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독점, 담합 등 각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온 통합지휘무선통신망 사업(이하 TRS 사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감사원이 답을 내놨다. 결론적으로 “사업이 처음부터 잘못 설계됐고 추진 과정에서도 독점과 담합이 발생, 수백억원 넘는 예산이 낭비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수년째 논란이 돼온 TRS 사업은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3월10일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청, 철도청 등이 발주한 15개 TRS 구매입찰에서 담합한 (주)리노스와 (주)씨그널정보통신, 회명산업(주) 3개사와 이들의 담합을 지시한 모토로라코리아 등 4개사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모토로라코리아가 6억96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주)리노스가 1억9800만원, (주)씨그널정보통신이 6500만원, 회명산업(주)이 1900만원이었다.
공정위 발표 사흘 후인 3월13일 감사원도 2년간 끌어오던 TRS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내놨다. “대형재난 발생 시 국가기관의 신속대응을 위해 통신망을 연결하는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사업이 특정 회사의 독점과 예산과다 투입 등의 문제가 있어 사업추진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발표내용의 핵심이었다. 감사원은 또한 소방방재청, 경찰청 등 14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한 결과 “통합지휘무선망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경제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사업추진 방식의 재검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무총리실 등 관련기관에 통보하고 예산낭비 등을 초래한 관련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지난해 ‘주간동아’ 의혹 제기 사실로 판명
‘주간동아’는 지난해 12월 ‘줄줄 새는 참여정부 혈세’(613호)라는 제하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TRS 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하고 공정위와 감사원의 조사결과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주간동아가 제기한 의혹은 △특정 업체(모토로라)에 대한 특혜와 독점 △담합 △가격 부풀리기 △TRS 사업 관련 문제의 축소 은폐 △장비공급업체의 정·관계 로비 등이다.
공정위와 감사원의 조사결과에서 드러난 사실은 주간동아가 제기했던 의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감사원은 주간동아가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했던 장비공급업체의 ‘특혜와 독점’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다. 다음은 감사원 조사결과 중 일부다.
“전체 사업 계획을 마련하여 관련업체들과 협상하여야 하는데도 협상 없이 분할 발주하면서 다른 기종 간에는 연동이 불가능한데도 기존 TRS망과 연동하도록 함으로써 기존 TRS망을 구축한 특정 기업의 독점으로 예산 낭비, 기술 종속 등 초래.”(14쪽)
기본설계조차 없이 TRS 사업이 졸속 추진됐다는 주간동아의 지적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소방방재청에서는 동 통합망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통신망 구축의 기본설계에 해당하는 정보화 전략계획(ISP)을 사전에 수립하지 않고 장비공급업체 간 경쟁유도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라고 밝혀 사실상 사업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또 담합, 가격 부풀리기와 관련해 공정위는 “모토로라의 TRS 국내 총판 3개사는 본건 15개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자를 합의로 결정하고 들러리 투찰가격 등에 대한 세부 협의를 통해 합의한 대로 실행하였음”이라고 밝혀 담합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에 공정위가 적발한 담합행위 결과 모토로라의 총판 3개사는 입찰담합으로 15개 입찰에서 평균 97.1%의 낙찰률을 보였으며, 같은 입찰에 참여한 총판 3개사의 평균 투찰률은 97.6%로 높았다. 3개사 외의 다른 국내업체가 참여한 입찰에서 평균 낙찰률이 86.6%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었음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심지어 “모토로라는 총판별 수요처 배분안 작성, 총판 3개사와의 정기적 모임, 개별 입찰건에 대한 각 총판과 회의, 총판교육, 기술지원 및 장비공급 확약 등을 통해 총판 3개사로 하여금 상기한 입찰담합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TRS 사업의 총사업비가 1조3120억원이며 이중 낭비, 중복 투자된 비용이 6514억원에 달한다(감사원 감사결과 38쪽)”고 밝혔다.
소방방재청 등 입찰담합 조사에서 제외
그러나 이번 공정위와 감사원의 조사결과는 몇 가지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담합 부분에서는 두 기관의 해석과 판단이 일부 달라 의문을 던진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조사에서 경찰청과 소방방재청 등 공공기관에 1032억원이 넘는 무선통신 시스템을 납품한 모토로라코리아의 담합 의혹에 대해 269억원만 담합으로 인정했다. 각각 100억원이 넘는 납품이 이뤄진 경기지방경찰청과 소방방재청 등은 처음부터 조사에서 제외됐다. 2005년 12월 모토로라의 국내 총판 중 하나인 (주)리노스가 서울통신기술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경기경찰청에 납품한 119억8000만원대 단말기 낙찰률은 97.41%였지만 이번 공정위 조사대상에서는 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 10월 소방방재청에 대한 두 건의 납품도 낙찰률이 97.42%와 96.98%에 이르렀지만 모두 제외됐다. 두 건의 납품가격은 각각 96억2000만원과 14억2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소방방재청의 2005년 10월 입찰건은 담합 의혹이 있다”고 밝혀 공정위 조사와 차이를 보였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2005년 6월 대구시 지하철공사의 무선송수신기 납품(21억5900만원)의 담합 의혹을 제외시켰다.
