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와 ‘마더’가 칸이 주목한 영화라면 ‘7급 공무원’은 관객이 주목한 영화다. 4월22일 개봉한 ‘7급 공무원’은 6월 초 400만 관객을 돌파,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이 영화는 국가정보원 요원 커플인 수지(김하늘 분)와 재준(강지환 분)이 서로의 신분을 숨김으로써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코미디 액션물.
국정원이나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여럿 있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시선이 강했다. 그러나 ‘7급 공무원’은 국정원 요원을 코믹하면서도 인간미 넘치고 나름의 애환을 가진 ‘생활인’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과 다르다.
영화 속 주인공들과 실제 국정원 요원들은 어떤 점이 같고 다를까. 6월17일 국정원 청사 내 안보전시관에서 신태라 감독(이하 ‘신’으로 표기)과 국정원 요원들(이하 ‘국’으로 표기)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어떻게 국정원을 소재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나.
신 먼저 천성일 작가가 쓴 시나리오가 무척 좋았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웃긴다”며 데굴데굴 구르더라. 할리우드에는 FBI나 CIA를 다룬 영화가 많다. 우리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정원 요원들의 실제 활동상을 담은 KBS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데, 갖은 고생을 하며 산업스파이를 적발하는 등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제목이 내용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제목만 들었을 땐 ‘공시족’(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다룬 줄 알았다.
신 수지와 재준은 연애도, 요원으로서의 임무도 잘 해내려 하지만 계속 삐거덕거린다. 그게 ‘7급 공무원’의 영화적 정감이다. 내용과 맞지 않는 제목도 그런 차원으로 봐달라. 또 높지도 낮지도 않은 ‘7급’이란 직급이 정감 있지 않은가.
국 사실 우리는 영화 제목에 불만이 있었다. 어울리지 않으니까.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우리 직원 대부분이 이 영화를 봤는데, 재미있는 건 물론이고 국정원 요원의 애환을 잘 녹였다며 반응이 좋았다.
국정원 신임요원들은 7급 공무원으로 채용된다. 급여나 직급 체계는 일반 공무원과 비슷하지만, 승진연한이 있다는 점이 군(軍) 조직과 유사하다. 채용 경쟁률은 평균 100대 1. 최근에는 여성 비율이 30%에 이른다니, 수지처럼 ‘미혼의 여성 스파이’가 보기 드문 존재는 아니다.
영화 설정처럼 국정원에도 사내 커플이 있는가.
국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사내 커플을 막을 방법이 있겠나. 채용 후 1년간 동고동락하며 훈련받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상황이 불규칙적이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날이 비일비재하므로 사내에서 배우자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하다.
수지가 오래 사귄 애인에게까지 직업을 속인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신 그 부분은 국정원의 자문을 받았는데, 요원이 신분을 노출하는 것이 금기시되기 때문에 현실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했다. 영화적 재미도 고려해야 했고.
국 신분 노출은 절대 금기다. 가족이나 애인이 알게 됐다면, 더 이상 알려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물론 구체적으로 맡은 임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직업을 숨김으로써 겪는 고충이 많겠다.
국 다들 출판사 직원, 일반 공무원 등 각양각색으로 적당히 둘러댄다. 자녀가 아빠나 엄마의 직업을 물어봐 당황하는 경우도 있고, 경력 증명을 하기 힘들다는 등의 어려움도 많다. 사실 우리 아들도 여태 내가 국정원 요원인 줄 모른다.
그렇게까지 신분을 감추는 이유는.
국 정보활동에 방해될 뿐 아니라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인터넷 미니홈피나 블로그 같은 데 ‘이 사람은 국정원 요원’이란 글과 사진이 올라간다면 어떻게 되겠나. 또 국정원에 다닌다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없다. 그러니 미혼 요원들은 연애할 때 굳이 상대에게 직업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無名)의 헌신’이라는 원훈(院訓)이 새겨진 비석과 함께 국정원 청사의 외부 모습이 비친다. 그리고 사무실과 헬리콥터, 각종 집기 등에 국정원 로고 ‘nis’가 등장한다.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일부 촬영을 청사 안에서 진행하고 로고 등도 협조받은 것이다. 그 덕에 영화는 한 발짝 더 실제와 가까워졌다. 반면 재준이 속한 특수조직인 해외 파트 ‘하리마오’ 팀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속 장면 가운데 ‘진짜’와 ‘가짜’를 구별한다면.
