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국제음악축제의 상주 악단으로 활동하는 세종솔로이스츠.
누구나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가 있겠지만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을 쓴 패트리샤 슐츠는 이 리스트에 수많은 음악축제를 올렸다. 잘츠부르크, 바이로이트, 코크재즈,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음악축제에선 그만큼 삶의 황홀함을 만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만간 그의 리스트에 오를지 모를 음악축제가 국내에 있다. 7월30일~8월22일 강원도 평창 강릉 일원에서 열리는 대관령국제음악축제가 그것. 피서와 클래식 음악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삶의 재충전 코스로도 각광받는 이 축제는 지난해 국고지원 공연예술행사 중 음악분야 1위로 평가받는 등 해마다 완성도를 더해가고 있다. 올해로 5회째. 강효(바이올리니스트) 예일대 음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고,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세종솔로이스츠가 상주 실내악단으로 활약 중이다. 축제 기간에 총 55회 이상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이며, 젊은 음악도들을 양성하는 음악학교도 2주간 열린다.
올해 이 축제의 주제는 ‘음악-이미지-텍스트’로, 음악에 영상과 문학적 요소가 더해진다.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에 얼 킴이 곡을 붙인 실내악 ‘에 조’, 여류시인인 앤 섹스턴이 딸에게 보낸 편지에 얼 킴이 곡을 붙인 실내악 ‘린다에게’, 필립 글래스가 장 콕토의 무성영화에 맞춰 작곡한 오페라 ‘미녀와 야수’ 등이 이번 축제의 대표작들이다. 이 밖에 첼리스트 정명화·지안 왕,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교코 다케자와, 피아니스트 신수정, 영국 현악 4중주단 ‘엔델리온’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 빌라 로보스 브라질풍의 바흐 5번, 쇼팽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 등 명곡들을 선보인다. 강효 예술감독은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수작과 귀에 익은 아름다운 곡을 함께 소개한다. 올해는 관객들이 음악, 영상, 문학이 함께하는 새로운 예술세계를 느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인기 만화 가운데 ‘노다메 칸타빌레’와 더불어 손꼽히는 작품이 ‘피아노의 숲’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지만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난 피아노로 인해 천재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카이, 유복한 환경 속에서 노력해 유명 피아니스트로 꿈을 키워나가는 슈헤이의 우정과 경쟁이 드라마틱하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클래식 피아노 명곡 23곡을 모은 앨범 ‘피아노 숲’이 나왔다(소니BMG, 3CD). 이번 앨범에는 백건우, 임동혁, 손열음, 벤 킴 등 유명 한국인 피아니스트들과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아르카디 볼로도스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가 대거 수록돼 눈길을 끈다.
첫 번째 CD 서두에서 손열음이 연주하는 쇼팽의 왈츠 4곡은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4번(일명 ‘월광’), 백건우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D단조, 임동혁의 쇼팽 피아노 소나타 제3번 B단조 등은 녹음이 우거진 숲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듯하다. 음반 출시와 더불어 신간 ‘피아노의 숲’ 15권이 나오고,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도 올 여름 개봉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