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도윤(61) 여성부 장관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기대하지 않았던 한 여성에게서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받았다. 여성운동에 몸담았을 때 변 장관의 도움으로 도배사 직업을 갖게 된 여성이었다. 도배사로 일하는 여성이 드문 시절이었다. 변 장관은 여성부 수장에 오르기 전부터 여성의 경제능력 개발과 일자리 만들기에 힘을 쏟아왔다. 여성 직업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마사지사’ 대신 ‘피부관리사’라는 직종을 도입한 것도 변 장관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는 물론,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할 여지도 크게 줄면서 특히 여성들이 취업과 고용 유지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여성의 취업문이 넓어지고 남성에 비해 근로조건 등도 제도적으로 많이 보완, 개선되긴 했다. 그러나 출산 및 육아에 대한 부담과 한계, 여성 취업을 기피하는 사회적 편견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현장에서 여성 고민 듣고 해결책 모색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및 지위 향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현시점에, ‘글로벌 경제위기와 여성’을 주요 안건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14개국 여성 각료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린다(‘동아시아 양성평등 각료회의’/ 6월24~26일/ 서울 신라호텔). 3회째를 맞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여성의 능력 개발, 사회적 역량 강화, 폭력 방지에 대한 논의를 주도한다. 특히 이번 회의는 변 장관이 견지하는 철학, 그리고 그동안 우리 여성부가 추진해온 양성 평등문화 확산 사례가 국제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변 장관을 만나 이번 회의의 의미와 여성부의 최근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아시아권에서 여성정책을 선도하는 중심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후속 조치 추진 및 정부의 ‘신아시아 외교정책’의 본격 가동과 연결되는 하나의 흐름입니다. 우리 여성부가 아시아 안팎의 여성 관련 국제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기능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현황이나 경쟁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한국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77.6%인 데 비해, 여성은 54.8%에 불과합니다.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61%에도 못 미치죠. 출산이나 육아 부담 때문에 경제활동을 자의 반 타의 반 그만두는 여성도 예상보다 많습니다. 최근 취업자 감소 인원 중 90% 이상이 여성입니다. 이러다 보니 여성이 계속 사회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게 되는 겁니다. 지방자치단체 부지사를 포함한 1급 공무원 180여 명 가운데 여성은 1명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서구보다 낮은 아시아권 국가 간의 여성정책 교류는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인도 홍콩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0%도 안 되는 실정입니다. 이런 아시아권 국가들이 여성정책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각국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뿐 아니라, 인적 자원 교류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회입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여성부는 아시아권 여성과 유학생을 자주 초청하고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의 여성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이렇게 하면 훗날 경제적으로 서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겠죠. 여성부에선 인도네시아와 몽골 여성 공무원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두 차례의 IT(정보통신기술) 교육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정서적 결합’이라 할 수 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일자리 마련과 고용 안정이 당분간 여성부 정책의 근간이 될 것 같습니다.
“남편의 실직 등으로 가장이 된 주부나 취업을 앞둔 여성에게 경기 한파는 큰 어려움입니다. 결혼하고,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려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여성의 고용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여성마다 고민이 큽니다. 일자리 만들기와 지키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에 여성부는 ‘여성경제위기대책추진단’을 신설하고, 경제활동을 그만둔 여성의 복귀를 촉진하는 관련법도 제정했습니다. 1월에는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를 전국 50곳에 지정했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본예산에서 24% 늘어난 예산을 추경예산으로 어렵게 확보해 22개 센터를 추가 지정했습니다.”
