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식당과 인터넷이, 그리고 사람들의 입술이 ‘에지(edge)’라는 새로운(?) 단어를 되뇌느라 분주하다. 화제의 드라마 ‘스타일’의 주인공이자 패션지 편집장, 박기자(김혜수 분)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바로 ‘에지’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금 한창 준비 중인 광고 기획의 스타일링 룩에도 아니나 다를까 ‘에지 룩’에 대한 언급이 등장했다.
‘아! 그렇다면 드라마 속 박기자의 룩을 재현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짜증이 앞서는 것은 나 역시 패션지 에디터 출신이기 때문일까. 다행히도 현명한 광고주는 벌써 좀 지겨워진 ‘에지 룩’이 아닌 ‘트렌디 룩’을 주문했고, 덕분에 거품 가득한 ‘에지 룩’의 유행을 거만하게 외면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에지’라는 단어가 반갑지 않은 것은, 일반인에게는 새롭고 신기하고 그래서 이슈가 되는 이 단어가 패션계 ‘패션 피플’ 사이에서는 한물간 구닥다리 용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에디터 시절, 편집장들도 필자를 향해 비정하게 외쳐댔다. “이 사진, 에지가 없네? 다음엔 에지 있게 찍어라!”….
그들이 말한 ‘에지가 없다’의 정의는 ‘힘’ ‘에너지’ ‘카리스마’ ‘열정’ ‘특징’ ‘개성’ 등이 빠진 ‘뭔가 흐릿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지적을 들었을 때의 심정이란! 드높던 에디터의 자존심은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하얗게 자취를 감춰버리며 패닉 상태를 경험하곤 했다. 그만큼 ‘에지가 없다’는 말은 에디터에게 날리는 치욕의 강펀치였다.
그렇다면 그 반대 표현, 즉 ‘에지가 있다’는 말은 극찬일까.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패션 피플’ 사이에 ‘에지가 있다’는 그저 ‘기본은 했네’ ‘괜찮네’의 뉘앙스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에지’라는 단어의 태생이 우리말이 아닌 영어인 탓에, 이러한 뉘앙스가 보편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변용된 것이다.
‘에지’, 영원히 불완전한 이름이여!
사전적으로 영어 단어 ‘edge’의 의미는 첫째, 가장자리, 모, 끝, 가, 모서리, 변두리라는 의미요, 둘째, ‘날카로움’이고 셋째로는 격렬함이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의미까지 찾아보더라도 드라마 속 박기자가 즐겨 쓰는 의미의 ‘개성이 있다’ ‘특징 있다’는 의미는 표기돼 있지 않다. 사전적 정의를 한 번 더 변주해, 새로운 의미로 사용된 표현이 ‘패션 피플’들의 입을 거친 뒤 드라마를 통해 대중의 언어로 재탄생한 셈이다.
우리가 사용하게 된 새로운 단어 ‘에지’는 ‘cutting edge’의 의미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말, 글의 신랄함과 날카로움, 기술적 최첨단 등을 의미하는 이 어구가 ‘뭔가 색다르고, 최첨단적이고, 독창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는 ‘에지’라는 한 단어로 함축된 것이다.
‘winning edge’의 의미도 포함한다. 능력, 학력, 기술, 명예, 학벌, 외모 등이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한 사람을 승리로 이끄는 차별화된 강점, 이러한 요소들을 뜻하는 이 어구의 의미 역시 한 단어 ‘에지’ 속에 스며들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드라마 ‘스타일’ 속 박기자의 패션 스타일을 ‘에지 룩’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패션계의 중심에서 ‘에지’를 그보다 앞서 경험한 패션 피플들은 박기자의 스타일을 ‘에지 룩’이라고 부르기를 꺼린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해외의 유명 브랜드로 치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에지 룩’이라면 부유한 청담동 사모님들은 모두 ‘에지 룩’의 원조이자 대선배가 된다는 게 일부 패션계의 평가이기도 하다.
