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 추성훈이 UFC(미국 종합격투기 대회)에 전격 입성했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높은 인기로 일본 무대에 남지 않겠냐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추성훈의 UFC행은 한동안 들끓었던 그에 대한 비판여론마저 한 방에 날린 용기 있는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도 그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며 미들급 전선에 새바람을 불어넣길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냉정히 얘기해서 일본 무대와는 차원이 다른 UFC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추성훈이 UFC를 정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체격 큰 상대, 룰과 장소의 변화 부담
추성훈이 활약할 UFC 미들급의 한계 체중은 84kg으로 그동안 활동해온 K-1 히어로즈나 드림의 체급과 거의 같다. 하지만 실제 옥타곤에서 마주쳐야 할 적들의 ‘사이즈’는 너무나 크다. UFC 선수들은 전 체급에서 독특한 체중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다. 고무줄처럼 몸무게를 늘렸다 줄였다 한다. 그래서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면 계체량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상대와 마주치는 경우가 많다.
유도 무대에서도 -81kg급에서 활약했고, 키도 178cm에 불과한 추성훈이 앤더슨 실바(188cm), 마이클 비스핑(188cm), 리치 프랭클린(186cm), 네이트 마쿼드(186cm) 등 UFC 미들급의 거한들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변화된 룰도 그렇다. 프라이드가 낳은 스타인 반더레이 실바나 미르코 크로캅이 UFC에서 부진했던 결정적 이유는 룰과 장소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실바 스타일의 브라질 타격가들은 스탬핑(상대방을 발로 밟는 공격)과 그라운드 상태에서의 무릎공격이 특기였다. 그러나 UFC에선 이러한 공격이 금지된다. 평생 몸에 익은 기본 틀이 깨질 수밖에 없는 것. 장기로 말하면 차포를 떼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추성훈이 그들만큼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 같지만, 룰과 장소가 바뀐다는 것은 커다란 부담이다. 더구나 얼굴로 날아드는 팔꿈치 공격도 신경 써야 한다. 글러브를 낀 주먹으로 맞는 충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곧바로 골절이나 안면 커트(눈이나 이마가 찢어지는 상태)를 초래할 수 있기에 상대방과의 심리전에서도 밀릴 수 있다.
UFC의 옥타곤은 K-1이나 드림의 링보다 훨씬 넓다. 특유의 스텝을 이용해 상대방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추성훈식 압박전술은 당연히 빛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링 중앙에서 타격으로 들어오는 상대를 붙잡고 밀어붙여 링에 기대게 한 뒤, 로프의 탄력과 유도 기술을 이용해 넘어뜨리는 전술도 ‘광활한’ 옥타곤에선 효용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새로운 전술의 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추성훈을 스타로 만든 경기는 2006년 히어로즈 라이트헤비급 결승전의 멜빈 맨호프 전이다. 마이크 타이슨을 연상시키는 맨호프의 펀치 연타를 막아내고 가까스로 암바를 성공시킨 추성훈의 역전승에 일본과 한국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런데 이 감동의 승리 뒤엔 숨은 사정이 있다. 맨호프는 무시무시한 외모와 황소도 때려잡을 타격 실력을 갖췄지만, 그라운드 기술은 초보 수준이다. 연타를 잘 피했다가 일단 넘어뜨리기만 하면 추성훈이 이긴다는 건 경기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었다. 다시 말해 맨호프는 추성훈에게 최고의 조연이었던 셈이다.
홈 어드밴티지 상실 팬들도 敵
하지만 UFC 미들급에는 맨호프처럼 ‘조연’이 될 만한 선수가 드물다. 이 체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는 차치하더라도, 중견급이든 신인급이든 빈틈이 보이는 상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올라운드 파이터’가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그동안 유도선수 시절부터 다져온 밸런스와 천부적인 타격 센스를 이용해 경기를 풀어온 추성훈은 모든 면에서 기량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상대의 타격에 호되게 얻어맞을 수도 있고, 넘어져 깔릴 수도 있고, 상대의 긴 다리에 갇혀 생소한 서브미션 기술에 걸릴 수도 있다.
그동안 UFC의 문을 두드린 일본인 파이터는 많다. 하지만 오카미 유신 등 일부를 제외하면 성적은 모두 낙제점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일본에서 누리던 홈 어드밴티지의 상실을 꼽는다.
레슬링 국가대표로 수차례 해외원정을 다닌 경험이 있는 코리안 탑팀 전찬열 대표는 홈 어드밴티지가 전체 경기력의 20~30%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결국 추성훈이 상대와 맞붙기 위해 옥타곤에 서는 순간부터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자신의 뿌리인 유도를 상징하는 도복을 차려입고, 늘 자신을 지지하는 많은 아이들 및 세컨드들과 손을 맞잡고 들어오는 엄숙한 입장 퍼포먼스. 이 모든 것은 주 체육위원회가 경기 전반을 관할하는 미국 무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인기 스타 추성훈 혹은 아키야마가 아닌, 그저 동양에서 온 이방인 선수일 따름이다. 미국 팬들의 냉소적인 시선을 오직 실력으로 눌러야 하는 처지다. 그의 인생 최대의 도전이자 시련일 수도 있다.
