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만 잘 드시면 돼요.”
의사들의 이런 ‘일상적인’ 조언에 환자가 고개만 끄덕이던 시대는 갔다. 인터넷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질환에 대해 충분히 배경지식을 습득한 뒤, 의사와 상담하면서 구체적인 처방을 끌어내는 환자의 태도가 이젠 낯설지 않다. 인터넷에는 각종 질환의 정보를 제공하는 카페나 커뮤니티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아무리 작은 병을 검색해도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카페, 커뮤니티가 검색된다.
그중에서도 탈모 관련 카페, 커뮤니티는 그 수와 회원들의 적극성 면에서 다른 커뮤니티를 압도한다. 일단 회원이 수만명 이상인 곳만도 10여 개에 이른다. ‘대다모’(대머리는 다 모여라), ‘초탈모’(초기 탈모 예방 모임), ‘탈모닷컴’, ‘삼탈모’(30대 탈모인들의 모임), ‘이마반’, ‘쑥대머리’ 등이 대표적이다.
1998년 탈모 커뮤니티로는 처음으로 온라인에 개설된 ‘대다모’는 커뮤니티 안에서 각 지역 모임, 여성 모임 등의 소(小)커뮤니티까지 활성화해 있다. 온라인상의 카페나 커뮤니티 가입자가 이처럼 많은 것은 탈모인들이 드러내놓고 고충을 상담할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들이 외출을 꺼리는 것도 한 이유다.
이들 커뮤니티는 운영자는 물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의 상당수가 탈모 예방법과 치료법에선 ‘산전수전’ 다 겪은 산증인이다.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적어도 십수 년간 탈모에 좋다는 것은 거의 다 경험한 탈모인들. 그러다 보니 탈모와 관련한 의학 전문지식을 꿰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도 그들을 일컬어 ‘도가 텄다’라며 혀를 내두른다. 이들은 탈모 전문병원을 돌아다니며 치료법에 대한 임상 체험에도 나섰다. 거기에서 얻은 정보를 기록한 뒤 ‘치료 후기’ 등의 형태로 회원들에게 알린다. 심지어는 탈모치료 관련 해외 논문도 찾아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모 또는 피부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클리닉도 이들을 섣불리 대하지 못한다. 운영자나 회원들은 병원 체험담은 물론 치료 성과를 성적으로 집계해 치료 성공률까지 공개한다. 운영진과 회원뿐 아니라 회원들 간의 쌍방향 정보 공유가 이뤄지므로 병원들은 자칫 잘못하다간 업계에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일부 상업성이 짙은 사이트가 문제가 되긴 하지만, 이들 카페와 커뮤니티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탈모인에겐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희망이자 등대 노릇을 한다. 이미 그곳들은 탈모인의 치료받을 권리를 대변하는 ‘왕국’이 돼 있다.
‘이마반’ 신주호 씨
“‘유전성 탈모’라고 체념하지 말 것, 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
“탈모는 증상이 아니라 몸의 건강 기능을 나타내는 표시창이라고 생각해요.”
회원이 6만여 명에 이르는 탈모 커뮤니티 ‘이마반’(cafe.naver.com/imaban)의 운영자 신주호(34·사진) 씨는 “탈모란 어떤 건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 탈모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였다. ‘표시창’의 색을 밝게 만들려면 우선 몸이 건강해야 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탈모를 예방·치료하는 길이라는 것.
신씨는 10년 넘게 탈모로 고생했다. 하지만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탈모 치료에 좋다고 하는 약은 다 먹어보고 발라봤다. 더러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부작용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적이 더 많았다. 사기도 당했다. 사기꾼에게 속아 효과가 전혀 없는 중국산 샴푸를 수십만원에 산 것은 사기 축에도 들지 않을 정도. 이런 우여곡절 끝에 신씨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탈모 전문가가 됐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믿을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인지 탈모인에게 전해주고 싶었고, 2006년 커뮤니티의 이름 그대로 ‘이마가 반’이라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희망이 됐다.
“탈모 치료제를 먹고 어느 정도 효과를 봤지만, 여성형 유방 증세가 나타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어요. 저 스스로 힘든 경험을 했기에 탈모인을 위해 좋은 것과 나쁜 것, 그리고 좋은 치료나 예방법 중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탈모인, 그들은 정말 절박한 사람들입니다. 오죽하면 소변을 머리에 바르기까지 하겠어요. 진정 믿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그들이 고민에서 탈출하게 돕고 싶습니다.”
