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안채영(35) 씨는 내년이면 첫아이가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라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게 여간 고민스럽지 않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생각에 당장 어떤 초등학교로 보낼지부터 걱정이다. 공립초교를 보내자니 주변 교육환경이 썩 좋지 못한 듯하고, 그렇다고 사립초교를 보내기엔 값비싼 교육비가 부담스럽다. 그러던 중 안씨보다 몇 년 먼저 학부형이 된 친구의 한마디가 귀를 쫑긋하게 했다.
“사립초교가 부담스럽다면, 공립초교처럼 학비 부담은 없으면서 사립초교 못지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립초교에 지원해봐.”
사립초교에 버금가는 교육을 받으면서도 학비가 들지 않는 학교가 과연 존재할지 안씨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사실은 기대 이상이었다.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을 뿐 아니라 그 외에도 다양한 장점이 눈에 띄었다. 아직 입학 시즌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 안씨는 국립초교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자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국립초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을 만나는 등 입학정보를 모으느라 분주하다.
좋은 시설, 우수한 교사진
일반인에게 국립초교를 아느냐고 물으면 열에 네다섯은 “공립, 사립은 들어봤어도 국립은 처음 들었다” “국립이나 공립이나 같은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온다. 초등학교의 종류에는 공립과 사립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학교의 장점을 모두 갖춘 국립도 있다. 국립초교는 서울대 사범대학 부설초교와 서울교육대 부설초교 등 서울지역 2개 학교를 포함해 전국에 모두 17개(36, 41쪽 기사 참조).
수준 높은 교육과 교육비 부담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에 매년 국립초교 입학열풍은 거세다. 유명 사립초교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한다고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국립초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2009학년도 서울교대 부설초교의 경쟁률은 27대 1, 서울사대 부설초교는 22대 1로 사립초교 경쟁률의 2~3배를 훌쩍 넘는다(상자기사 참조).
국립초교의 역사는 구한말부터 시작된다. 국립초교의 맏형 격인 서울사대 부설초교는 1895년 한성사범학교 부속학교로 출발해 1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학교도 많아 대부분의 학교가 70여 년의 역사를 지녔다. 국립초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총괄하며 교육대학과 일부 국립대 사범대학의 부설 형태로 운영된다.
국립초교가 설립된 것은 국가의 교육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기 전, 국가에서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한 실험의 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양성함과 동시에 그들이 실습을 할 수 있는 교육훈련의 장이 필요했던 것. 자연스럽게 초등교육 교사 양성소 근접 거리에 국립초교가 만들어졌다.
국립초교는 여러 장점을 지닌 학교다. 실험연구학교 및 실습학교로 불리는 만큼 국립초교 학생들은 일반 교과과정 외에도 최신 교육기법이 반영된 시범수업을 받을 수 있다. 공립초교에서는 보기 힘든 최신 기자재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수행평가와 학업성취도평가도 국립초교에서 먼저 실시한 뒤 일선 공립초교로 내려보낸다.
서울의 한 국립초교를 졸업한 신영욱(28) 씨는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후반에도 최신 교수법으로 수업받고 시범수업을 하던 기억이 난다”며 “새로운 수업을 받을 때마다 친구들끼리 ‘마루타’가 됐다며 웃었다”고 말했다. 국립초교 수업의 질적 수준 또한 사립초교에 뒤지지 않는다. 그 원동력은 ‘최정예 교사진’으로 표현되는 뛰어난 교사들에 있다.
서울사대 부설초교 전학도 교장은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초등교사 중 학교장 등의 추천을 받아 면접과 테스트로 선발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자질이 우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채용한 뒤에도 사립초교 교사들 못지않게 꾸준한 연구와 자기계발이 이뤄진다. 서울사대 부설초교 김진경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 학습조직과 연구조직이 활성화돼 있다”고 전한다.
‘비슷하면서 또 다른’ 국립과 사립
각론으로 들어가면, 학부모들이 국립초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학교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서울교대 부설초교와 서울사대 부속초교를 비교해봐도 그렇다. 서울교대 부설초교는 계성초교가 강남으로 학교를 옮기기 전까지 사립초교가 없던 강남지역에서 사실상 사립초교 대접을 받아왔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사립초교에서 나타나는 단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일례로 사립초교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사립초교를 나왔어도 중학교는 대부분 집 주위의 공립중학교에 가야 한다는 점이다. 6년 내내 같은 학교를 다니다 같은 중학교에 진학하는 공립초교 출신 학생들에 비해, 사립초교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것. 그러다 보니 외톨이가 돼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주부 안지영(39) 씨는 “어차피 초등학교 졸업 후 다시 집 근처 중학교를 가야 하는데, 아이들이 동네 친구를 사귀고 중학교 생활도 편하게 하려면 차라리 공립초교를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역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국립초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울교대 부설초교는 예외다.
