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5일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위성보호덮개(페어링)의 분리 실패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상황을 두고, 이번 발사의 성패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나로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갈 예정이던 과학기술위성 2호는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한 뒤 발사 11분 만에 대기권으로 추락하며 불타 없어졌다.
이날 오후 5시 나로호가 엄청난 불꽃과 굉음을 내뿜으며 발사대를 이륙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성공한 듯 보였다. 나로호가 힘차게 수직으로 솟아오르자 발사 직전까지 긴장감에 휩싸여 있던 나로우주센터 곳곳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30초가량 지나자 발사지휘센터(MDC)는 안내방송을 통해 나로호의 고도는 2.5km이며 정상적으로 비행하고 있음을 알렸다. 139초 뒤 나로호가 남쪽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는 킥턴(kick-turn)에 성공해 일본 규슈 남부의 섬 상공에 접어들었다는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로호는 폭발위험이 도사리는 음속 돌파, 목표 궤도를 향해 방향을 바꾸는 킥턴 단계를 모두 성공하면서 순조롭게 비행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륙 3분36초 뒤 나로호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나로호에 실려 있던 과학기술위성 2호를 보호하던 페어링 2개 중 1개가 분리되지 않았다는 신호가 들어온 것. 그 순간 MDC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페어링 분리는 이후에 이뤄질 1단 액체로켓, 2단 킥모터(고체로켓), 위성의 분리에 잇따라 영향을 미치는 첫 단추나 다름없었다.
330kg에 이르는 페어링의 한쪽만을 달고 날면서 2단 킥모터는 무게중심이 깨진 채 경로를 벗어났다. 위쪽 페어링 탓에 무게중심(질량중심)이 위쪽으로 쏠리면 우주공간에서도 비행 방향은 자연스레 위쪽으로 기운다. 결국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2단 킥모터는 자세를 잡지 못한 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이리저리 흔들렸고, 목표 고도인 302km를 훨씬 벗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킬 만큼 충분한 가속도가 나오기는 불가능했다. 질량이 커지면 가속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은 물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공식. 나로호의 킥모터는 결국 우주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초속 8km에 턱없이 부족한 초속 6.2km로 과학기술위성 2호를 밀어냈다.
페어링은 어렵지 않은 기술
2단 킥모터와 위성은 지상에서 고도 387km 지점까지 멀어졌지만 속도 부족으로 궤도 진입에 실패한 채 지상으로 떨어졌고, 대기권에 들면서 대부분 소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발사체에서 페어링을 분리하는 원리는 작은 폭발물이 들어 있는 특수 볼트를 터뜨려 용수철이 튕겨나가듯 떼어내는 것이다. 페어링이 한쪽만 떨어질 경우 과학기술위성 2호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해 나로호 발사가 실패하리라는 우려는 발사 전부터 제기됐다.
한 우주 전문가는 “페어링 분리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기본적으로 폭발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라 극도로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라면서 “이륙 순간 점화기에 퓨즈를 켜거나 페어링을 분리하거나 1단 로켓을 분리하는 기술은 공통적으로 폭발 메커니즘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발사책임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나로호 상단의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한-러 공동사고조사위원회에서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확답을 피하고 있다. 다만 “1·2단 발사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위성 분리도 잘 됐다”며 “이번 발사가 부분 성공했다”고 밝혔다. 교과부와 항우연이 부분 성공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1·2단 로켓이 정상적으로 연소한 뒤 위성이 분리됐다는 점이 그 근거다.
