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25일 열린 제110회 서울옥션 경매 장면.
여기서 참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같은 작가의 작품일지라도 경매 기록을 세운 작품과 지금 사고자 고민하는 작품이 분명 다르다는 점이다. 경매 기록이 유독 그 경매에서만 나타난 이례적인 결과일 경우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체적으로 작품을 팔려는 측이나 사려는 측 모두 경매가 끝난 직후, 즉 결과를 보고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이 A급에 속하는 좋은 작품이었다면 이후로는 그에 못 미치는 작품들이 A급 가격 기준으로 쏟아져나올 때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시장이 정체기인 경우는 어떤 경매가 특히 중요한 경매이고 중요한 기록인지 판단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연중 작은 경매가 지속적으로 열리지만, 이 경매들의 결과가 모두 시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켓의 지표로 작용될 수 있는 의미 있는 경매 기록과 마켓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록이 혼재돼 보도되기 때문에 시장이 실제보다 비관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최근 모 경매사에서 열린 작은 경매의 낙찰률이 53% 정도에 그쳤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를 본 많은 컬렉터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경매 출품작들을 들여다보면 본격적인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고, 몇몇 개인 소장가의 소장품을 판매하는 정도였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정체기는 길어질 수도 있고 생각보다 짧아질 수도 있다. 정체기의 지속 여부에는 컬렉터들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다. 차라리 지금의 정체기를 안정적인 투자조건을 만드는 시스템 구축기로, 그리고 미술시장을 공부하는 시간이나 국내외 작가들을 연구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성장을 도모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