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인류 멸망 그 후’의 한 장면.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가 5월22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상암CGV에서 열린다. 이 영화제를 소개하는 공식 기자회견이 4월15일 한국프레스센터 레이첼카슨룸에서 열렸다. 잘 알려졌다시피 레이첼 카슨은 전설적인 여성 환경과학자다. 그는 1962년 출판한 ‘침묵의 봄’이란 저서를 통해 살충제 DDT가 생명체를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공포의 물질이라고 고발해 이후 DDT 사용이 금지됐다.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카슨은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는다. 그의 이름을 딴 방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니 분위기가 사뭇 진지했다.
최열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충남 태안 앞바다에 흘려진 기름을 보고 환경문제가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문제이며,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과제라는 점을 절감했다”면서 “이제 환경을 살리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운을 뗐다. 황혜림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역대 다큐멘터리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성적을 기록한 ‘지구(Earth)’를 비롯한 37개국 160편의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라면서 “국제 경쟁부문의 경우 71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721편 중 예심을 통과한 21편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5월22일부터 열리는 서울환경영화제는 다큐멘터리, 극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환경영화를 선보인다.
태안 참사 70일 기록 ‘검은 눈물’ 특별 상영
결선에 오른 21편 중 장편영화는 10편으로 모두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이 가운데 ‘구름이 걷힐 때’는 광산기업에 맞서 싸워 이긴 에콰도르의 산골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떡갈나무 #419’는 400년 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떡갈나무가 도로 건설 때문에 잘리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의 시위를 담았다. 몽골 초원의 소녀 푸지에와 일본 사진작가의 만남을 다룬 ‘푸지에’는 유목생활의 매력과 도시화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유목민의 현실을 가슴 아픈 반전(反轉)과 함께 보여주는 수작이다.
결선 통과작 중 단편은 11편으로 다큐멘터리, 극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그레이나, 마지막 치즈의 맛’은 고유의 치즈를 만들던 전통 방식 대신 자동화 생산을 채택한 알프스 산골의 풍경을 그렸고, ‘침묵의 눈’은 지구온난화로 사라질 그린란드 마을을 탐방한 다큐멘터리다. 애니메이션 ‘에덴’은 다양한 동물들을 서슴없이 죽이며 먹어치우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자연 약탈을 일삼는지를 고발했고, 극영화 ‘갑시다’는 강제 이주가 끝나가는 경기 평택시 대추리의 풍경을 담았다.
이번 영화제에는 태안 앞바다도 등장한다. 지난해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유출 사고가 터지자마자 몇 달 동안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은 복진오 감독의 ‘검은 눈물’이 특별 상영되는 것.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태안에서 애쓴 100만 자원봉사자들에게 1인 5회까지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자원봉사 확인증을 갖고 가면 현장에서 티켓을 발행해준다. 5월8일부터 영화제 홈페이지(www.gffis.org)와 예스24 예매페이지(http://movie.yes24.com/gffis)에서 온라인 예매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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