신씨가 경험에서 얻은 탈모 예방 및 치료에 관한 최선의 해답은 민간요법과 생활습관 개선이었다. 이렇게 판단한 배경에는 탈모가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유전 요인이 100%라면 제 아버지는 50대부터 머리가 벗겨지고 저는 20대부터 탈모가 시작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는 환경 요인이 탈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3개월 정도 ‘바른생활 사나이’로 생활하며 매일 두피 상태를 사진으로 찍었다. 그것을 ‘탈모 사진 일기’ 형식으로 꾸며 커뮤니티에 올렸다.
“술과 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샴푸도 신경 썼더니, 머리카락이 없던 부위가 서서히 까맣게 덮이더군요. 치료제 없이도 식습관, 생활습관 개선으로 탈모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죠. 유전성이라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하는 분이 의외로 많아요. 그런 인식을 하루빨리 바꿔야 합니다.”
신씨는 더 많은 경험과 정보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고자 스스로 병원의 임상실험 대상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번은 어느 한의원에서 협찬한 연고를 발랐다가 지독한 피부염으로 고생한 적도 있다. 그는 병원에서 ‘유전성 탈모’로 진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나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십만원의 치료비를 내고 병원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은 ‘유전성 탈모’가 전부입니다. 탈모 전문병원이라면서 탈모 진단의 기본 기구인 두피 현미경을 갖추지 않은 곳도 허다하죠. 유전성 탈모라고 판단하는 기준을 여러 각도에서 제 나름대로 세워보고 싶어요. 그러면 회원들이 돈을 적게 들이면서 본인에게 적합한 검사를 받고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탈모닷컴’ 장기영 씨
“탈모는 감기 같은 것, 일상생활에서 해법 찾아라”
4만~5만명이 가입한 탈모닷컴(www.talmo.com)의 운영자 장기영(42·사진) 씨. 그 역시 어릴 때부터 탈모를 고민하던 끝에 탈모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탈모 전도사’가 됐다.
“3대째 이마가 벗겨지는 ‘M자 머리’ 집안이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이마가 훤히 드러나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죠. 군 복무할 때도 모발이 두꺼워지는 효과가 있는 탈모 치료제로 매일 관리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열심히 관리해서인지 더 벗겨지지 않아 다행이지만,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는 말로 다 못하죠. 탈모인들의 고민을 피부로 느끼고 살아왔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나서게 됐습니다.”
장씨는 2006년 기존 업자가 사용하던 ‘talmo.com’ 도메인을 매입해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기존의 정보를 그대로 게재하면 식상하게 여길 것이라는 판단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와 유사한 ‘탈모 지식서비스’ 코너를 만들어 회원들끼리 탈모 치료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했다. 회원들의 답글을 유도하기 위해 일정 개수의 답변을 올리면 현금을 주는 포인트제를 실시했다. 특히 클릭 횟수도 많고 내용 면에서도 요긴한 답변을 올리는 회원에겐 ‘마스터’ 자격을 부여해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이 커뮤니티의 가장 큰 특징은 서양의학보다 한의학이나 자연의학과 관련한 정보가 많다는 점.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유도해 탈모를 예방하는 정보의 비중이 높다.
“탈모는 주로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발생 정도와 시기는 생태 및 자연환경과 관련이 깊죠. 이런 부분은 의사의 처방과 치료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자연식품 섭취와 운동을 통한 체질관리로 탈모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예를 들면 ‘남성형 탈모의 원인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를 분해하는 데는 녹차가 좋다’는 식이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운동이나 마사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 속에서 건전한 식습관과 생활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과 치료법이라고 봐요.”