신 청사 외부와 수지의 사격장 장면은 실제 국정원에서 촬영한 것이다. 여기(안보전시관)에 사격장이 있는데, 거기서 찍었다. 우리 영화가 그곳에서 촬영한 최초의 영화라고 들었다. 재준이 입는, 총칼도 뚫지 못하는 내복처럼 생긴 방검복이나 신체 내부에 부착하는 위치추적기 등은 모두 제작팀이 그럴싸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국 김하늘 씨는 반나절만 훈련받았을 뿐인데도 탄착군(타깃의 한 부분을 반복해서 맞혀 생기는 구멍)이 형성됐을 정도로 전문요원 못지않게 권총을 잘 쏴서 놀라웠다. 재준이 러시아 산업스파이 미행에 자원하면서 “조국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데, 그건 진짜 국정원 요원의 모습이다.
영화 ‘쉬리’ ‘실미도’ ‘태풍’부터 최근의 TV 드라마 ‘에덴의 동쪽’까지 국정원은 북한을 상대로 공작을 펼치거나 민주화 세력을 억압하는 조직으로 그려져왔다. 그러나 국정원은 해외, 국내, 북한 파트로 나뉘어 국익을 위한 다양한 정보 및 첩보 활동을 펼친다.
최근에는 산업스파이를 적발해 국부 유출을 막는 임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2004~2008년 국정원은 총 160여 건의 해외로의 기술유출 사건을 적발해 253조원 상당의 피해를 막았다. ‘7급 공무원’이 소재로 삼은 것도 이러한 산업스파이 적발 활동이다.
‘7급 공무원’을 통해 국정원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영화를 만들면서 국정원 분들과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 영화가 정보기관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속편을 제작한다면 국정원 사내 커플의 결혼생활과 육아에서 오는 고충을 재미나게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국 국정원은 ‘쉬리’이후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협조하고 있는데, 요원들의 삶과 애환을 따뜻하게 다룬 작품은 ‘7급 공무원’이 처음이다. 앞으로는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국가안보 수호활동을 소재로 한 첩보액션 영화도 제작됐으면 한다.
이 영화는 국가정보원 요원 커플인 수지(김하늘 분)와 재준(강지환 분)이 서로의 신분을 숨김으로써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코미디 액션물.
국정원이나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여럿 있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시선이 강했다. 그러나 ‘7급 공무원’은 국정원 요원을 코믹하면서도 인간미 넘치고 나름의 애환을 가진 ‘생활인’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과 다르다.
영화 속 주인공들과 실제 국정원 요원들은 어떤 점이 같고 다를까. 6월17일 국정원 청사 내 안보전시관에서 신태라 감독(이하 ‘신’으로 표기)과 국정원 요원들(이하 ‘국’으로 표기)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어떻게 국정원을 소재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나.
신 먼저 천성일 작가가 쓴 시나리오가 무척 좋았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웃긴다”며 데굴데굴 구르더라. 할리우드에는 FBI나 CIA를 다룬 영화가 많다. 우리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정원 요원들의 실제 활동상을 담은 KBS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데, 갖은 고생을 하며 산업스파이를 적발하는 등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제목이 내용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제목만 들었을 땐 ‘공시족’(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다룬 줄 알았다.
신 수지와 재준은 연애도, 요원으로서의 임무도 잘 해내려 하지만 계속 삐거덕거린다. 그게 ‘7급 공무원’의 영화적 정감이다. 내용과 맞지 않는 제목도 그런 차원으로 봐달라. 또 높지도 낮지도 않은 ‘7급’이란 직급이 정감 있지 않은가.
국 사실 우리는 영화 제목에 불만이 있었다. 어울리지 않으니까.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우리 직원 대부분이 이 영화를 봤는데, 재미있는 건 물론이고 국정원 요원의 애환을 잘 녹였다며 반응이 좋았다.
