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아 리조트에는 전용 비치가 있어 다른 리조트 숙박객이 퀄리아의 풍경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리조트의 위치부터 설명하자. 호주 동북쪽으로 우리나라의 20배 크기인 퀸즐랜드 주가 자리하는데, 리조트가 있는 해밀턴 섬은 주 한쪽에 조각구름처럼 걸려 있다. 섬의 위치는 그야말로 명당이다. 길이가 무려 2000km에 이르러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자연유산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산호초 지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가 섬 주변을 오라처럼 감싸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브리즈번까지 9시간 10분을 날아간 후, 그곳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 30분을 더 가야 따사로운 볕이 쏟아지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넉넉잡아 2시간 정도면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이 작은 섬의 주인은 나라가 아닌 개인이다. 마중 나온 리조트 직원 마사코가 자랑스럽다는 듯 이야기한다. “안셋 항공사가 파산하면서 호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인 오트레이 가문이 해밀턴 섬을 인수했어요. 인수 금액도 약 2500억원에 달했죠. 오트레이 가문이 이곳을 인수하면서 섬은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됐어요. 매년 요트 레이싱 대회가 열리고, 5성급 이상 호텔도 계속 문을 열고 있죠. 부자들의 여름 별장도 매년 그 수가 늘고 있어요.”
퀄리아 리조트는 섬 전체를 최고의 휴양지로 만들고자 하는 오트레이 가문이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다. 오트레이 가문은 섬의 구입을 결정함과 동시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식스스타 리조트 건립을 추진했고, 지난해 가을 이곳을 오픈했다. 리조트는 해밀턴 섬에 있는 여타 리조트와 확연히 구분된다. 섬의 최북단에 자리한다는 것부터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남반구에 자리한 호주는 북쪽을 향해 창이 난 가옥과 리조트가 좋은 곳으로 인정받는다. 북반구에서 남향 가옥이 더 비싼 값에 팔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리조트는 섬 최북단에 있어 볕이 빨리 들고 더 오래가는데, 모든 객실 역시 북쪽으로 창을 내 볕이 오랜 시간 풍경 곳곳에 머물도록 했다.
언덕에 자리한 리조트 앞으로 남태평양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수면 위로 부서지는 빛의 일렁임을 낚싯배와 크루즈가 소리 없이 가를 뿐, 그곳에서는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참, 가끔씩 “와우” 하는 환호성이 희미하게 들리긴 한다. 이는 리조트 앞쪽 바다에 퀄리아 전용 요트를 타고 나간 사람들이 큼지막한 물고기를 낚은 뒤 자축하는 소리다. 남태평양 한쪽 바다에서는 주로 숭어와 대구가 잡힌다.
소음은 들리지 않되, 자연의 소리는 가까이에서 들린다. 60개의 파빌리온이 모두 남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데 객실에서 도보로 2~3분이면 해변에 닿을 만큼 그 거리가 가깝다. 리조트 최고의 명당은 4, 5, 6, 7번 객실로 이들 객실은 해변과 맞닿아 있어 파도 소리가 더욱 선명하다. 객실에 딸린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팔을 괸 채 눈을 감으면 파도 소리와 흰색 앵무새의 울음소리가 번갈아가며 들린다.
리조트 내 객실과 레스토랑은 최고급 가구와 재료로 만들어졌다(왼쪽). 리조트는 헬기투어, 크루즈를 타고 인근 무인도로 떠나는 소풍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오른쪽).
객실과 레스토랑의 ‘디테일’ 역시 흠잡을 데 없다. 가구에 사용된 목재는 주로 피아노를 만드는 데 쓰이는 남미의 로즈우드고, 와인잔을 비롯한 유리 식기류는 독일의 리델사 제품이다. 그릇은 대부분 빌레로이 · 보흐이고, 욕실에는 이탈리아의 용암석인 바살티나를 깔았다. 규모 면에서도 여느 리조트에 뒤지지 않는다. 각각의 파빌리온은 호텔의 스탠더드 룸보다 4배 정도 크고, 리조트 전체 면적은 12만1440㎡(약 3만6800평)에 이른다.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헬기 투어는 꼭 한 번 체험해볼 만하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는 눈부신 풍경 때문이다. 산호초가 살지 않는 일반적인 바다와 산호초가 넘실대는 바다는 색깔부터 다르다. 일반적인 바다의 빛깔이 푸르거나 검은색에 가깝다면 산호초 가득한 바다는 투명하고 연한 하늘색이다. 특히 해밀턴 섬 일대는 수심이 얕은 곳에 산호초가 많아, 태양 볕을 그득 머금은 산호초들로 수면이 반짝반짝 일렁인다. 마치 수천만 개의 푸른 보석을 수면 아래에 소금처럼 흩뿌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러한 풍경이 헬기를 타고 보아도 한참 계속될 만큼 끝없이 이어진다. 헬기를 몰았던 조종사 애시 호건이 꿈꾸듯 이야기한다.
“창공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참으로 눈부셔요. 무인도의 뒤편, 크루즈로는 갈 수 없는 캥거루가 가득한 숲, 키 작은 수생식물이 융단처럼 펼쳐진 늪 등을 모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죠. 헬기 조정 자격증을 따려면 5000만원 정도가 드는데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풍경은 하늘 위가 아니라면 볼 수 없을 테니까요.”
리조트 전용 이착륙장에 헬기가 내리니 직원이 마중 나와 있다. ‘버기’를 타고 객실로 이동하는 길, 3~4마리의 이름 모를 새가 풀숲에 내려앉는다. 노을이 내린 리조트는 여전히 고요하다. 속으로 생각했던 듯하다. 결혼 10주년 같은 의미 깊은 날에 가족과 꼭 다시 오리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