장씨는 지난해 탈모가 심각한 미혼 노총각 3명에게 무료 모발이식수술을 시켜주는 등 탈모에 대한 정보 제공 외의 형태로도 탈모인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이처럼 많은 탈모 카페나 커뮤니티가 탈모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지나친 상업성으로 비난을 사는 것도 사실이다. 보관 상태가 불량한 저급 탈모 관련 식품의 공동구매, 무분별한 해외원정 모발이식수술 주선 등의 행태가 빚어지는 것. 커뮤니티가 묵인한 가운데 업체들이 제품 사용 후기 등을 조작해 광고 효과를 얻는 경우도 자주 있다. 최근 인터넷 탈모 커뮤니티에서 ‘어려운 사람들끼리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커뮤니티 본연의 순수성을 잃지 말자’며 자정(自淨)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추문 속에서도 ‘꽃보다 머리’를 외치는 전국 탈모인의 인터넷 탈모왕국 접속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의사들의 이런 ‘일상적인’ 조언에 환자가 고개만 끄덕이던 시대는 갔다. 인터넷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질환에 대해 충분히 배경지식을 습득한 뒤, 의사와 상담하면서 구체적인 처방을 끌어내는 환자의 태도가 이젠 낯설지 않다. 인터넷에는 각종 질환의 정보를 제공하는 카페나 커뮤니티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아무리 작은 병을 검색해도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카페, 커뮤니티가 검색된다.
그중에서도 탈모 관련 카페, 커뮤니티는 그 수와 회원들의 적극성 면에서 다른 커뮤니티를 압도한다. 일단 회원이 수만명 이상인 곳만도 10여 개에 이른다. ‘대다모’(대머리는 다 모여라), ‘초탈모’(초기 탈모 예방 모임), ‘탈모닷컴’, ‘삼탈모’(30대 탈모인들의 모임), ‘이마반’, ‘쑥대머리’ 등이 대표적이다.
회원수와 회원 활동의 적극성 면에서 다른 질환 카페나 커뮤니티를 압도하는 탈모 커뮤니티들.
이들 커뮤니티는 운영자는 물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의 상당수가 탈모 예방법과 치료법에선 ‘산전수전’ 다 겪은 산증인이다.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적어도 십수 년간 탈모에 좋다는 것은 거의 다 경험한 탈모인들. 그러다 보니 탈모와 관련한 의학 전문지식을 꿰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도 그들을 일컬어 ‘도가 텄다’라며 혀를 내두른다. 이들은 탈모 전문병원을 돌아다니며 치료법에 대한 임상 체험에도 나섰다. 거기에서 얻은 정보를 기록한 뒤 ‘치료 후기’ 등의 형태로 회원들에게 알린다. 심지어는 탈모치료 관련 해외 논문도 찾아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모 또는 피부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클리닉도 이들을 섣불리 대하지 못한다. 운영자나 회원들은 병원 체험담은 물론 치료 성과를 성적으로 집계해 치료 성공률까지 공개한다. 운영진과 회원뿐 아니라 회원들 간의 쌍방향 정보 공유가 이뤄지므로 병원들은 자칫 잘못하다간 업계에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일부 상업성이 짙은 사이트가 문제가 되긴 하지만, 이들 카페와 커뮤니티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탈모인에겐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희망이자 등대 노릇을 한다. 이미 그곳들은 탈모인의 치료받을 권리를 대변하는 ‘왕국’이 돼 있다.
‘이마반’ 신주호 씨
“‘유전성 탈모’라고 체념하지 말 것, 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
“탈모는 증상이 아니라 몸의 건강 기능을 나타내는 표시창이라고 생각해요.”
회원이 6만여 명에 이르는 탈모 커뮤니티 ‘이마반’(cafe.naver.com/imaban)의 운영자 신주호(34·사진) 씨는 “탈모란 어떤 건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 탈모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였다. ‘표시창’의 색을 밝게 만들려면 우선 몸이 건강해야 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탈모를 예방·치료하는 길이라는 것.
신씨는 10년 넘게 탈모로 고생했다. 하지만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탈모 치료에 좋다고 하는 약은 다 먹어보고 발라봤다. 더러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부작용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적이 더 많았다. 사기도 당했다. 사기꾼에게 속아 효과가 전혀 없는 중국산 샴푸를 수십만원에 산 것은 사기 축에도 들지 않을 정도. 이런 우여곡절 끝에 신씨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탈모 전문가가 됐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믿을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인지 탈모인에게 전해주고 싶었고, 2006년 커뮤니티의 이름 그대로 ‘이마가 반’이라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희망이 됐다.
“탈모 치료제를 먹고 어느 정도 효과를 봤지만, 여성형 유방 증세가 나타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어요. 저 스스로 힘든 경험을 했기에 탈모인을 위해 좋은 것과 나쁜 것, 그리고 좋은 치료나 예방법 중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탈모인, 그들은 정말 절박한 사람들입니다. 오죽하면 소변을 머리에 바르기까지 하겠어요. 진정 믿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그들이 고민에서 탈출하게 돕고 싶습니다.”