사실 옷 못 입는다고 소문난, 또 원작인 소설 ‘스타일’과 달리 주인공의 역할마저 박기자에게 빼앗겼다는 굴욕에 시달리는 이서정의 룩이 현실을 잘 반영한다. 계속되는 야근, 촬영과 원고 작성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제아무리 부지런한 에디터라도 박기자처럼 드라마 2회에 담긴 하루 이틀간의 일상에서 20여 벌의 의상을 갈아입을 만큼 여유로운 일상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할 때는 서정처럼 편안하고 캐주얼한 옷을 입고, 파티나 행사 때는 다소 화려한 의상을 뽐내고, 비즈니스 미팅에는 절제된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더 에지 있고 시크하다고 여긴다. 특히 강렬한 무늬가 새겨진 롱 드레스에 날카로운 킬힐을 신고 스카프 자락을 치렁치렁 날리며 선글라스를 헤어밴드로 사용한 박기자의 바닷가 신에서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에지 있음’을 목숨처럼 여기는 그가 입기엔 너무도 비현실적인 ‘오버 룩’이 아니던가 말이다. ‘에지 룩’에 당한 배신감에 카페마다 사무실마다 모여 핏대를 세우던 패션 피플들이 과감히 채널을 돌려버리기 전, 서정의 스타일에 서서히 변화가 불고 있는 듯하니 그를 통해 진정한 ‘에지 룩’을 감상할 수 있길 바란다.
또 스타일 속 박기자의 말 “커피 심부름부터 섭외, 취재, 원고 전부 에지 있게 해!” 역시 잊어버리는 게 낫겠다. 날카롭게 각을 세운 사람보다는 둥글고 실하게 안을 채우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결국 더 대우받고 인정받는 게 세상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리’가 패션계라고 예외일 리 없다.
‘에지 룩’의 기본은 자신감
그래도 ‘에지’의 중심에 서고 싶다면 마법 같은 해결책이 있다. 박기자가, 또 그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 김혜수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듣는 첫 번째 이유는 당당한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사람과 옷을 가장 빛내주는 보석이다. 스스로를 ‘에지 있다’고 느끼는 순간 긍정의 에너지가 온몸을 감싸 안는다.
또 머리에서 발끝까지 힘을 줘 과하게 치장하는 오류를 피해야 한다. 적절한 곳에 힘을 더하고 빼는 것이 ‘에지’를 만드는 지혜다. 이 원칙은 컬러를 섞고 브랜드를 고르고 스타일을 믹스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키고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스타일 원칙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시간, 장소, 상황을 뜻하는 T.P.O.(Time, Place, Occasion)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주어진 상황이 그날의 패션 코드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제 거울 앞에 섰다면 ‘에지’ 있게 눈을 치켜뜨고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진정한 ‘에지 룩’을 마음껏 즐겨보자. ‘에지 룩’에 필요한 것이 비싼 명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에지 룩’을 즐길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면 드라마 속 박기자의 룩을 재현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짜증이 앞서는 것은 나 역시 패션지 에디터 출신이기 때문일까. 다행히도 현명한 광고주는 벌써 좀 지겨워진 ‘에지 룩’이 아닌 ‘트렌디 룩’을 주문했고, 덕분에 거품 가득한 ‘에지 룩’의 유행을 거만하게 외면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에지’라는 단어가 반갑지 않은 것은, 일반인에게는 새롭고 신기하고 그래서 이슈가 되는 이 단어가 패션계 ‘패션 피플’ 사이에서는 한물간 구닥다리 용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에디터 시절, 편집장들도 필자를 향해 비정하게 외쳐댔다. “이 사진, 에지가 없네? 다음엔 에지 있게 찍어라!”….
그들이 말한 ‘에지가 없다’의 정의는 ‘힘’ ‘에너지’ ‘카리스마’ ‘열정’ ‘특징’ ‘개성’ 등이 빠진 ‘뭔가 흐릿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지적을 들었을 때의 심정이란! 드높던 에디터의 자존심은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하얗게 자취를 감춰버리며 패닉 상태를 경험하곤 했다. 그만큼 ‘에지가 없다’는 말은 에디터에게 날리는 치욕의 강펀치였다.
그렇다면 그 반대 표현, 즉 ‘에지가 있다’는 말은 극찬일까.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패션 피플’ 사이에 ‘에지가 있다’는 그저 ‘기본은 했네’ ‘괜찮네’의 뉘앙스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에지’라는 단어의 태생이 우리말이 아닌 영어인 탓에, 이러한 뉘앙스가 보편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변용된 것이다.
‘에지’, 영원히 불완전한 이름이여!
