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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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대입 준비? 이건 아니잖아요!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9-12-17 2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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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병원엔 ‘병원학교’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학교는 장기간 입원해 학교 공부를 할 수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를 교육하는 곳인데요. 주로 자원봉사자들이 교사로 참여하죠. 지인 중 한 분도 이 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좀 색달랐습니다.

    이분에게는 중학생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대학입시를 치를 때쯤에는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아 자기소개서 및 봉사활동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이름이 알려진 큰 병원에서 봉사활동한 경험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모 종합병원의 경우 청소년 봉사활동 지원 경쟁률이 5대 1을 훌쩍 넘기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그 병원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했다면, 아이에게도 봉사활동할 기회가 자동적으로 주어진다는 거죠. 즉 아이의 대입 준비를 어머니는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정보는 ‘동료’ 학부모로부터 들었다고 해요.

    물론 대다수 자원봉사자는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절대 오해하지 마시길). 이분 역시 이 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고 깨달은 바도 커, 아이들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놀란 건 역시나 엄마들의 ‘정보력’이었습니다.

    요즘 대입을 앞둔 학부모들 사이의 최대 화두는 아이의 ‘봉사활동’입니다. 유니세프 등 국제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하네요. 강남 대치동 인근에는 국제기관 봉사활동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고 알선해주는 교육상담기관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정보가 엄마들 사이에서만 오간다는 거죠. 막상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빠 신경 쓸 여유도 없다고 합니다.

    엄마가 대입 준비? 이건 아니잖아요!
    지난 호 커버스토리인 ‘고교쇼핑시대, 베스트高를 쏴라!’를 취재할 때 고교입시를 앞둔 중3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자 해도 “성적, 특성, 적성 등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아니 나한테 얘기 들으면 된다. 아이는 중간고사 공부하느라 바쁘다”라고 말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았습니다.



    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중요시하겠다는 입시제도의 취지는 좋습니다만, 활동의 주체가 학생이 아닌 부모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또 부모가 이런 지원을 해주지 못한다면, 아이는 활동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차라리 부모 도움 없이 ‘달달’ 외우며 공부만 하면 됐던 우리 때가 좋았어!”라는 말이 입가를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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