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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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에 목마른 우체국 배탈날라

보험 판매 강요·할인요금제 신설 등 잇단 잡음…공익성 뒷전 위상 추락 우려 목소리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8-10-20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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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에 목마른 우체국 배탈날라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집배원들.

    요즘 우정사업본부 안팎에서 소탐대실(小貪大失)이 회자된다. 직원들에게 보험 판매실적을 강요해 물의를 빚거나, 특별할인 요금제를 신설해 특혜 시비에 휘말리는 등 작은 이익을 좇다 그동안 쌓은 위상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나 실적 부진자, 보험 판매 독촉 안간힘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보험 판매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의 보험모집을 제한하고 보험모집 교육을 강화하는 우체국보험 직원 운영지침(2008년 10월1일 시행)을 개정하자 일부 우체국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개정된 운영지침은 1년간(2007년 12월~2008년 11월) 신계약액 5000만원 이하 실적 부진 직원은 향후 6개월간 보험모집을 할 수 없으며, 보험모집을 재개할 경우 보험교육(사이버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는 게 뼈대다. 개정 전에는 일정 교육을 받으면 기간에 관계없이 보험모집이 가능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지침 개정은 보험 판매에 자질이 없는 직원들의 교육을 강화하고, 보험모집 의사가 없는 직원들의 경우 보험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설명한다.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 김종묵 사무관은 “6개월 판매금지 제한은 실적이 부진한 직원의 (보험 판매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일정한 재교육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반영해) 2008년 보험 판매 목표도 전년에 비해 30%가량 줄였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8개 체신청별로 1년 보험 할당 목표가 주어지는데, 각 체신청은 관내 우체국 규모 등을 감안해 판매 목표치를 다시 내려보낸다.

    문제는 이러한 운영지침이 각 지역 체신청과 우체국에 하달되자 우체국장(총괄국장)이 올해 목표치 달성을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것. 올 연말 신계약액 5000만원 이하의 실적 부진 직원이 많이 생기면 개정된 지침에 따라 그 우체국은 내년 상반기에 보험 판매를 할 수 있는 직원이 그만큼 줄어 실적이 낮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우체국은 최근 공문을 통해 “개정 지침에 의거, 6개월간 보험모집이 제한되므로 2009년 보험사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계약액 5000만원 이하인 보험모집 제한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매주 실적을 통보하겠으며, 다음 달에는 실적 부진자 집합교육을 하겠다”며 직원들의 보험 실적을 공개했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임직원도 소비자인데, 소비자 처지에서 보면 자신이나 가족의 구매 의사에 반하는 제품을 구매할 우려가 있어 합리적 구매를 저해한다는 판단이다.

    서울 공정거래사무소 이준형 사무관은 “우체국이 국가기관이긴 하지만 보험사업자에 해당될 것 같다. 목표를 개인별로 설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외형적으로 보면 사원판매인 것 같지만, 시장에서 경쟁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보통 우체국의 창구직원만 보험을 판매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체국 직원 대부분이 보험 판매를 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8개 체신청 산하 3662개(2008년 7월 현재) 우체국에 배치된 직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합쳐 4만3000여 명. 그중 3만여 명이 보험 판매를 하고 있다. 보험 판매만 전담하는 보험관리사 3900여 명은 별도다. 대규모 인원이 보험모집에 나서다 보니 한 명씩만 보험상품을 판매해도 실적이 좋다. 그래서일까. 전체 보험 판매실적 중 임직원이 판매한 보험 점유비는 절반에 육박한다.

    우체국 보험(임직원 실적)
    구분 2004 2005 2006 2007 2008. 8월
    총실적(억원) 295,645 329,365 315,518 278,835 212,409
    임직원 가입 12,464 14,859 21,537 19,223 14,117
    점유비(%) 4.2 4.5 6.8 6.9 6.6
    임직원 인수(모집) 151,302 153,251 144,509 131,097 97,855
    점유비(%) 51.2 46.5 45.8 47.0 46.1


    신계약액 기준



    이익에 목마른 우체국 배탈날라

    서울 종로구 우정사업본부 전경.

