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정사 신은 누가 성적으로 상대를 지배하느냐에 관한 것. 가학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이와의 첫 정사 후, 홀로 침대에 남은 장치아즈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강간과도 같은 정사인데 왜 그랬을까? 장치아즈는 이미 이가 자신을 묶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아챘다.
심리적 우위에 선 셈이다. 또 두 번째 정사가 탐색전이었다면 세 번째는 욕망과 본능, 이성과 감정의 ‘계(戒)’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치아즈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다. ‘사랑의 감정’에 당황하며 뱀처럼 파고드는 이에게 한없이 무너지는 장면이다.
비록 파격적인 정사 신에 밀려 주제마저 잊어버릴 가능성이 높지만 이 영화는 ‘여자에게 사랑은 혁명보다 우선하는 무엇’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체위라고는 고작 두세 가지. 졸면서도 할 수 있는 ‘선교사적 체위’를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이러다간 섹스리스가 될 수도 있다. 이젠 좀 뻔뻔해지자.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게 바로 섹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