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경극, 일본에 가부키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판소리라는 문화유산이 있다. 이웃 나라들에서 각종 연극 형식이 만들어질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연이은 전쟁으로 입체적인 연극이 발달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지만 극적인 요소들을 지닌 판소리는 무한한 가능성과 독자성이 있는 전통예술이다. ‘사천가’는 판소리를 참신하게 현대화한 예다. 창극처럼 판소리를 음악극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도 좋지만, 소리꾼이 부채 하나를 들고 일인다역에 해설까지 곁들이며 관객을 신명나게 하는 모습은 판소리 특유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원작은 독일 작가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이다. 배경은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주인공 셴테/슈이타는 순덕/재수로 바뀌었다. 유교, 불교, 기독교의 신들이 인간 세상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며, 착하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찾기 위해 나타난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착한 ‘뚱녀’ 순덕을 발견하고, 거액을 상으로 내린다.
순덕은 그 돈으로 김밥집을 차리지만, 염치없는 사람들이 ‘줄줄이 고구마’로 달려드는 탓에 빚만 늘어간다. 결국 임신까지 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사촌오빠 재수 행세를 하며 악랄하게 돈을 벌어들인다.
이 작품은 판소리의 풍자와 해학의 속성을 잘 드러내면서 원작의 주제도 전달한다. 선량한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회정치적 상황을 풍자할 뿐 아니라, 신들에 대해서도 신랄한 시선을 날린다.
순덕은 신들에게 “착하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묻지만 “무조건 착하게 살아라. 우리는 경제 문제에는 관여 안 해”라는 대책 없는 대답만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신들을 제외한 등장인물은 모두 소리꾼 이자람이 연기한다. 어릴 때 ‘예솔이’로 알려졌던 그녀는 이후 최연소 판소리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자진모리장단, 중모리장단, 타령 등을 상황에 적절히 사용하고, 기존의 판소리를 패러디하며 사건과 정서를 전달한다. 그리고 스승의 창법을 활용해 특색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춘향가’의 인물들을 응용해 “뺑뺑~”거리는 뺑마담과 “변변~” 노래하는 변사장을 등장시킨다.
‘사천의 선인’을 비롯한 브레히트의 연극들은 관객의 정서적 몰입을 깨는 ‘생소화 효과’를 보여준다. 이자람은 등장인물에서 해설자로 변신했다가 다시 이자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관객과 소통한다. 일인다역이라 더 재밌게 다가오는, 그녀의 끼가 돋보이는 공연이다. 9월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문의 708-5001.
그렇지만 극적인 요소들을 지닌 판소리는 무한한 가능성과 독자성이 있는 전통예술이다. ‘사천가’는 판소리를 참신하게 현대화한 예다. 창극처럼 판소리를 음악극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도 좋지만, 소리꾼이 부채 하나를 들고 일인다역에 해설까지 곁들이며 관객을 신명나게 하는 모습은 판소리 특유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원작은 독일 작가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이다. 배경은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주인공 셴테/슈이타는 순덕/재수로 바뀌었다. 유교, 불교, 기독교의 신들이 인간 세상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며, 착하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찾기 위해 나타난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착한 ‘뚱녀’ 순덕을 발견하고, 거액을 상으로 내린다.
순덕은 그 돈으로 김밥집을 차리지만, 염치없는 사람들이 ‘줄줄이 고구마’로 달려드는 탓에 빚만 늘어간다. 결국 임신까지 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사촌오빠 재수 행세를 하며 악랄하게 돈을 벌어들인다.
이 작품은 판소리의 풍자와 해학의 속성을 잘 드러내면서 원작의 주제도 전달한다. 선량한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회정치적 상황을 풍자할 뿐 아니라, 신들에 대해서도 신랄한 시선을 날린다.
순덕은 신들에게 “착하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묻지만 “무조건 착하게 살아라. 우리는 경제 문제에는 관여 안 해”라는 대책 없는 대답만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신들을 제외한 등장인물은 모두 소리꾼 이자람이 연기한다. 어릴 때 ‘예솔이’로 알려졌던 그녀는 이후 최연소 판소리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자진모리장단, 중모리장단, 타령 등을 상황에 적절히 사용하고, 기존의 판소리를 패러디하며 사건과 정서를 전달한다. 그리고 스승의 창법을 활용해 특색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춘향가’의 인물들을 응용해 “뺑뺑~”거리는 뺑마담과 “변변~” 노래하는 변사장을 등장시킨다.
‘사천의 선인’을 비롯한 브레히트의 연극들은 관객의 정서적 몰입을 깨는 ‘생소화 효과’를 보여준다. 이자람은 등장인물에서 해설자로 변신했다가 다시 이자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관객과 소통한다. 일인다역이라 더 재밌게 다가오는, 그녀의 끼가 돋보이는 공연이다. 9월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문의 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