사전적으로 영어 단어 ‘edge’의 의미는 첫째, 가장자리, 모, 끝, 가, 모서리, 변두리라는 의미요, 둘째, ‘날카로움’이고 셋째로는 격렬함이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의미까지 찾아보더라도 드라마 속 박기자가 즐겨 쓰는 의미의 ‘개성이 있다’ ‘특징 있다’는 의미는 표기돼 있지 않다. 사전적 정의를 한 번 더 변주해, 새로운 의미로 사용된 표현이 ‘패션 피플’들의 입을 거친 뒤 드라마를 통해 대중의 언어로 재탄생한 셈이다.
우리가 사용하게 된 새로운 단어 ‘에지’는 ‘cutting edge’의 의미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말, 글의 신랄함과 날카로움, 기술적 최첨단 등을 의미하는 이 어구가 ‘뭔가 색다르고, 최첨단적이고, 독창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는 ‘에지’라는 한 단어로 함축된 것이다.
‘winning edge’의 의미도 포함한다. 능력, 학력, 기술, 명예, 학벌, 외모 등이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한 사람을 승리로 이끄는 차별화된 강점, 이러한 요소들을 뜻하는 이 어구의 의미 역시 한 단어 ‘에지’ 속에 스며들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드라마 ‘스타일’ 속 박기자의 패션 스타일을 ‘에지 룩’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패션계의 중심에서 ‘에지’를 그보다 앞서 경험한 패션 피플들은 박기자의 스타일을 ‘에지 룩’이라고 부르기를 꺼린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해외의 유명 브랜드로 치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에지 룩’이라면 부유한 청담동 사모님들은 모두 ‘에지 룩’의 원조이자 대선배가 된다는 게 일부 패션계의 평가이기도 하다.
사실 옷 못 입는다고 소문난, 또 원작인 소설 ‘스타일’과 달리 주인공의 역할마저 박기자에게 빼앗겼다는 굴욕에 시달리는 이서정의 룩이 현실을 잘 반영한다. 계속되는 야근, 촬영과 원고 작성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제아무리 부지런한 에디터라도 박기자처럼 드라마 2회에 담긴 하루 이틀간의 일상에서 20여 벌의 의상을 갈아입을 만큼 여유로운 일상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할 때는 서정처럼 편안하고 캐주얼한 옷을 입고, 파티나 행사 때는 다소 화려한 의상을 뽐내고, 비즈니스 미팅에는 절제된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더 에지 있고 시크하다고 여긴다. 특히 강렬한 무늬가 새겨진 롱 드레스에 날카로운 킬힐을 신고 스카프 자락을 치렁치렁 날리며 선글라스를 헤어밴드로 사용한 박기자의 바닷가 신에서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에지 있음’을 목숨처럼 여기는 그가 입기엔 너무도 비현실적인 ‘오버 룩’이 아니던가 말이다. ‘에지 룩’에 당한 배신감에 카페마다 사무실마다 모여 핏대를 세우던 패션 피플들이 과감히 채널을 돌려버리기 전, 서정의 스타일에 서서히 변화가 불고 있는 듯하니 그를 통해 진정한 ‘에지 룩’을 감상할 수 있길 바란다.
또 스타일 속 박기자의 말 “커피 심부름부터 섭외, 취재, 원고 전부 에지 있게 해!” 역시 잊어버리는 게 낫겠다. 날카롭게 각을 세운 사람보다는 둥글고 실하게 안을 채우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결국 더 대우받고 인정받는 게 세상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리’가 패션계라고 예외일 리 없다.
‘에지 룩’의 기본은 자신감
그래도 ‘에지’의 중심에 서고 싶다면 마법 같은 해결책이 있다. 박기자가, 또 그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 김혜수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듣는 첫 번째 이유는 당당한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사람과 옷을 가장 빛내주는 보석이다. 스스로를 ‘에지 있다’고 느끼는 순간 긍정의 에너지가 온몸을 감싸 안는다.
또 머리에서 발끝까지 힘을 줘 과하게 치장하는 오류를 피해야 한다. 적절한 곳에 힘을 더하고 빼는 것이 ‘에지’를 만드는 지혜다. 이 원칙은 컬러를 섞고 브랜드를 고르고 스타일을 믹스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키고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스타일 원칙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시간, 장소, 상황을 뜻하는 T.P.O.(Time, Place, Occasion)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주어진 상황이 그날의 패션 코드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제 거울 앞에 섰다면 ‘에지’ 있게 눈을 치켜뜨고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진정한 ‘에지 룩’을 마음껏 즐겨보자. ‘에지 룩’에 필요한 것이 비싼 명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에지 룩’을 즐길 최적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