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길이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을 벗어나고 싶은 이에게 모로코행 비행기 티켓을 건네고 싶다. 모로코행 티켓은 색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장권 같은 것.
모로코를 생각하면 야릇한 민트향이 먼저 떠오른다. 중세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공방들, 지도를 들고 돌아다녀도 결국은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미로, 남자들만 가득 찬 카페테리아까지 어느 것 하나 독특하지 않은 게 없다.
골목에서 길을 잃으면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말을 걸게 된다. 한없이 친절한 모로코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여행자의 말과 손짓, 발짓에 귀를 기울이고 눈빛을 반짝인다. 느릿하지만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시간. 엔도르핀이 절로 솟아난다.
모로코의 대표적인 도시는 수도 라바트를 비롯해 영화의 배경지로 유명한 카사블랑카, 마라케시와 고도(古都) 페즈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모로코의 독특한 모습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마라케시와 페즈를 돌아보자.
세상의 에너지를 품은 제마 엘프나 광장
‘모로코의 진주’라고 불리는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아름다움을 모아놓은 컬렉션 같은 도시다. 여러 예술가와 여행자들은 마라케시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처칠은 마라케시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라고 했다. 비틀스의 존 레논과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도 이곳에 겨울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런 마라케시에서도 제마 엘프나 광장은 큰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광장이라고나 할까, 이슬람 소설 한 편을 읽는 기분이다.
광장 가운데서는 겨우 줄이 붙어 있는 오래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할아버지에서부터 인간 5층 쌓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아크로바틱을 보여주는 청년들, 물장수 아저씨들까지 진풍경이 펼쳐진다. 마호메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옆에는 엇박자로 추임새를 넣는 이도 있다.
뱀장수와 약장수는 기본. 손금을 봐주는 사람, 요염하게 코브라 춤을 추면서 행인을 유혹하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생생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넋을 잃고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의연하게 헤나 문신을 하고 있는 꼬마, 사람들이 오든 말든 신나게 줄을 튕기는 악사까지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대형 퍼포먼스를 하는 것만 같다.
특히 해질녘 광경은 어느 곳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마라케시의 붉은 건물들이 부드러운 석양을 받아 어느 때보다 황홀한 빛을 내뿜기 때문. 오전에 가면 텅 빈 광장을, 오후에 가면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가장 활기찬 시간은 해질 무렵부터 시작되니 시간을 잘 맞춰 가자.
제마 엘프나 광장 다음으로 마라케시에서 특별한 곳은 ‘마조렐 블루’로 치장한 마조렐 공원(Jardin Majorelle)이다. 마조렐 블루는 파란색이지만 다른 파란색들과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색이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면서도 짙은 향수가 깔려 있다고나 할까. 마조렐 블루라는 이름은 화가 마조렐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는데, 마조렐 공원이라는 식물원 역시 그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프랑스인이지만 마라케시를 사랑해 이곳에서 살았던 화가 마조렐은 자신의 집을 세상에서 둘도 없는 식물원으로 꾸미고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집을 식물원으로 개조해 여행자를 맞고 있는 것이다.
마조렐은 백합, 야자수, 재스민, 거기에다 대나무와 바나나 나무, 화려한 부겐빌레아, 코코넛 나무들로 모로코 정통 스타일의 정원을 멋진 작품으로 만들었다. 식물원 건물은 파랗고 노랗게 칠했다. 마조렐이 만들어낸 파란색은 어떤 파란색보다 시원하고, 노란색은 어떤 노란색보다 유쾌하다. 그때부터 모로코 사람들은 마조렐이 칠한 파란색을 ‘마조렐 블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기자기한 노란색은 마조렐 블루와 찰떡궁합이다. 다른 색은 최대한 절제돼 있어 마조렐 블루와 노란색의 조화가 더욱 돋보인다. 절제된 아름다움, 그리고 단순함이 주는 화려함. 이곳이야말로 모로코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싶다.
9000개의 골목을 가진 도시, 페즈
페즈는 우리로 치면 경주 같은 도시다.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 오랫동안 내려오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자존심이 배어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페즈의 장인들은 아직도 직접 손으로 가죽에 물을 들이고 생활용품을 만든다. 그래서 페즈는 모로코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가장 깊이 있게 보여주는 ‘지적인 왕도’로 통한다.