효과는 나타났습니까.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를 통해 350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고, 앞으로 3만7000여 명의 여성에게 일자리를 연계해줄 계획입니다. 여성부는 ‘주부 인턴제’도 시행하는데, 경제적으로 절박한 주부 약 4000명이 이를 통해 여러 직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턴을 채용한 기업에겐 1인당 3개월간 월 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했는데,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여럿 나왔습니다. ‘주부 인턴을 꺼리다가 하는 수 없이 채용했는데 함께 일해보니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는 기업 대표도 적지 않고요. 앞으로 여성부는 대기업 위주로, 그리고 새로 일하기 센터는 지방 중소기업 위주로 인턴제를 장려할 계획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도 이번 회의의 주된 의제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들이 강력범죄에 자주 노출되고, 성폭력 사건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관계부처와 수사기관이 지속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데도 실정이 이러하니 걱정이 큽니다. 여성부에선 이런 범죄의 사전 예방은 물론, 사후 처리까지 돕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당한 범죄가 남성 시각에서 처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여성 시각에서 접근해보자는 겁니다. 6월 여성부가 발족한 ‘여성폭력방지 중앙점검단’도 여성 검사가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여성의 처지에서 인권, 권위, 도덕성 회복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삶의 현장에서 여성의 진지한 고민을 직접 듣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듯합니다.
“작은 정부다, 소통이다라고 귀가 따갑도록 얘기하는데, 결국 공직자가 현장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여성경제위기대책추진단을 만들면서 직원들에게 ‘현장에 여성들을 만나러 갈 때 제발 빵이라도 사갖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서류를 가져다가 조사할 생각만 하지 말고, 어떤 위기를 겪는지 사례를 듣고 위로해주고 오라고도 했습니다. 정말 사정이 어려울 땐 직원들이 조금씩 갹출해 돕기도 합니다. 공무원이 쓰는 용어들도 좀 그렇잖아요. ‘감사’ ‘감독’ ‘관리’…. 나도 시민단체에 있을 땐 이런 말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보다는 ‘배려’ ‘감동’ 같은 것이 오늘날 여성들이 원하는 바고, 저희도 존재 의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나 계획이 있다면.
“여성부 조직을 늘려서 ‘화끈하게’ 일해보고 싶긴 한데….(웃음) 장관으로 일해보니 조직과 제도에 여유가 없으면 정말 힘들더군요. 성인지(性認知) 예산(남녀의 특성과 차이를 반영해 불평등함이 없게 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 정책 및 차별 개선 업무와 인력개발 조직이 좀더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변 장관은 현장에서의 ‘스킨십 행정’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스케줄엔 인터뷰 다음 날 광주에서 여대생 100명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듣는 일정이 들어 있었고, 주말엔 한국 남성과 8개국 여성 50쌍의 국제 결혼식 주례가 잡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활동에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에 “역량의 한계를 많이 느낀다”며 손사래만 쳤다.
최근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는 물론,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할 여지도 크게 줄면서 특히 여성들이 취업과 고용 유지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여성의 취업문이 넓어지고 남성에 비해 근로조건 등도 제도적으로 많이 보완, 개선되긴 했다. 그러나 출산 및 육아에 대한 부담과 한계, 여성 취업을 기피하는 사회적 편견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현장에서 여성 고민 듣고 해결책 모색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및 지위 향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현시점에, ‘글로벌 경제위기와 여성’을 주요 안건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14개국 여성 각료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린다(‘동아시아 양성평등 각료회의’/ 6월24~26일/ 서울 신라호텔). 3회째를 맞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여성의 능력 개발, 사회적 역량 강화, 폭력 방지에 대한 논의를 주도한다. 특히 이번 회의는 변 장관이 견지하는 철학, 그리고 그동안 우리 여성부가 추진해온 양성 평등문화 확산 사례가 국제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변 장관을 만나 이번 회의의 의미와 여성부의 최근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아시아권에서 여성정책을 선도하는 중심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후속 조치 추진 및 정부의 ‘신아시아 외교정책’의 본격 가동과 연결되는 하나의 흐름입니다. 우리 여성부가 아시아 안팎의 여성 관련 국제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기능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현황이나 경쟁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한국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77.6%인 데 비해, 여성은 54.8%에 불과합니다.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61%에도 못 미치죠. 출산이나 육아 부담 때문에 경제활동을 자의 반 타의 반 그만두는 여성도 예상보다 많습니다. 최근 취업자 감소 인원 중 90% 이상이 여성입니다. 이러다 보니 여성이 계속 사회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게 되는 겁니다. 지방자치단체 부지사를 포함한 1급 공무원 180여 명 가운데 여성은 1명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서구보다 낮은 아시아권 국가 간의 여성정책 교류는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인도 홍콩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0%도 안 되는 실정입니다. 이런 아시아권 국가들이 여성정책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각국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뿐 아니라, 인적 자원 교류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회입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여성부는 아시아권 여성과 유학생을 자주 초청하고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의 여성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이렇게 하면 훗날 경제적으로 서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겠죠. 여성부에선 인도네시아와 몽골 여성 공무원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두 차례의 IT(정보통신기술) 교육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정서적 결합’이라 할 수 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일자리 마련과 고용 안정이 당분간 여성부 정책의 근간이 될 것 같습니다.