    올해 8월까지의 실적은 지난해 전체의 76%를 넘어섰다. 우정사업본부의 설명대로 올해 목표치를 30% 낮췄는데도 이 정도라면 임직원들이 발로 뛴 결과다.

    한 우체국 직원의 말이다.

    “요즘은 공무원으로서 회의가 든다. 공무원에 임용됐을 당시만 해도 친지에게 보험 들라고 전화하게 될 줄은 몰랐다. 현재 (우체국) 관내 신계약액이 5000만원이 안 되는 실적 부진 직원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험 들라고 독촉하느라 난리도 아니다.”

    이들은 보험 판매실적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앞선다고 한다. 해마다 전체 사업 내용을 바탕으로 1~5등급으로 나눠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이때도 보험실적이 반영되기 때문. 상사에게 ‘괘씸죄’로 찍히는 것도 달갑지 않다.

    전국체신노동조합 김두일 조사국장은 “보험 판매실적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여부를 묻는 질의가 (노조로) 많이 온다. 하지만 승진은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 (보험판매 목표) 할당은 노조에서 제지하고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보험 판매로 실적을 올리고 수당을 챙기는 직원도 적지 않다.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처럼 1000만원짜리 보험을 1년에 5개만 팔면 된다. 하지만 ‘국영보험으로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로 시작되는 우체국 보험의 특징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자산 23조1000억원, 시장점유율 6.6%(5위), 2000년 이후 누적 흑자 3347억원으로 국가 재정에 기여했다’는 우정사업본부 업무현황(2008년 9월18일)과 ‘10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에 가려진 문제점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둘 시장 개방 前 우월적 지위 확보?

    “국내외 우편시장 환경변화에 대처하고 다양화,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국가가 독점하는 우편사업의 범위를 축소….”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우편법 일부 개정안의 국회 상정을 위해 밝힌 개정 취지다. 이 개정안은 17대 국회에 상정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돼 현재 국회에 재상정됐다. 하지만 개정 취지와 달리 최근 사업내용을 놓고 시장 개방 전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독점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높다. 우체국 민영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광고 전단지

    올해 4월 우정사업본부는 광고 전단지 시험배송 서비스를 실시했다. 속칭 ‘찌라시’를 우편봉투에 넣어 각 가정으로 발송함으로써 ‘합법적’인 우편물로 전환하겠다는 것.

    현행 우편법상 광고 전단지는 우정사업본부가 독점적으로 배달하는 ‘신서(信書)’에 해당한다. ‘신서’란 의사전달을 위해 문자, 기호, 부호 또는 그림 등으로 표시한 전단. 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면 택배나 퀵서비스 등 거의 모든 배송이 불법이다. 이런 비현실성을 감안해 개정안에는 신서가 서신으로 바뀌었고, 그 범위도 구체화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연간 2500억원대에 이르는 전단지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방법론. 우정사업본부가 전단지 배송을 대행할 3개 민간업체를 선정하고 이들 업체에 ‘우체국 대행업체’라는 합법적 마크를 부여하는 대신 수수료로 45%를 요구한 것이다. 장당 70~80원인 배송 비용 가운데 절반가량을 ‘합법’이란 이름으로 가져가겠다는 것.

    한 배송업체 관계자는 “몇 번 시도하려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자산인 우체통에 전단지를 투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지금도 대행하라고 하지만 남는 게 없다. 배송 합법화를 이유로 45%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서비스는 대행업체가 없어 잠정 중단된 상태. 민간 배송업체에 속한 배송원 수는 5만여 명으로 월 급여는 150만원에도 못 미친다.

    이익에 목마른 우체국 배탈날라

    서울의 한 우체국 보험 창구.

