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요원에게 애절할 정도로 매달려 결국 뒷모습만 흐릿하게 찍기로 ‘합의’했습니다. 녹음기를 꺼내자 이번에는 “녹음하면 한마디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갖고 들어온 건데…. 하지만 답답한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대답이 두루뭉술했으니까요. 총칼을 막는 방검복이 실제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줄 수 없답니다. “사내 커플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내 커플이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겠는가”라고만 합니다. “내 아들이 아빠가 국정원에 다니는 줄 모른다”고 하기에 아들 나이를 물었더니 그것조차 안 알려줍니다.
기자에겐 팩트(fact) 확인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빵집의 비닐봉투 가격은 50원’ 등 사사로운 것까지도 정확히 확인해 외우는 직업병을 앓는데…. 저도 모르게 눈썹에 힘을 줬나봅니다. 요원은 “영화 대사에도 나오듯이 우리는 ‘감추는 게 직업’이잖아요”라며 허허 웃어 보입니다.
![기자와 요원의 잘못된(?) 만남](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9/06/25/200906250500017_1.jpg)
팩트 쫓는 게 직업인 기자가 팩트 감추는 게 직업인 이들을 만나니 정말 갑갑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은 쉴 새 없이 묻고 확인하려는 기자를 얼마나 난감해했을까요. 신태라 감독님, 속편에선 이 둘의 ‘잘못된 만남’을 한 장면 집어넣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