신씨가 경험에서 얻은 탈모 예방 및 치료에 관한 최선의 해답은 민간요법과 생활습관 개선이었다. 이렇게 판단한 배경에는 탈모가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유전 요인이 100%라면 제 아버지는 50대부터 머리가 벗겨지고 저는 20대부터 탈모가 시작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는 환경 요인이 탈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3개월 정도 ‘바른생활 사나이’로 생활하며 매일 두피 상태를 사진으로 찍었다. 그것을 ‘탈모 사진 일기’ 형식으로 꾸며 커뮤니티에 올렸다.
“술과 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샴푸도 신경 썼더니, 머리카락이 없던 부위가 서서히 까맣게 덮이더군요. 치료제 없이도 식습관, 생활습관 개선으로 탈모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죠. 유전성이라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하는 분이 의외로 많아요. 그런 인식을 하루빨리 바꿔야 합니다.”
신씨는 더 많은 경험과 정보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고자 스스로 병원의 임상실험 대상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번은 어느 한의원에서 협찬한 연고를 발랐다가 지독한 피부염으로 고생한 적도 있다. 그는 병원에서 ‘유전성 탈모’로 진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나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탈모닷컴이 주관한 두피진단 테스트와 모발관리 캠페인.
‘탈모닷컴’ 장기영 씨
“탈모는 감기 같은 것, 일상생활에서 해법 찾아라”
4만~5만명이 가입한 탈모닷컴(www.talmo.com)의 운영자 장기영(42·사진) 씨. 그 역시 어릴 때부터 탈모를 고민하던 끝에 탈모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탈모 전도사’가 됐다.
“3대째 이마가 벗겨지는 ‘M자 머리’ 집안이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이마가 훤히 드러나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죠. 군 복무할 때도 모발이 두꺼워지는 효과가 있는 탈모 치료제로 매일 관리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열심히 관리해서인지 더 벗겨지지 않아 다행이지만,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는 말로 다 못하죠. 탈모인들의 고민을 피부로 느끼고 살아왔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나서게 됐습니다.”
장씨는 2006년 기존 업자가 사용하던 ‘talmo.com’ 도메인을 매입해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기존의 정보를 그대로 게재하면 식상하게 여길 것이라는 판단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와 유사한 ‘탈모 지식서비스’ 코너를 만들어 회원들끼리 탈모 치료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했다. 회원들의 답글을 유도하기 위해 일정 개수의 답변을 올리면 현금을 주는 포인트제를 실시했다. 특히 클릭 횟수도 많고 내용 면에서도 요긴한 답변을 올리는 회원에겐 ‘마스터’ 자격을 부여해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이 커뮤니티의 가장 큰 특징은 서양의학보다 한의학이나 자연의학과 관련한 정보가 많다는 점.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유도해 탈모를 예방하는 정보의 비중이 높다.
“탈모는 주로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발생 정도와 시기는 생태 및 자연환경과 관련이 깊죠. 이런 부분은 의사의 처방과 치료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자연식품 섭취와 운동을 통한 체질관리로 탈모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예를 들면 ‘남성형 탈모의 원인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를 분해하는 데는 녹차가 좋다’는 식이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운동이나 마사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 속에서 건전한 식습관과 생활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과 치료법이라고 봐요.”
장씨는 지난해 탈모가 심각한 미혼 노총각 3명에게 무료 모발이식수술을 시켜주는 등 탈모에 대한 정보 제공 외의 형태로도 탈모인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이처럼 많은 탈모 카페나 커뮤니티가 탈모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지나친 상업성으로 비난을 사는 것도 사실이다. 보관 상태가 불량한 저급 탈모 관련 식품의 공동구매, 무분별한 해외원정 모발이식수술 주선 등의 행태가 빚어지는 것. 커뮤니티가 묵인한 가운데 업체들이 제품 사용 후기 등을 조작해 광고 효과를 얻는 경우도 자주 있다. 최근 인터넷 탈모 커뮤니티에서 ‘어려운 사람들끼리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커뮤니티 본연의 순수성을 잃지 말자’며 자정(自淨)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추문 속에서도 ‘꽃보다 머리’를 외치는 전국 탈모인의 인터넷 탈모왕국 접속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