페즈는 ‘오래된 페즈’라는 뜻의 ‘페즈 엘 발리’, ‘새로운 페즈’라는 뜻의 ‘페즈 엘 제이디드’, 그리고 프랑스 치하 때 건설된 신시가지 ‘빌라 누벨’ 등 3구역으로 나뉜다.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곳은 ‘페즈 엘 발리’ 지역. 이곳에 가면 이슬람 양식으로 만들어진 옛 시가지 메디나가 펼쳐져 있다. 세계 최대의 미로라고 알려진 페즈의 메디나는 지금도 중세의 모습 그대로다. 9000개가 넘는 골목이 있을 만큼 미로가 이어지기에 지도도 무용지물. 지도를 들고 있어도 금방 길을 잃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르다. 빵 굽는 아저씨, 공 차는 꼬마들…. 골목을 돌며 만나는 의외의 모습들에 여행은 더욱 즐거워진다.
메디나의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에선가 독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그 냄새를 따라가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죽 염색공장에 닿는다.
페즈의 가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죽 염색법은 7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여전히 비둘기 똥과 소 오줌, 동물의 지방 같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염색을 한다. 양과 소의 가죽을 벗겨서 한동안 보관한 다음, 털을 뽑고 색을 입히는 고전적인 염색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 하얀 탱크에 가죽을 넣어 염색한 뒤 햇빛에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만만치 않은 가죽의 무게, 천연재료가 섞이면서 나는 냄새는 염색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옥상에 올라 염색작업장을 내려다보니, 염료의 냄새도 냄새지만 아래에서 펼쳐지는 색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의 땀 냄새로 마음이 묘해졌다. 가치 있는 것은 역시나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모로코 이야기는 마라케시와 페즈가 끝이 아니다. 거대한 타일로 덮인 이슬람 사원과 코란 신학교, 모로코 스타일을 뽐내는 아름다운 실내 정원 리야드, 세상의 모든 것을 팔고 있을 듯한 시장 수크,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 쿠스쿠스, 베르베르인들이 건넜을 거친 사막. 아직 닿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천일야화의 주인공이 된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매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모로코 여행. 언젠가 내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났을 때, 충천을 위해 모로코를 선택하는 건 어떨까.
모로코를 생각하면 야릇한 민트향이 먼저 떠오른다. 중세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공방들, 지도를 들고 돌아다녀도 결국은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미로, 남자들만 가득 찬 카페테리아까지 어느 것 하나 독특하지 않은 게 없다.
골목에서 길을 잃으면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말을 걸게 된다. 한없이 친절한 모로코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여행자의 말과 손짓, 발짓에 귀를 기울이고 눈빛을 반짝인다. 느릿하지만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시간. 엔도르핀이 절로 솟아난다.
모로코의 대표적인 도시는 수도 라바트를 비롯해 영화의 배경지로 유명한 카사블랑카, 마라케시와 고도(古都) 페즈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모로코의 독특한 모습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마라케시와 페즈를 돌아보자.
세상의 에너지를 품은 제마 엘프나 광장
1 마라케시의 오래된 건물들. 2 제마 엘프나 광장. 3 쿠스쿠스. 4 마조렐 정원.
그런 마라케시에서도 제마 엘프나 광장은 큰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광장이라고나 할까, 이슬람 소설 한 편을 읽는 기분이다.
광장 가운데서는 겨우 줄이 붙어 있는 오래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할아버지에서부터 인간 5층 쌓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아크로바틱을 보여주는 청년들, 물장수 아저씨들까지 진풍경이 펼쳐진다. 마호메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옆에는 엇박자로 추임새를 넣는 이도 있다.
뱀장수와 약장수는 기본. 손금을 봐주는 사람, 요염하게 코브라 춤을 추면서 행인을 유혹하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생생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넋을 잃고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의연하게 헤나 문신을 하고 있는 꼬마, 사람들이 오든 말든 신나게 줄을 튕기는 악사까지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대형 퍼포먼스를 하는 것만 같다.