이에 동의하는 전문가들도 일부 있긴 하다. 그러나 한쪽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2단 킥모터가 자세 제어에 실패한 뒤 궤도를 이탈해 위성이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본다면 1단 로켓이 정상 분리된 것을 빼고 제대로 이뤄진 부분은 하나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정부 주장대로 발사체만 제대로 작동해도 성공이라고 본다면 왜 위성을 실었느냐”고 반문하면서 “발사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다음번 발사에 성공할 수 있도록 로켓을 포함, 모든 발사 시스템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분 성공’이라고 계속 밀어붙일 경우 이번 위성 진입 실패를 둘러싼 한국과 러시아 간 책임 문제에서도 우리 측은 스스로 협상카드를 버리는 격이 된다. 당초 한국과 러시아는 첫 번째 나로호 발사에 실패할 경우 같은 모델을 두 차례 더 발사하기로 했다. 첫 발사에 성공하면 내년 5월 한 차례만 더 발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위성 2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우리 측이 발표한 직후 러시아 관계자는 “러시아로선 발사 성공, 한국으로선 부분 성공”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러시아가 공급한 1단 액체로켓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나로호의 페어링을 개발한 한국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불패 신화’ 강박증 여전
‘부분 성공이냐, 발사 실패냐’의 논란은 한국 우주개발사업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한국의 우주개발사업은 불패 신화에 대한 강박증이 심하다. 우주개발 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조차 10번 발사에 1번은 실패했다. 자국 땅에서 국산 기술력으로 만든 위성과 로켓을 쏘아올린 나라 가운데 첫 발사에서 성공한 나라는 옛 소련, 프랑스, 이스라엘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1995년 통신위성 무궁화 1호가 추진력 부족으로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사용 수명이 짧아진 사례를 빼고는 우주개발사업에서 단 한 차례의 실패 경험도 없는 유일한 나라다. 그렇다면 왜 실패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일까. 이번 나로호 사업을 관리해온 항우연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국의 과학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라면서 “만에 하나 나로호가 발사에 실패하면 우주개발사업 자체가 폐기되거나 전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 개발만 해도 한 프로젝트에 최소 20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등 거액의 연구비가 필요하지만, 한두 번의 실패로 지원이 아예 끊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우주개발 과학자들 사이에 불안감처럼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켓 불모지에서 밤낮 없이 꿈을 키우는 젊은 연구원들의 노고를 보듬는 것과 우주개발사업이 얼마든지 ‘묻지마’ 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우주개발사업을 수립하는 데 참여한 한 전문가는 “우주 선진국조차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결국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우리도 시행착오를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우주개발사업은 긍정적인 정보만 전달되는 ‘침묵 효과’를 낳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조차 항공우주공학계 내부의 침묵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무비판과 조직 내 침묵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례가 우주개발 역사에 실제로 존재한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들은 “우주선 엔진의 폭발 확률은 200~300분의 1”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상사는 폭발 확률에 대한 질문에 “10만분의 1”이라고 답했다. 성공만을 기대한 상사의 독단이 내부 비판을 막아 참사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날 오후 5시 나로호가 엄청난 불꽃과 굉음을 내뿜으며 발사대를 이륙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성공한 듯 보였다. 나로호가 힘차게 수직으로 솟아오르자 발사 직전까지 긴장감에 휩싸여 있던 나로우주센터 곳곳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30초가량 지나자 발사지휘센터(MDC)는 안내방송을 통해 나로호의 고도는 2.5km이며 정상적으로 비행하고 있음을 알렸다. 139초 뒤 나로호가 남쪽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는 킥턴(kick-turn)에 성공해 일본 규슈 남부의 섬 상공에 접어들었다는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로호는 폭발위험이 도사리는 음속 돌파, 목표 궤도를 향해 방향을 바꾸는 킥턴 단계를 모두 성공하면서 순조롭게 비행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륙 3분36초 뒤 나로호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나로호에 실려 있던 과학기술위성 2호를 보호하던 페어링 2개 중 1개가 분리되지 않았다는 신호가 들어온 것. 그 순간 MDC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페어링 분리는 이후에 이뤄질 1단 액체로켓, 2단 킥모터(고체로켓), 위성의 분리에 잇따라 영향을 미치는 첫 단추나 다름없었다.
330kg에 이르는 페어링의 한쪽만을 달고 날면서 2단 킥모터는 무게중심이 깨진 채 경로를 벗어났다. 위쪽 페어링 탓에 무게중심(질량중심)이 위쪽으로 쏠리면 우주공간에서도 비행 방향은 자연스레 위쪽으로 기운다. 결국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2단 킥모터는 자세를 잡지 못한 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이리저리 흔들렸고, 목표 고도인 302km를 훨씬 벗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킬 만큼 충분한 가속도가 나오기는 불가능했다. 질량이 커지면 가속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은 물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공식. 나로호의 킥모터는 결국 우주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초속 8km에 턱없이 부족한 초속 6.2km로 과학기술위성 2호를 밀어냈다.
