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tr on Couch, 1996, Oil on Board (위) Frida, 2005, Oil on Board (아래)
작품을 보고 싶은 사람은 호텔 프런트에서 열쇠를 받은 후 828호로 올라가야 했죠. 나폴레옹과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베스 여왕 등을 목탄과 잉크로 그린 손바닥만 한 초상화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은 고작 50여 명에 불과했어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느 오프닝과 달리 매우 조촐했죠. 하지만 그 적은 관객 속에는 미국의 영향력 있는 비평가 로베르타 스미스와 제리 살츠가 있었습니다. 이내 페이튼은 뉴요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 됐습니다.
2008년 미국 뉴욕의 뉴 뮤지엄(New Museum)에서 시작해 영국 런던을 거쳐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순회전시 중인 ‘Live Forever’전은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첫 전시와는 달리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죠.
저는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났는데요.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작품의 크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초상화는 전통적으로 영웅적 인물이거나 화가를 고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대부분 큰 사이즈로 제작되죠. 하지만 페이튼의 작품은 대부분 A4 용지 사이즈를 넘지 않는,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캔버스 위에 그린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눈을 사로잡는 건 패션 화보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유혹적인 색채였습니다. 작은 사이즈와 화려한 색상은 관객들과 작품 속 인물들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최대한 좁혀주죠. 이때 관객들은 작품의 주인공에는 과거의 영웅뿐 아니라 현대 미디어가 만들어낸 ‘유명인’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미술계 영웅인 유진 들라크루아,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와 역사적 인물인 나폴레옹, 앙투아네트가 그룹 ‘니르바나’의 리드싱어였던 커트 코베인이나 그룹 ‘오아시스’의 리암 갤러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죠. 재클린 오아시스와 윌리엄 왕자의 초상은 마치 타블로이드에 실린 파파라치 사진 같은 구도를 보여주는데요.
작가가 대중매체에 실린 사진의 이미지를 자주 차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 초상의 주인공이 하나같이 젊다는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엘리자베스 여왕마저도 현재가 아닌 공주 시절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70여 점의 작품이 걸린 벽은 ‘젊은’ 주인공들의 불안한 내면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염시킵니다.
작가가 매료된 영웅들의 면면을 살펴보다 보면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시대정신을 클로즈업 스냅숏처럼 잡아낼 수 있습니다. 200달러짜리 초상화가로 출발한 그는 작품 ‘존 레논’이 80만 달러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젊음과 명성이 ‘영원히 살아남기를(Live Forever)’ 바라는 전시 타이틀은 이에 대한 지나친 강박증으로 꾸는 불가능한 꿈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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