특히 해질녘 광경은 어느 곳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마라케시의 붉은 건물들이 부드러운 석양을 받아 어느 때보다 황홀한 빛을 내뿜기 때문. 오전에 가면 텅 빈 광장을, 오후에 가면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가장 활기찬 시간은 해질 무렵부터 시작되니 시간을 잘 맞춰 가자.
제마 엘프나 광장 다음으로 마라케시에서 특별한 곳은 ‘마조렐 블루’로 치장한 마조렐 공원(Jardin Majorelle)이다. 마조렐 블루는 파란색이지만 다른 파란색들과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색이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면서도 짙은 향수가 깔려 있다고나 할까. 마조렐 블루라는 이름은 화가 마조렐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는데, 마조렐 공원이라는 식물원 역시 그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프랑스인이지만 마라케시를 사랑해 이곳에서 살았던 화가 마조렐은 자신의 집을 세상에서 둘도 없는 식물원으로 꾸미고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집을 식물원으로 개조해 여행자를 맞고 있는 것이다.
마조렐은 백합, 야자수, 재스민, 거기에다 대나무와 바나나 나무, 화려한 부겐빌레아, 코코넛 나무들로 모로코 정통 스타일의 정원을 멋진 작품으로 만들었다. 식물원 건물은 파랗고 노랗게 칠했다. 마조렐이 만들어낸 파란색은 어떤 파란색보다 시원하고, 노란색은 어떤 노란색보다 유쾌하다. 그때부터 모로코 사람들은 마조렐이 칠한 파란색을 ‘마조렐 블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기자기한 노란색은 마조렐 블루와 찰떡궁합이다. 다른 색은 최대한 절제돼 있어 마조렐 블루와 노란색의 조화가 더욱 돋보인다. 절제된 아름다움, 그리고 단순함이 주는 화려함. 이곳이야말로 모로코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싶다.
9000개의 골목을 가진 도시, 페즈
5 미로로 이어지는 골목길. 6 이슬람 타일. 7 페즈의 염색공장.
페즈는 ‘오래된 페즈’라는 뜻의 ‘페즈 엘 발리’, ‘새로운 페즈’라는 뜻의 ‘페즈 엘 제이디드’, 그리고 프랑스 치하 때 건설된 신시가지 ‘빌라 누벨’ 등 3구역으로 나뉜다.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곳은 ‘페즈 엘 발리’ 지역. 이곳에 가면 이슬람 양식으로 만들어진 옛 시가지 메디나가 펼쳐져 있다. 세계 최대의 미로라고 알려진 페즈의 메디나는 지금도 중세의 모습 그대로다. 9000개가 넘는 골목이 있을 만큼 미로가 이어지기에 지도도 무용지물. 지도를 들고 있어도 금방 길을 잃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르다. 빵 굽는 아저씨, 공 차는 꼬마들…. 골목을 돌며 만나는 의외의 모습들에 여행은 더욱 즐거워진다.
메디나의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에선가 독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그 냄새를 따라가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죽 염색공장에 닿는다.
페즈의 가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죽 염색법은 7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여전히 비둘기 똥과 소 오줌, 동물의 지방 같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염색을 한다. 양과 소의 가죽을 벗겨서 한동안 보관한 다음, 털을 뽑고 색을 입히는 고전적인 염색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 하얀 탱크에 가죽을 넣어 염색한 뒤 햇빛에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만만치 않은 가죽의 무게, 천연재료가 섞이면서 나는 냄새는 염색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옥상에 올라 염색작업장을 내려다보니, 염료의 냄새도 냄새지만 아래에서 펼쳐지는 색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의 땀 냄새로 마음이 묘해졌다. 가치 있는 것은 역시나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모로코 이야기는 마라케시와 페즈가 끝이 아니다. 거대한 타일로 덮인 이슬람 사원과 코란 신학교, 모로코 스타일을 뽐내는 아름다운 실내 정원 리야드, 세상의 모든 것을 팔고 있을 듯한 시장 수크,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 쿠스쿠스, 베르베르인들이 건넜을 거친 사막. 아직 닿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천일야화의 주인공이 된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매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모로코 여행. 언젠가 내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났을 때, 충천을 위해 모로코를 선택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