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참가자가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영화 ‘10억’. 스릴 넘치는 스토리와 달리 이 영화의 주요 무대는 아름다운 자연이 숨쉬는 서호주의 마거릿 리버(Margaret River)다.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마거릿 리버는 호주 현지인들에게 로맨틱한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향 좋은 와인, 그리고 평화로움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와인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자연친화적인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와인 농장(와이너리·winery)으로 떠나는 여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을 비롯해 프랑스 보르도, 칠레 마이포 밸리, 캘리포니아의 나파와 소노마, 캐나다의 오카나간, 남아공의 스텔렌보스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와이너리에는 포도밭과 함께 와인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펼쳐진 황홀한 포도밭과 와인 양조장 안에서 수십 년간 저장된 오크통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을 꽉 차게 만들어준다. 여기에 신선한 기운이 넘치는 초록 속에서 마시는 한 잔의 와인 맛이란! 정신없이 돌아가던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포도밭 사이에서 잠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다 보면 어디에선가 자신감이 포르르 생겨날지도 모른다.
伊 토스카나의 와인 향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아마 두 명 중 한 명은 프랑스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이탈리아다. 와인의 양에서뿐 아니라 역사에서도 이탈리아는 300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와인 얘기가 나오면 페루 리마에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 마르코가 생각난다.
어느 날 그에게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쉽게 설명해줄 수 있겠니?”라고 했더니, 장장 3시간 동안 그림과 도표를 그려가며 얘기를 이어갔다. 와인에 대한 자긍심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그의 반짝거리던 눈이 기억난다. 와인에 대한 마르코의 사랑과 열정이 이해가 된 것은 그 후 토스카나로 와이너리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야트막한 구릉에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포도나무, 이글거리는 햇살을 받아 더욱 빛을 내는 포도알, 그 옆에 그림처럼 몽실몽실 자리한 올리브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탈리아 사람들의 유전자엔 이미 와인에 대한 사랑이 배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스카나로 떠난 와인 여행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곳은 베라차노(Verazzano) 와이너리다.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언덕에 자리한 이곳은 고지대라 한때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밖에서 보면 들판에 성이 우뚝 서 있어 좀 외로워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키안티는 1716년 메디치가(家)의 대공작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포도를 가꿔 와인을 양조한 곳으로 공식 선언된 지역이기도 하다.
베라차노 와이너리를 처음 만든 이는 조반니 디 베라차노. 16세기에 신대륙 탐험에 나섰다가 뉴욕을 발견한 인물이다. 베라차노 성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키가 크고 잘생긴 나무들이 인사를 한다. 그 옆에는 아름다운 연못과 벤치가 있는 정원이 이어진다. 성 위에서 내려다보면 부채처럼 펼쳐진 포도밭이 한눈에 들어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탈리아 와인 한 잔과 시골에서 만든 치즈 한 조각, 그것만으로도 왕이 된 듯한 기분에 젖어든다.
남아공 와인마을 스텔렌보스
이번에는 멀리 아프리카로 떠나보자. 아프리카 와인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곳은 남아공의 스텔렌보스.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가 역사와 전통을 배경으로 한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캘리포니아 와이너리가 최첨단 공정을 통한 현대적 제조공법으로 믿음을 준다면 남아공 와이너리는 소박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스텔렌보스 지역은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편이라 레드와인에 대한 평가가 더 좋다.
남아공 와인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와인은 남아공 고유의 레드 품종인 피노타주. 피노타주는 과일 맛과 향이 깊고 풍부하다. 피노타주와 함께 발랄한 신맛을 내는 소비뇽 블랑과 달콤한 향기를 자랑하는 샤도네이를 차례로 맛보면, 스텔렌보스의 대표주자들은 한 번씩 다 만난 셈이다. 와인이 혀과 코를 황홀하게 만든다면 스텔렌보스의 경치는 눈을 사로잡는다. 끝이 없어 보이는 포도밭이 일부러 줄을 맞춰 선 듯 나란히 펼쳐진 광경은 장관이다.
