ‘그리스’ ‘클레오파트라’ ‘샤우팅’ 등이 사이트 예매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음악의 천재 팬텀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라울 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특히 연일 매진을 기록하면서 고공 순항 중이다. 극중 팬텀이 직접 누리꾼에게 뮤지컬 뒷이야기를 전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관객들을 끌고 있다.
할아버지에서부터 아버지, 어머니, 삼촌 등 범상치 않은 가족과 주변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 ‘2009 점프’는 서울을 비롯, 부산 등 지방 공연에서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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