“남편의 실직 등으로 가장이 된 주부나 취업을 앞둔 여성에게 경기 한파는 큰 어려움입니다. 결혼하고,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려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여성의 고용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여성마다 고민이 큽니다. 일자리 만들기와 지키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에 여성부는 ‘여성경제위기대책추진단’을 신설하고, 경제활동을 그만둔 여성의 복귀를 촉진하는 관련법도 제정했습니다. 1월에는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를 전국 50곳에 지정했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본예산에서 24% 늘어난 예산을 추경예산으로 어렵게 확보해 22개 센터를 추가 지정했습니다.”
효과는 나타났습니까.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를 통해 350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고, 앞으로 3만7000여 명의 여성에게 일자리를 연계해줄 계획입니다. 여성부는 ‘주부 인턴제’도 시행하는데, 경제적으로 절박한 주부 약 4000명이 이를 통해 여러 직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턴을 채용한 기업에겐 1인당 3개월간 월 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했는데,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여럿 나왔습니다. ‘주부 인턴을 꺼리다가 하는 수 없이 채용했는데 함께 일해보니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는 기업 대표도 적지 않고요. 앞으로 여성부는 대기업 위주로, 그리고 새로 일하기 센터는 지방 중소기업 위주로 인턴제를 장려할 계획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도 이번 회의의 주된 의제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들이 강력범죄에 자주 노출되고, 성폭력 사건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관계부처와 수사기관이 지속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데도 실정이 이러하니 걱정이 큽니다. 여성부에선 이런 범죄의 사전 예방은 물론, 사후 처리까지 돕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당한 범죄가 남성 시각에서 처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여성 시각에서 접근해보자는 겁니다. 6월 여성부가 발족한 ‘여성폭력방지 중앙점검단’도 여성 검사가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여성의 처지에서 인권, 권위, 도덕성 회복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삶의 현장에서 여성의 진지한 고민을 직접 듣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듯합니다.
“작은 정부다, 소통이다라고 귀가 따갑도록 얘기하는데, 결국 공직자가 현장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여성경제위기대책추진단을 만들면서 직원들에게 ‘현장에 여성들을 만나러 갈 때 제발 빵이라도 사갖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서류를 가져다가 조사할 생각만 하지 말고, 어떤 위기를 겪는지 사례를 듣고 위로해주고 오라고도 했습니다. 정말 사정이 어려울 땐 직원들이 조금씩 갹출해 돕기도 합니다. 공무원이 쓰는 용어들도 좀 그렇잖아요. ‘감사’ ‘감독’ ‘관리’…. 나도 시민단체에 있을 땐 이런 말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보다는 ‘배려’ ‘감동’ 같은 것이 오늘날 여성들이 원하는 바고, 저희도 존재 의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나 계획이 있다면.
“여성부 조직을 늘려서 ‘화끈하게’ 일해보고 싶긴 한데….(웃음) 장관으로 일해보니 조직과 제도에 여유가 없으면 정말 힘들더군요. 성인지(性認知) 예산(남녀의 특성과 차이를 반영해 불평등함이 없게 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 정책 및 차별 개선 업무와 인력개발 조직이 좀더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변 장관은 현장에서의 ‘스킨십 행정’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스케줄엔 인터뷰 다음 날 광주에서 여대생 100명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듣는 일정이 들어 있었고, 주말엔 한국 남성과 8개국 여성 50쌍의 국제 결혼식 주례가 잡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활동에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에 “역량의 한계를 많이 느낀다”며 손사래만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