    ● 카탈로그 요금제

    2007년 연말부터 시행된 ‘카탈로그 요금제’도 뒷말이 무성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카탈로그(상품안내서)를 발행하는 곳은 메이저 홈쇼핑업체들로 2007년 한 해만 약 1억2000만부(시장 규모 연간 약 450억원)가 발송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카탈로그 시장’이 향후 경쟁력 있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12개사와 카탈로그 요금제 계약을 체결하고 감액률을 60%로 적용했다. 우체국 우편요금 감액제도에 따르면, 홍보성 우편물은 물량에 따라 15~49% 감액해주도록 돼 있다. 카탈로그 요금제를 만들어 특정 업체(대부분 대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비판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 요금제로 홈쇼핑업체들의 주요 회원사인 한국온라인쇼핑협회(KOLSA)는 최소 15% 이상 우편 발송비용 절감효과를 본 것으로 집계한 반면, 우정사업본부는 배송 물량이 증가한 것에 비해 지나친 할인율 적용으로 매출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우정사업본부 김윤기 마케팅팀장은 “민간 배송업체는 우체국 요금보다 10~20% 싸게 배송한다. 시장 개방에 대비해 이들 물량을 확보하고 안정적 수익을 위해 이 요금제를 신설했다”면서 “수익은 분석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업체 역시 배송 물량이 줄어든 데다 낮은 배송 단가에 맞춰 요금을 내려야 하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한 배송업체 관계자는 “국민 세금과 영세 민간기업의 매출을 대기업에 갖다 주고 그 대가로 우정사업본부의 독점 영역을 강화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와 민간 배송업체가 배송하고 있으며, 민간 배송업체의 매출 규모는 약 15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 신용카드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법 개정안에 2500원 이하의 신용카드 및 상업용 서류(25g의 10배 이하)를 우정사업본부의 독점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카드 수령 시 본인이 직접 사인해야 받을 수 있는 동의서 카드를 제외한 일반카드 배송은 우정사업본부가 독점하게 된다. 이 신용카드 배송 시장 규모는 약 1000억원.

    카드사들은 법으로 우체국의 독점 영역이 된다면 우체국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배달 지연 등 서비스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민간 배송업체들은 우정사업본부가 처리하지 못하는 물량을 민간에 재위탁하리라 전망하지만, 광고 전단지 사업에서처럼 상당한 수수료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 개정 전 여신금융협회 등은 신용카드 발송은 제외해달라고 의견을 냈지만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셋 민간 배송업체와 ‘윈-윈’ 방법은 없나

    이러한 우정사업본부의 노력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동안 ‘신서독점권’의 우산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독점적 지위를 되찾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김 팀장은 “시장 분석 결과 2조5000억원 우편 시장 가운데 민간 시장이 8000억원 규모로 나와 깜짝 놀랐다. 이번 사업 역시 더 이상 우편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가 주장하는 당위성을 새삼 곱씹더라도 일반적인 우편 요금제에 반하는 특정 요금제를 만들고, 광고 전단지 사례처럼 수수료를 챙기려다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등의 문제는 ‘수익성 좋은 시장’을 손쉽게 차지하려는 데 대한 대가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물론 우정사업본부 처지에선 도심지역 등 비용이 적게 드는 곳에서만 배송하는 민간업체가 ‘밉상’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저소득층인 민간 배송원의 생계 등을 염두에 두고 민간업계와 함께 ‘윈-윈’하는 방법은 없었는지, 경쟁력을 무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은 있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강용석 의원(한나라당)은 “우정사업본부는 공익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관이다. ‘공공의 힘’은 국민 복지를 위한 것이지 ‘영리’를 위해 사용하면 횡포가 된다”며 “임직원에게 보험 판매를 강요하고, 홍보우편물 확보를 위해 특정 대상에게 일정 물량을 조건으로 할인제도 혜택을 주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이라도 선진국의 우정사업본부들이 어떠한 자세로 임할 때 국민에게 사랑받는지를 겸손한 마음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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