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잔칫날에나 먹어볼 수 있는 국수는 백년해로의 상징이었다.
더욱이 광복 후에는 미군과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13이 불길한 숫자라는 인식까지 생겨나 우리나라 건물에는 4층과 13층이 없는 경우가 많다. 미신의 국제적 종합판이 만들어진 셈이다.
생선구이나 조림의 생선을 뒤집어 먹으면 재수가 없다는 믿음도 같은 사례에 해당한다. 옛날부터 어부의 가족들 사이엔 배(腹)와 뒤집힘(覆)의 독음이 같아 생선 배를 뒤집어놓는 것이 어선의 전복을 예고하는 불길한 짓이라고 보는 미신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행위를 금기시했는데, 어부와 아무 관계 없는 일반인까지 무턱대고 쫓다 오늘날에 이르러 일반화하고 만 것이다.
국수를 가위로 자르면 안 된다는 설은 가윗날의 쇠 성분이 면의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며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흔한데, 이른바 전문가라는 분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걸 보면 참으로 어이없다. 가윗날의 쇠가 그리도 해악스럽다면서 젓가락과 그릇을 쇠로 쓰는 이중적인 행태는 어찌된 일인가.
실상은 이렇다. 옛날엔 제분이 어려워 국수는 잔칫날에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으며 그 찰기와 길쭉한 형태가 장수와 백년해로의 상징이었다. 그러다 보니 남의 잔치에 가서 국수를 잘라 먹는 것은 큰 실례로 여겨졌다. 지금도 중국과 일본에선 한 가닥으로 이뤄진 국수를 판매하고 있을 만큼 면발의 연속성을 중요시한다.
이런 동북아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쇠 성분이 어쩌니 하는 요즘의 해석방법이 우스울 따름이지만, 광복 후 밀가루가 값싸게 수입되면서 지금은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져 함부로 가위질당하는 국수의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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