학교 근처의 강남지역 학부모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서울교대 부설초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대청중, 계룡중 등 주변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친구들과의 친분을 이어가기 때문. 그런가 하면 서울사대 부설초교는 전통적인 인성교육으로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랜 역사를 통해 인성을 중시해온 학교 문화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 인사 잘하기, 고운 말 쓰기 등 기본 생활예절교육 강화는 이 학교의 역점사업으로 꼽힌다.
서울사대 부설초교 이미희 교사는 “가시적인 교육성과 못지않게 학생들의 인성과 잠재력을 키워온 전통이 있어 많은 학부모가 선호한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지역의 국립초교들은 각 학교 나름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학부모들은 학교의 특성과 자신의 교육관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게 된다(상자기사 참조).
국립초교의 입학 방법과 교육 프로그램 등은 사립초교와 비슷하다. ‘선지원 후추첨’으로 학교가 자리한 지방자치단체 전 지역이 학군이기 때문에 누구든 지원이 가능하다. 추첨 시기는 11월 초. 서울의 경우 관례적으로 사립초교 일정과 동일하게 진행해왔다. 하지만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선택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국립초교와 사립초교의 추첨일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국립초교와 사립초교를 이중 지원하더라도 추첨은 한 곳에만 응해야 했으나 이제는 국립초교와 사립초교 모두 지원하고 추첨도 각각 응할 수 있다. 사립초교에서 내세우는 장점들은 국립초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립초교도 사립처럼 한 학년이 보통 3~5학급으로 이뤄지며 100명 안팎(학급당 28명 내외)의 소수정예 학생들이 모여 있다.
교과과정은 일반 공립초교와 같지만, 학교장에게 재량권이 많이 부여돼 사립초교에서나 가능한 국악, 관현악, 무용 등 특기적성교육도 질이나 과목 수에서 공립초교를 크게 앞선다. 사립초교처럼 스쿨버스는 없지만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것은 같다. 학교에 대한 국립초교 학생들의 자부심도 사립초교 출신들에 못지않다. 교사를 직접 선발해 채용하기 때문에 남녀교사의 비율도 대체로 균형을 이룬다.
남녀 교사로부터 균형 잡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립초교의 장점을 국립초교도 갖추고 있는 것. 물론 차이점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수업료가 ‘있다’와 ‘없다’의 차이다. 사립초교를 보내려면 입학금 100여 만원에 분기당 수업료 80만~180만원을 내야 한다(19쪽 기사 참조). 하지만 국립초교는 정부가 운영하는 만큼 수업료가 없다. 교복비와 급식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료다. 예외가 있다면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당사자가 부담하는 특기적성교육비 정도다.
국립초교는 이처럼 학비 부담이 전혀 없고 누구나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서울교대 부설초교 고성욱 교감은 “학교가 강남에 있어도 강북 출신 학생들이 전체의 30% 이상”이라고 말했다. 출신 지역뿐 아니라 부모의 직업, 가정형편도 다양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립초교는 이처럼 공립초교와 사립초교의 장점을 두루 갖춘 학교로 각광받고 있지만, 요즘 새로운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지난해 12월4일 전국 17개 국립초교 학부모들은 버스를 대절해 경기도 안양시 경인교대 안양캠퍼스에 모였다. 학부모들은 이날 ‘교육은 아이의 미래’ ‘공립전환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그로부터 2주 뒤, 서울교대 및 서울사대 부설초교 1학년 200여 명은 청와대 앞에서 공립화 반대 편지 전달식을 가졌다.
국립초교 공립화 논란
교과부는 지난해 말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서울대 부설 초·중·고교를 비롯한 전국의 국립대 부설 초·중·고교 43곳을 공립학교로 전환하고 지도 및 감독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는 내용의 ‘국립학교 설치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장 올해 3월부터 전국의 국립 초·중·고교를 공립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 이 방침이 알려지자 전국의 국립 초·중·고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교대 및 서울사대 부설초교 학부모들의 집회와 편지전달식도 그 일환이다. 국립초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국립초교는 공립초교 선생님들 중 최고의 교사들만 데려오는데, 만약 공립화가 되면 하향평준화가 될 수 있다”며 “국립초교의 존재 의의가 분명한데, 무턱대고 없애자는 정부의 일방적인 자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교과부는 전국 43곳의 국립 초·중·고교를 올해 3월부터 공립학교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2010년 이후로 미뤘다. 하지만 논란의 완전한 해결이 아닌 일시적 봉합이기에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초등학교 입학 시즌이 다가오면 학부모들 사이에 “공립초교를 가면 ‘어둠의 자식’, 사립초교를 가면 ‘장군의 아이’, 국립초교를 가면 ‘신의 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그만큼 국립초교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많지만 선발되기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오는 11월에도 자녀를 ‘신의 아이’로 만들려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은 바빠질 것이다.