와인 한 잔에 약간 발그레해진 볼 위로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한가롭게 포도밭을 거닐다 보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와이너리 옆에는 장미꽃밭도 넓게 이어져 있는데, 포도 옆에 장미꽃이 있는 이유가 따로 있다. 장미를 심어놓으면 벌레들이 포도밭으로 안 가고 장미꽃으로 가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꽃의 여왕인 장미꽃도 와이너리에서는 포도를 위해 희생되기도 한다.
마거릿 리버, 호주 프리미엄 와인 30% 생산
서호주의 마거릿 리버는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모든 것을 갖췄다. 광활한 자연과 100여 개의 프리미엄급 와이너리, 풍부한 문화와 맛이 발길을 끄는 레스토랑과 갤러리까지. 그래서 그곳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쉼은 시작된다. 햇살 좋기로 유명한 서호주에서도 마거릿 리버 지역은 풍부한 일조량과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바람, 기름진 땅 덕분에 최적의 와인 산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길러진 포도들은 스완밸리의 와이너리로 옮겨져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마거릿 리버에서 만들어진 와인의 양은 호주 전체 생산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프리미엄 와인의 30%가 이곳에서 나올 정도로 질이 좋다. 스완 밸리의 와이너리 중 샌달포드(Sandalford) 와이너리는 안에 식당을 갖추고 있어 자연 속에서 와인과 함께 멋진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샌달포드라는 이름은 영국 버크셔의 수도원 이름을 딴 것으로, 이 와이너리는 1840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도 여느 와이너리처럼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을 해볼 수 있다. 오크향이 나는 분위기 있는 와인부터 과일 맛이 깔끔한 와인, 바닐라 향에 달콤한 와인 등 여러 향의 와인을 즐기다 보면 금방 어지러워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샌달포드 와이너리에서 가장 신나는 이들은 아이들이다. 제 세상을 만난 듯 포도밭과 잔디 위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평화로움이 가득한 포도밭에 앉아 있다 보면 코를 간질이는 바람과 알맞게 따뜻한 기운에 눈이 스르르 감겨 잔디밭에 잠시 눕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심! 뜨거운 햇살이 그대의 고운 얼굴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마거릿 리버는 호주 현지인들에게 로맨틱한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향 좋은 와인, 그리고 평화로움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와인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자연친화적인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와인 농장(와이너리·winery)으로 떠나는 여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을 비롯해 프랑스 보르도, 칠레 마이포 밸리, 캘리포니아의 나파와 소노마, 캐나다의 오카나간, 남아공의 스텔렌보스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와이너리에는 포도밭과 함께 와인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펼쳐진 황홀한 포도밭과 와인 양조장 안에서 수십 년간 저장된 오크통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을 꽉 차게 만들어준다. 여기에 신선한 기운이 넘치는 초록 속에서 마시는 한 잔의 와인 맛이란! 정신없이 돌아가던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포도밭 사이에서 잠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다 보면 어디에선가 자신감이 포르르 생겨날지도 모른다.
伊 토스카나의 와인 향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아마 두 명 중 한 명은 프랑스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이탈리아다. 와인의 양에서뿐 아니라 역사에서도 이탈리아는 300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와인 얘기가 나오면 페루 리마에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 마르코가 생각난다.
어느 날 그에게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쉽게 설명해줄 수 있겠니?”라고 했더니, 장장 3시간 동안 그림과 도표를 그려가며 얘기를 이어갔다. 와인에 대한 자긍심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그의 반짝거리던 눈이 기억난다. 와인에 대한 마르코의 사랑과 열정이 이해가 된 것은 그 후 토스카나로 와이너리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야트막한 구릉에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포도나무, 이글거리는 햇살을 받아 더욱 빛을 내는 포도알, 그 옆에 그림처럼 몽실몽실 자리한 올리브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탈리아 사람들의 유전자엔 이미 와인에 대한 사랑이 배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스카나로 떠난 와인 여행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곳은 베라차노(Verazzano) 와이너리다.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언덕에 자리한 이곳은 고지대라 한때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밖에서 보면 들판에 성이 우뚝 서 있어 좀 외로워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키안티는 1716년 메디치가(家)의 대공작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포도를 가꿔 와인을 양조한 곳으로 공식 선언된 지역이기도 하다.