국정원 신임요원들은 7급 공무원으로 채용된다. 급여나 직급 체계는 일반 공무원과 비슷하지만, 승진연한이 있다는 점이 군(軍) 조직과 유사하다. 채용 경쟁률은 평균 100대 1. 최근에는 여성 비율이 30%에 이른다니, 수지처럼 ‘미혼의 여성 스파이’가 보기 드문 존재는 아니다.
영화 설정처럼 국정원에도 사내 커플이 있는가.
국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사내 커플을 막을 방법이 있겠나. 채용 후 1년간 동고동락하며 훈련받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상황이 불규칙적이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날이 비일비재하므로 사내에서 배우자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하다.
수지가 오래 사귄 애인에게까지 직업을 속인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다.
신 그 부분은 국정원의 자문을 받았는데, 요원이 신분을 노출하는 것이 금기시되기 때문에 현실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했다. 영화적 재미도 고려해야 했고.
국 신분 노출은 절대 금기다. 가족이나 애인이 알게 됐다면, 더 이상 알려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물론 구체적으로 맡은 임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직업을 숨김으로써 겪는 고충이 많겠다.
국 다들 출판사 직원, 일반 공무원 등 각양각색으로 적당히 둘러댄다. 자녀가 아빠나 엄마의 직업을 물어봐 당황하는 경우도 있고, 경력 증명을 하기 힘들다는 등의 어려움도 많다. 사실 우리 아들도 여태 내가 국정원 요원인 줄 모른다.
그렇게까지 신분을 감추는 이유는.
국 정보활동에 방해될 뿐 아니라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인터넷 미니홈피나 블로그 같은 데 ‘이 사람은 국정원 요원’이란 글과 사진이 올라간다면 어떻게 되겠나. 또 국정원에 다닌다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없다. 그러니 미혼 요원들은 연애할 때 굳이 상대에게 직업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無名)의 헌신’이라는 원훈(院訓)이 새겨진 비석과 함께 국정원 청사의 외부 모습이 비친다. 그리고 사무실과 헬리콥터, 각종 집기 등에 국정원 로고 ‘nis’가 등장한다.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일부 촬영을 청사 안에서 진행하고 로고 등도 협조받은 것이다. 그 덕에 영화는 한 발짝 더 실제와 가까워졌다. 반면 재준이 속한 특수조직인 해외 파트 ‘하리마오’ 팀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속 장면 가운데 ‘진짜’와 ‘가짜’를 구별한다면.
신 청사 외부와 수지의 사격장 장면은 실제 국정원에서 촬영한 것이다. 여기(안보전시관)에 사격장이 있는데, 거기서 찍었다. 우리 영화가 그곳에서 촬영한 최초의 영화라고 들었다. 재준이 입는, 총칼도 뚫지 못하는 내복처럼 생긴 방검복이나 신체 내부에 부착하는 위치추적기 등은 모두 제작팀이 그럴싸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국가정보원 안보전시관에서 만난 신태라(왼쪽) 감독과 국정원 요원. 요원은 신분을 밝힐 수 없어 뒷모습만 흐릿하게 촬영했다.
영화 ‘쉬리’ ‘실미도’ ‘태풍’부터 최근의 TV 드라마 ‘에덴의 동쪽’까지 국정원은 북한을 상대로 공작을 펼치거나 민주화 세력을 억압하는 조직으로 그려져왔다. 그러나 국정원은 해외, 국내, 북한 파트로 나뉘어 국익을 위한 다양한 정보 및 첩보 활동을 펼친다.
최근에는 산업스파이를 적발해 국부 유출을 막는 임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2004~2008년 국정원은 총 160여 건의 해외로의 기술유출 사건을 적발해 253조원 상당의 피해를 막았다. ‘7급 공무원’이 소재로 삼은 것도 이러한 산업스파이 적발 활동이다.
‘7급 공무원’을 통해 국정원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영화를 만들면서 국정원 분들과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 영화가 정보기관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속편을 제작한다면 국정원 사내 커플의 결혼생활과 육아에서 오는 고충을 재미나게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국 국정원은 ‘쉬리’이후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협조하고 있는데, 요원들의 삶과 애환을 따뜻하게 다룬 작품은 ‘7급 공무원’이 처음이다. 앞으로는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국가안보 수호활동을 소재로 한 첩보액션 영화도 제작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