“사립초교가 부담스럽다면, 공립초교처럼 학비 부담은 없으면서 사립초교 못지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립초교에 지원해봐.”
사립초교에 버금가는 교육을 받으면서도 학비가 들지 않는 학교가 과연 존재할지 안씨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사실은 기대 이상이었다.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을 뿐 아니라 그 외에도 다양한 장점이 눈에 띄었다. 아직 입학 시즌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 안씨는 국립초교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자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국립초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을 만나는 등 입학정보를 모으느라 분주하다.
좋은 시설, 우수한 교사진
일반인에게 국립초교를 아느냐고 물으면 열에 네다섯은 “공립, 사립은 들어봤어도 국립은 처음 들었다” “국립이나 공립이나 같은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온다. 초등학교의 종류에는 공립과 사립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학교의 장점을 모두 갖춘 국립도 있다. 국립초교는 서울대 사범대학 부설초교와 서울교육대 부설초교 등 서울지역 2개 학교를 포함해 전국에 모두 17개(36, 41쪽 기사 참조).
수준 높은 교육과 교육비 부담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에 매년 국립초교 입학열풍은 거세다. 유명 사립초교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한다고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국립초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2009학년도 서울교대 부설초교의 경쟁률은 27대 1, 서울사대 부설초교는 22대 1로 사립초교 경쟁률의 2~3배를 훌쩍 넘는다(상자기사 참조).
국립초교의 역사는 구한말부터 시작된다. 국립초교의 맏형 격인 서울사대 부설초교는 1895년 한성사범학교 부속학교로 출발해 1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학교도 많아 대부분의 학교가 70여 년의 역사를 지녔다. 국립초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총괄하며 교육대학과 일부 국립대 사범대학의 부설 형태로 운영된다.
국립초교가 설립된 것은 국가의 교육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기 전, 국가에서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한 실험의 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양성함과 동시에 그들이 실습을 할 수 있는 교육훈련의 장이 필요했던 것. 자연스럽게 초등교육 교사 양성소 근접 거리에 국립초교가 만들어졌다.
국립초교는 여러 장점을 지닌 학교다. 실험연구학교 및 실습학교로 불리는 만큼 국립초교 학생들은 일반 교과과정 외에도 최신 교육기법이 반영된 시범수업을 받을 수 있다. 공립초교에서는 보기 힘든 최신 기자재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수행평가와 학업성취도평가도 국립초교에서 먼저 실시한 뒤 일선 공립초교로 내려보낸다.
서울의 한 국립초교를 졸업한 신영욱(28) 씨는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후반에도 최신 교수법으로 수업받고 시범수업을 하던 기억이 난다”며 “새로운 수업을 받을 때마다 친구들끼리 ‘마루타’가 됐다며 웃었다”고 말했다. 국립초교 수업의 질적 수준 또한 사립초교에 뒤지지 않는다. 그 원동력은 ‘최정예 교사진’으로 표현되는 뛰어난 교사들에 있다.
서울사대 부설초교 전학도 교장은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초등교사 중 학교장 등의 추천을 받아 면접과 테스트로 선발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자질이 우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채용한 뒤에도 사립초교 교사들 못지않게 꾸준한 연구와 자기계발이 이뤄진다. 서울사대 부설초교 김진경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 학습조직과 연구조직이 활성화돼 있다”고 전한다.
아직까지는 공립보다 국립초교가 시설 면에선 높은 점수를 받는다. 대부분의 국립초교가 미술실, 음악실 같은 특별실, 강당, 실내수영장 등 우수한 교육시설을 갖췄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학부모들이 국립초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학교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서울교대 부설초교와 서울사대 부속초교를 비교해봐도 그렇다. 서울교대 부설초교는 계성초교가 강남으로 학교를 옮기기 전까지 사립초교가 없던 강남지역에서 사실상 사립초교 대접을 받아왔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사립초교에서 나타나는 단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일례로 사립초교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사립초교를 나왔어도 중학교는 대부분 집 주위의 공립중학교에 가야 한다는 점이다. 6년 내내 같은 학교를 다니다 같은 중학교에 진학하는 공립초교 출신 학생들에 비해, 사립초교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것. 그러다 보니 외톨이가 돼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주부 안지영(39) 씨는 “어차피 초등학교 졸업 후 다시 집 근처 중학교를 가야 하는데, 아이들이 동네 친구를 사귀고 중학교 생활도 편하게 하려면 차라리 공립초교를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역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국립초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울교대 부설초교는 예외다.