페어링은 어렵지 않은 기술
2단 킥모터와 위성은 지상에서 고도 387km 지점까지 멀어졌지만 속도 부족으로 궤도 진입에 실패한 채 지상으로 떨어졌고, 대기권에 들면서 대부분 소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발사체에서 페어링을 분리하는 원리는 작은 폭발물이 들어 있는 특수 볼트를 터뜨려 용수철이 튕겨나가듯 떼어내는 것이다. 페어링이 한쪽만 떨어질 경우 과학기술위성 2호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해 나로호 발사가 실패하리라는 우려는 발사 전부터 제기됐다.
한 우주 전문가는 “페어링 분리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기본적으로 폭발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라 극도로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라면서 “이륙 순간 점화기에 퓨즈를 켜거나 페어링을 분리하거나 1단 로켓을 분리하는 기술은 공통적으로 폭발 메커니즘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발사책임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나로호 상단의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한-러 공동사고조사위원회에서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확답을 피하고 있다. 다만 “1·2단 발사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위성 분리도 잘 됐다”며 “이번 발사가 부분 성공했다”고 밝혔다. 교과부와 항우연이 부분 성공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1·2단 로켓이 정상적으로 연소한 뒤 위성이 분리됐다는 점이 그 근거다.
이에 동의하는 전문가들도 일부 있긴 하다. 그러나 한쪽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2단 킥모터가 자세 제어에 실패한 뒤 궤도를 이탈해 위성이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본다면 1단 로켓이 정상 분리된 것을 빼고 제대로 이뤄진 부분은 하나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정부 주장대로 발사체만 제대로 작동해도 성공이라고 본다면 왜 위성을 실었느냐”고 반문하면서 “발사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다음번 발사에 성공할 수 있도록 로켓을 포함, 모든 발사 시스템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분 성공’이라고 계속 밀어붙일 경우 이번 위성 진입 실패를 둘러싼 한국과 러시아 간 책임 문제에서도 우리 측은 스스로 협상카드를 버리는 격이 된다. 당초 한국과 러시아는 첫 번째 나로호 발사에 실패할 경우 같은 모델을 두 차례 더 발사하기로 했다. 첫 발사에 성공하면 내년 5월 한 차례만 더 발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위성 2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우리 측이 발표한 직후 러시아 관계자는 “러시아로선 발사 성공, 한국으로선 부분 성공”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러시아가 공급한 1단 액체로켓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나로호의 페어링을 개발한 한국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불패 신화’ 강박증 여전
‘부분 성공이냐, 발사 실패냐’의 논란은 한국 우주개발사업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한국의 우주개발사업은 불패 신화에 대한 강박증이 심하다. 우주개발 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조차 10번 발사에 1번은 실패했다. 자국 땅에서 국산 기술력으로 만든 위성과 로켓을 쏘아올린 나라 가운데 첫 발사에서 성공한 나라는 옛 소련, 프랑스, 이스라엘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1995년 통신위성 무궁화 1호가 추진력 부족으로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사용 수명이 짧아진 사례를 빼고는 우주개발사업에서 단 한 차례의 실패 경험도 없는 유일한 나라다. 그렇다면 왜 실패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일까. 이번 나로호 사업을 관리해온 항우연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국의 과학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라면서 “만에 하나 나로호가 발사에 실패하면 우주개발사업 자체가 폐기되거나 전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 개발만 해도 한 프로젝트에 최소 20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등 거액의 연구비가 필요하지만, 한두 번의 실패로 지원이 아예 끊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우주개발 과학자들 사이에 불안감처럼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켓 불모지에서 밤낮 없이 꿈을 키우는 젊은 연구원들의 노고를 보듬는 것과 우주개발사업이 얼마든지 ‘묻지마’ 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우주개발사업을 수립하는 데 참여한 한 전문가는 “우주 선진국조차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결국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우리도 시행착오를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우주개발사업은 긍정적인 정보만 전달되는 ‘침묵 효과’를 낳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조차 항공우주공학계 내부의 침묵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무비판과 조직 내 침묵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례가 우주개발 역사에 실제로 존재한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들은 “우주선 엔진의 폭발 확률은 200~300분의 1”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상사는 폭발 확률에 대한 질문에 “10만분의 1”이라고 답했다. 성공만을 기대한 상사의 독단이 내부 비판을 막아 참사로 이어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