사실 추성훈이 아닌 누구에게도 UFC는 힘겨운 전쟁터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 시점에서 추성훈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만의 독특한 파이터 기질이다. 2006년 데니스 강과의 대결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데니스 강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추성훈은 보기 좋게 데니스 강을 실신시켰다. 전력은 다소 열세여도 일단 링에 오르면 어떻게든 상대방을 쓰러뜨리려는 야수 본능이 추성훈의 강점이자 파이터 기질이다.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추성훈의 이런 본능이 UFC라는 정글에서는 얼마나 통할까? 맹수들이 득세하는 아프리카 정글 속으로 뛰어든 한국산 호랑이가 승리의 포효를 토해내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체격 큰 상대, 룰과 장소의 변화 부담
추성훈이 활약할 UFC 미들급의 한계 체중은 84kg으로 그동안 활동해온 K-1 히어로즈나 드림의 체급과 거의 같다. 하지만 실제 옥타곤에서 마주쳐야 할 적들의 ‘사이즈’는 너무나 크다. UFC 선수들은 전 체급에서 독특한 체중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다. 고무줄처럼 몸무게를 늘렸다 줄였다 한다. 그래서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면 계체량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상대와 마주치는 경우가 많다.
유도 무대에서도 -81kg급에서 활약했고, 키도 178cm에 불과한 추성훈이 앤더슨 실바(188cm), 마이클 비스핑(188cm), 리치 프랭클린(186cm), 네이트 마쿼드(186cm) 등 UFC 미들급의 거한들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변화된 룰도 그렇다. 프라이드가 낳은 스타인 반더레이 실바나 미르코 크로캅이 UFC에서 부진했던 결정적 이유는 룰과 장소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실바 스타일의 브라질 타격가들은 스탬핑(상대방을 발로 밟는 공격)과 그라운드 상태에서의 무릎공격이 특기였다. 그러나 UFC에선 이러한 공격이 금지된다. 평생 몸에 익은 기본 틀이 깨질 수밖에 없는 것. 장기로 말하면 차포를 떼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추성훈이 그들만큼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 같지만, 룰과 장소가 바뀐다는 것은 커다란 부담이다. 더구나 얼굴로 날아드는 팔꿈치 공격도 신경 써야 한다. 글러브를 낀 주먹으로 맞는 충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곧바로 골절이나 안면 커트(눈이나 이마가 찢어지는 상태)를 초래할 수 있기에 상대방과의 심리전에서도 밀릴 수 있다.
UFC의 옥타곤은 K-1이나 드림의 링보다 훨씬 넓다. 특유의 스텝을 이용해 상대방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추성훈식 압박전술은 당연히 빛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링 중앙에서 타격으로 들어오는 상대를 붙잡고 밀어붙여 링에 기대게 한 뒤, 로프의 탄력과 유도 기술을 이용해 넘어뜨리는 전술도 ‘광활한’ 옥타곤에선 효용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새로운 전술의 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추성훈을 스타로 만든 경기는 2006년 히어로즈 라이트헤비급 결승전의 멜빈 맨호프 전이다. 마이크 타이슨을 연상시키는 맨호프의 펀치 연타를 막아내고 가까스로 암바를 성공시킨 추성훈의 역전승에 일본과 한국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런데 이 감동의 승리 뒤엔 숨은 사정이 있다. 맨호프는 무시무시한 외모와 황소도 때려잡을 타격 실력을 갖췄지만, 그라운드 기술은 초보 수준이다. 연타를 잘 피했다가 일단 넘어뜨리기만 하면 추성훈이 이긴다는 건 경기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었다. 다시 말해 맨호프는 추성훈에게 최고의 조연이었던 셈이다.
홈 어드밴티지 상실 팬들도 敵
하지만 UFC 미들급에는 맨호프처럼 ‘조연’이 될 만한 선수가 드물다. 이 체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는 차치하더라도, 중견급이든 신인급이든 빈틈이 보이는 상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올라운드 파이터’가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그동안 유도선수 시절부터 다져온 밸런스와 천부적인 타격 센스를 이용해 경기를 풀어온 추성훈은 모든 면에서 기량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상대의 타격에 호되게 얻어맞을 수도 있고, 넘어져 깔릴 수도 있고, 상대의 긴 다리에 갇혀 생소한 서브미션 기술에 걸릴 수도 있다.
그동안 UFC의 문을 두드린 일본인 파이터는 많다. 하지만 오카미 유신 등 일부를 제외하면 성적은 모두 낙제점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일본에서 누리던 홈 어드밴티지의 상실을 꼽는다.
레슬링 국가대표로 수차례 해외원정을 다닌 경험이 있는 코리안 탑팀 전찬열 대표는 홈 어드밴티지가 전체 경기력의 20~30%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결국 추성훈이 상대와 맞붙기 위해 옥타곤에 서는 순간부터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자신의 뿌리인 유도를 상징하는 도복을 차려입고, 늘 자신을 지지하는 많은 아이들 및 세컨드들과 손을 맞잡고 들어오는 엄숙한 입장 퍼포먼스. 이 모든 것은 주 체육위원회가 경기 전반을 관할하는 미국 무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인기 스타 추성훈 혹은 아키야마가 아닌, 그저 동양에서 온 이방인 선수일 따름이다. 미국 팬들의 냉소적인 시선을 오직 실력으로 눌러야 하는 처지다. 그의 인생 최대의 도전이자 시련일 수도 있다.
사실 추성훈이 아닌 누구에게도 UFC는 힘겨운 전쟁터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 시점에서 추성훈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만의 독특한 파이터 기질이다. 2006년 데니스 강과의 대결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데니스 강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추성훈은 보기 좋게 데니스 강을 실신시켰다. 전력은 다소 열세여도 일단 링에 오르면 어떻게든 상대방을 쓰러뜨리려는 야수 본능이 추성훈의 강점이자 파이터 기질이다.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추성훈의 이런 본능이 UFC라는 정글에서는 얼마나 통할까? 맹수들이 득세하는 아프리카 정글 속으로 뛰어든 한국산 호랑이가 승리의 포효를 토해내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