학교 근처의 강남지역 학부모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서울교대 부설초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대청중, 계룡중 등 주변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친구들과의 친분을 이어가기 때문. 그런가 하면 서울사대 부설초교는 전통적인 인성교육으로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랜 역사를 통해 인성을 중시해온 학교 문화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 인사 잘하기, 고운 말 쓰기 등 기본 생활예절교육 강화는 이 학교의 역점사업으로 꼽힌다.
서울사대 부설초교 이미희 교사는 “가시적인 교육성과 못지않게 학생들의 인성과 잠재력을 키워온 전통이 있어 많은 학부모가 선호한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지역의 국립초교들은 각 학교 나름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학부모들은 학교의 특성과 자신의 교육관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게 된다(상자기사 참조).
국립초교의 입학 방법과 교육 프로그램 등은 사립초교와 비슷하다. ‘선지원 후추첨’으로 학교가 자리한 지방자치단체 전 지역이 학군이기 때문에 누구든 지원이 가능하다. 추첨 시기는 11월 초. 서울의 경우 관례적으로 사립초교 일정과 동일하게 진행해왔다. 하지만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선택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국립초교와 사립초교의 추첨일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국립초교와 사립초교를 이중 지원하더라도 추첨은 한 곳에만 응해야 했으나 이제는 국립초교와 사립초교 모두 지원하고 추첨도 각각 응할 수 있다. 사립초교에서 내세우는 장점들은 국립초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립초교도 사립처럼 한 학년이 보통 3~5학급으로 이뤄지며 100명 안팎(학급당 28명 내외)의 소수정예 학생들이 모여 있다.
교과과정은 일반 공립초교와 같지만, 학교장에게 재량권이 많이 부여돼 사립초교에서나 가능한 국악, 관현악, 무용 등 특기적성교육도 질이나 과목 수에서 공립초교를 크게 앞선다. 사립초교처럼 스쿨버스는 없지만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 것은 같다. 학교에 대한 국립초교 학생들의 자부심도 사립초교 출신들에 못지않다. 교사를 직접 선발해 채용하기 때문에 남녀교사의 비율도 대체로 균형을 이룬다.
남녀 교사로부터 균형 잡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립초교의 장점을 국립초교도 갖추고 있는 것. 물론 차이점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수업료가 ‘있다’와 ‘없다’의 차이다. 사립초교를 보내려면 입학금 100여 만원에 분기당 수업료 80만~180만원을 내야 한다(19쪽 기사 참조). 하지만 국립초교는 정부가 운영하는 만큼 수업료가 없다. 교복비와 급식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료다. 예외가 있다면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당사자가 부담하는 특기적성교육비 정도다.
국립초교는 이처럼 학비 부담이 전혀 없고 누구나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서울교대 부설초교 고성욱 교감은 “학교가 강남에 있어도 강북 출신 학생들이 전체의 30% 이상”이라고 말했다. 출신 지역뿐 아니라 부모의 직업, 가정형편도 다양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립초교는 이처럼 공립초교와 사립초교의 장점을 두루 갖춘 학교로 각광받고 있지만, 요즘 새로운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지난해 12월4일 전국 17개 국립초교 학부모들은 버스를 대절해 경기도 안양시 경인교대 안양캠퍼스에 모였다. 학부모들은 이날 ‘교육은 아이의 미래’ ‘공립전환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그로부터 2주 뒤, 서울교대 및 서울사대 부설초교 1학년 200여 명은 청와대 앞에서 공립화 반대 편지 전달식을 가졌다.
국립초교 공립화 논란
교과부는 지난해 말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서울대 부설 초·중·고교를 비롯한 전국의 국립대 부설 초·중·고교 43곳을 공립학교로 전환하고 지도 및 감독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는 내용의 ‘국립학교 설치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장 올해 3월부터 전국의 국립 초·중·고교를 공립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 이 방침이 알려지자 전국의 국립 초·중·고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교대 및 서울사대 부설초교 학부모들의 집회와 편지전달식도 그 일환이다. 국립초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국립초교는 공립초교 선생님들 중 최고의 교사들만 데려오는데, 만약 공립화가 되면 하향평준화가 될 수 있다”며 “국립초교의 존재 의의가 분명한데, 무턱대고 없애자는 정부의 일방적인 자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교과부는 전국 43곳의 국립 초·중·고교를 올해 3월부터 공립학교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2010년 이후로 미뤘다. 하지만 논란의 완전한 해결이 아닌 일시적 봉합이기에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초등학교 입학 시즌이 다가오면 학부모들 사이에 “공립초교를 가면 ‘어둠의 자식’, 사립초교를 가면 ‘장군의 아이’, 국립초교를 가면 ‘신의 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그만큼 국립초교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많지만 선발되기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오는 11월에도 자녀를 ‘신의 아이’로 만들려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은 바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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