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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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러시아 우주인의 날

  • 동아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입력2008-05-07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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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운 러시아 우주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우주인들. 마나코프, 토카레프, 테레슈코바 씨(위부터).

    이소연 씨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다녀오기 전후로 만난 러시아 우주인들은 수많은 비행경력을 자랑하며 우주 탐험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4월11일 모스크바 동북쪽 가가린센터에서 만난 우주인들도 그랬다.

    러시아 현역 및 퇴역 우주인들은 매년 4월12일이면 우주인의 산실인 가가린센터에 모여 우주인의 날 기념행사를 연다. 이날은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1961년 우주선 보스토크호를 타고 우주비행에 성공한 날. 올해는 기념 행사일이 토요일이어서 전·현직 우주인들을 위한 행사는 하루 앞당겨 열었다. 이날 20명이 넘는 우주인이 참석했다고 가가린센터 안내자는 설명했다. 우주비행 경험이 있는 러시아 우주인은 100명을 넘어서 미국 다음으로 많다.

    기념식은 가가린에 대한 일화 소개, 우주인 시상식, 기념 콘서트 순으로 진행됐다. 콘서트가 시작되자 일부 우주인들은 행사장에서 나와 음료수를 마시며 흔쾌히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1990년과 1993년 두 차례에 걸쳐 ISS를 다녀온 겐나디 마나코프 씨도 행사장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과거의 명성은 뒤로한 채 지금은 퇴역 우주인이 됐다. 초면인데도 기자들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네는 마나코프 씨는 “선진국의 우주산업은 우주인 첫 배출 뒤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며 “한국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우주산업 발전 전략에 대해 “첫 단계에서는 러시아 같은 우주 선진국과 협력을 다지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자립 기반을 마련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전·현 우주인들 20여 명 참석 … 한국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아



    마나코프 씨는 1993년 비행을 앞두고 프랑스 최초 여성우주인으로 프랑스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클로디 에네레 씨와 함께 훈련을 받았다. 그는 “클로디가 남자였다면 장관까지는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우주인의 가치는 그만큼 크기 때문에 한국의 이소연 씨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군 조종사 출신인 그는 인터뷰 도중 숨겨진 과거도 소개했다. 그는 1975~1978년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에서 정찰기를 타고 있다가 한반도를 향해 수많은 출격 비행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항공기에서 찍은 평양과 서울 거리 사진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때 작전이 죄가 되느냐”고 되물었다.

    지난해 4월11일 지구로 귀환한 발레리 토카레프 씨는 지금도 현역 우주인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는 1999년 ISS에 머물 때 미국 여성우주인 토미 저니젠, 캐나다 여성우주인 줄리 페이예와 함께 생활했다. 하지만 지난해 ISS에 머물 때는 승무원이 모두 남성이었다. 그는 “우주탐험 증가에 따라 남녀 우주인은 지상과 마찬가지로 공존의 길을 찾을 것”이라며 “여성 우주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 나온 러시아 최초 여성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슈코바 씨는 사진을 찍는 취재진에게 “지정된 자리에 앉으라”고 소리쳤다. 테레슈코바 씨는 무더운 행사장에서 3시간 넘게 꼿꼿이 자리를 지켰다. 좁은 우주선과 ISS 환경에서 근무 규정을 철저히 지키던 그의 습관은 70세가 넘어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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