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서 느낀 따뜻함과 편안함 많은 사람과 나눠야죠”](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9/06/26/200906260500002_1.jpg)
성결대 명예교수이자 웰다잉 전문지도강사인 김소암(73) 목사는 2006년 6월 동맥류 진단을 받은 뒤 폐와 대동맥 일부를 잘라내고 인공혈관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7시간에 걸친 대수술 이후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그때 김 목사는 ‘근사체험(近死體驗·Near-Death Experience)’을 했다고 믿는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인생사
“마귀들은 계속 나타났어요. 아는 이, 모르는 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아무도 저를 도와주지 않았죠. 괴로워하던 중 다시 빛이 충만한 아름다운 동산에 도착했죠. 그곳에서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 빛을 본 뒤 저는 병실로 돌아왔고, 온몸에서 피와 불순물이 흘러나오는 제 육체를 바라봤죠. 그러다 어느 순간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소리 지르고 몸부림치는데 의식이 돌아왔어요. 꼬박 나흘 동안 정신을 잃었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기억이 근사체험이라고 확신한 김 목사는 이후 관련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많은 이의 근사체험이 자신의 경험과 비슷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대다수가 △영혼이 빠져나와 자신의 신체를 바라보다가(체외이탈) △갑자기 검은 터널과 같은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 뒤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만나고 △그곳에서 자신의 일생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펼쳐지는 경험을 하며 △빛으로 나타나는 초월적 영을 만난다는 것. 실제로 레이먼드 무디 2세, 칼 베커, 케니스 링 등 죽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저서를 통해 근사체험의 단계를 설명했는데, 내용은 김 목사의 것과 거의 같다.
근사체험은 김 목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자신의 인생사를 보면서 무척 부끄러웠던 만큼, 죽어서 그 인생사를 다시 보게 될 때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울 수 있도록 선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김 목사는 수술받은 해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가 운영하는 ‘죽음준비교육지도자 양성 과정’과 ‘웰다잉교육 전문지도강사 양성 과정’을 알게 됐다.
“물론 제 경험이 죽음 후의 모습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저는 믿어요. 빛을 만나 따뜻하고 편안했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거든요. 다만 형태가 달라지는 것일 뿐,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 죽음은 삶의 마지막 완성 단계죠. 이때 필요한 건 미움과 원망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 화해입니다. 이 느낌과 생각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웰다잉 전문강사를 하게 됐어요.”
![“빛에서 느낀 따뜻함과 편안함 많은 사람과 나눠야죠”](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9/06/26/200906260500002_2.jpg)
현재 김 목사는 노인대학, 요양원, 복지관 등에서 삶과 죽음을 강의한다. 또 본인이 몸담은 대학에서도 젊은 대학생들을 가르친다. 70여 년의 인생에서 우러나온 내용에 근사체험 등 독특한 경험까지 들을 수 있어서인지, 김 목사의 강의는 늘 수강생들에게서 호응을 얻는다.
그의 강의가 감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전의료지시서·유언장의 필요성과 작성법, 자살 예방책, 존엄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냉철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저는 유언장을 이미 써놓았습니다. 사전의료지시서도 작성했죠. 더 회생할 가능성이 없을 때 병원으로 가지 않고 조용히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또 죽음에 임박하면 일생 동안 강의하고 설교한 영상물을 틀어서 제가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요.
장례식 프로그램도 다 짜놨어요. 사회 보고 같이 기도하며 노래 불러줄 친구들도 생각해놨고요. 그렇게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서 사랑과 용서, 화해를 하며 이 삶을 마감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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