베라차노 와이너리를 처음 만든 이는 조반니 디 베라차노. 16세기에 신대륙 탐험에 나섰다가 뉴욕을 발견한 인물이다. 베라차노 성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키가 크고 잘생긴 나무들이 인사를 한다. 그 옆에는 아름다운 연못과 벤치가 있는 정원이 이어진다. 성 위에서 내려다보면 부채처럼 펼쳐진 포도밭이 한눈에 들어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탈리아 와인 한 잔과 시골에서 만든 치즈 한 조각, 그것만으로도 왕이 된 듯한 기분에 젖어든다.
<B>1</B> 베라차노 성을 돌아보는 여행자들. <B>2</B> 와이너리에서의 즐거운 식사. <B>3</B> 와인 테이스팅 시간! <B>4</B> 포도밭 옆의 올리브 나무.
이번에는 멀리 아프리카로 떠나보자. 아프리카 와인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곳은 남아공의 스텔렌보스.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가 역사와 전통을 배경으로 한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캘리포니아 와이너리가 최첨단 공정을 통한 현대적 제조공법으로 믿음을 준다면 남아공 와이너리는 소박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스텔렌보스 지역은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편이라 레드와인에 대한 평가가 더 좋다.
남아공 와인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와인은 남아공 고유의 레드 품종인 피노타주. 피노타주는 과일 맛과 향이 깊고 풍부하다. 피노타주와 함께 발랄한 신맛을 내는 소비뇽 블랑과 달콤한 향기를 자랑하는 샤도네이를 차례로 맛보면, 스텔렌보스의 대표주자들은 한 번씩 다 만난 셈이다. 와인이 혀과 코를 황홀하게 만든다면 스텔렌보스의 경치는 눈을 사로잡는다. 끝이 없어 보이는 포도밭이 일부러 줄을 맞춰 선 듯 나란히 펼쳐진 광경은 장관이다.
와인 한 잔에 약간 발그레해진 볼 위로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한가롭게 포도밭을 거닐다 보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와이너리 옆에는 장미꽃밭도 넓게 이어져 있는데, 포도 옆에 장미꽃이 있는 이유가 따로 있다. 장미를 심어놓으면 벌레들이 포도밭으로 안 가고 장미꽃으로 가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꽃의 여왕인 장미꽃도 와이너리에서는 포도를 위해 희생되기도 한다.
마거릿 리버, 호주 프리미엄 와인 30% 생산
서호주의 마거릿 리버는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모든 것을 갖췄다. 광활한 자연과 100여 개의 프리미엄급 와이너리, 풍부한 문화와 맛이 발길을 끄는 레스토랑과 갤러리까지. 그래서 그곳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쉼은 시작된다. 햇살 좋기로 유명한 서호주에서도 마거릿 리버 지역은 풍부한 일조량과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바람, 기름진 땅 덕분에 최적의 와인 산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길러진 포도들은 스완밸리의 와이너리로 옮겨져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마거릿 리버에서 만들어진 와인의 양은 호주 전체 생산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프리미엄 와인의 30%가 이곳에서 나올 정도로 질이 좋다. 스완 밸리의 와이너리 중 샌달포드(Sandalford) 와이너리는 안에 식당을 갖추고 있어 자연 속에서 와인과 함께 멋진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샌달포드라는 이름은 영국 버크셔의 수도원 이름을 딴 것으로, 이 와이너리는 1840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도 여느 와이너리처럼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을 해볼 수 있다. 오크향이 나는 분위기 있는 와인부터 과일 맛이 깔끔한 와인, 바닐라 향에 달콤한 와인 등 여러 향의 와인을 즐기다 보면 금방 어지러워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샌달포드 와이너리에서 가장 신나는 이들은 아이들이다. 제 세상을 만난 듯 포도밭과 잔디 위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평화로움이 가득한 포도밭에 앉아 있다 보면 코를 간질이는 바람과 알맞게 따뜻한 기운에 눈이 스르르 감겨 잔디밭에 잠시 눕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심! 뜨거운 햇살이 그대의 고운 얼굴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