특히 공정위와 감사원은 모두 서울통신기술과 관련된 입찰에 대해서는 담합 의혹을 제기하지 않아 관심을 모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최대주주(지분율 46.06%)로 있는 서울통신기술이 관련된 납품 건은 낙찰률이 96.98%, 97.41%에 달했음에도 이번 담합조사에서는 모두 제외된 것이다. 공정위 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 만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측은 “담합 혐의가 짙은 사안들이 더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잡지 못해 담합 대상에서 제외했다. 적은 인원으로 방대한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감사원의 책임 부분은 언급하지 않아 또 다른 의문을 남긴다. 주간동아는 지난해 TRS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감사원의 책임을 지적한 바 있다. 사업이 시작된 배경에 감사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감사원 결과에는 감사원에 대한 어떠한 지적도, 감사원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도 내려지지 않아 자기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주)리노스의 한 관계자조차 “TRS 사업은 처음부터 감사원이 주도한 사업이다. 2003년 9월 나온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에 대한 감사원 조사결과가 결국 이 사업이 가능하게 된 원인이 됐다. 가장 큰 책임은 감사원에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감사원의 책임 부분은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이미 수천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원점으로 돌아간 TRS 사업. 남은 과제는 계획도 없이 사업을 추진했던 관련 공무원들과 업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처벌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TRS 사업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도 당연히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3월10일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청, 철도청 등이 발주한 15개 TRS 구매입찰에서 담합한 (주)리노스와 (주)씨그널정보통신, 회명산업(주) 3개사와 이들의 담합을 지시한 모토로라코리아 등 4개사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모토로라코리아가 6억96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주)리노스가 1억9800만원, (주)씨그널정보통신이 6500만원, 회명산업(주)이 1900만원이었다.
공정위 발표 사흘 후인 3월13일 감사원도 2년간 끌어오던 TRS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내놨다. “대형재난 발생 시 국가기관의 신속대응을 위해 통신망을 연결하는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사업이 특정 회사의 독점과 예산과다 투입 등의 문제가 있어 사업추진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발표내용의 핵심이었다. 감사원은 또한 소방방재청, 경찰청 등 14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한 결과 “통합지휘무선망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경제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사업추진 방식의 재검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무총리실 등 관련기관에 통보하고 예산낭비 등을 초래한 관련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지난해 ‘주간동아’ 의혹 제기 사실로 판명
‘주간동아’는 지난해 12월 ‘줄줄 새는 참여정부 혈세’(613호)라는 제하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TRS 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하고 공정위와 감사원의 조사결과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주간동아가 제기한 의혹은 △특정 업체(모토로라)에 대한 특혜와 독점 △담합 △가격 부풀리기 △TRS 사업 관련 문제의 축소 은폐 △장비공급업체의 정·관계 로비 등이다.
공정위와 감사원의 조사결과에서 드러난 사실은 주간동아가 제기했던 의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감사원은 주간동아가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했던 장비공급업체의 ‘특혜와 독점’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다. 다음은 감사원 조사결과 중 일부다.
“전체 사업 계획을 마련하여 관련업체들과 협상하여야 하는데도 협상 없이 분할 발주하면서 다른 기종 간에는 연동이 불가능한데도 기존 TRS망과 연동하도록 함으로써 기존 TRS망을 구축한 특정 기업의 독점으로 예산 낭비, 기술 종속 등 초래.”(14쪽)
TRS 사업 관련 의혹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주간동아’ 613호.
또 담합, 가격 부풀리기와 관련해 공정위는 “모토로라의 TRS 국내 총판 3개사는 본건 15개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자를 합의로 결정하고 들러리 투찰가격 등에 대한 세부 협의를 통해 합의한 대로 실행하였음”이라고 밝혀 담합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에 공정위가 적발한 담합행위 결과 모토로라의 총판 3개사는 입찰담합으로 15개 입찰에서 평균 97.1%의 낙찰률을 보였으며, 같은 입찰에 참여한 총판 3개사의 평균 투찰률은 97.6%로 높았다. 3개사 외의 다른 국내업체가 참여한 입찰에서 평균 낙찰률이 86.6%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었음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심지어 “모토로라는 총판별 수요처 배분안 작성, 총판 3개사와의 정기적 모임, 개별 입찰건에 대한 각 총판과 회의, 총판교육, 기술지원 및 장비공급 확약 등을 통해 총판 3개사로 하여금 상기한 입찰담합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TRS 사업의 총사업비가 1조3120억원이며 이중 낭비, 중복 투자된 비용이 6514억원에 달한다(감사원 감사결과 38쪽)”고 밝혔다.
소방방재청 등 입찰담합 조사에서 제외
그러나 이번 공정위와 감사원의 조사결과는 몇 가지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담합 부분에서는 두 기관의 해석과 판단이 일부 달라 의문을 던진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조사에서 경찰청과 소방방재청 등 공공기관에 1032억원이 넘는 무선통신 시스템을 납품한 모토로라코리아의 담합 의혹에 대해 269억원만 담합으로 인정했다. 각각 100억원이 넘는 납품이 이뤄진 경기지방경찰청과 소방방재청 등은 처음부터 조사에서 제외됐다. 2005년 12월 모토로라의 국내 총판 중 하나인 (주)리노스가 서울통신기술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경기경찰청에 납품한 119억8000만원대 단말기 낙찰률은 97.41%였지만 이번 공정위 조사대상에서는 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 10월 소방방재청에 대한 두 건의 납품도 낙찰률이 97.42%와 96.98%에 이르렀지만 모두 제외됐다. 두 건의 납품가격은 각각 96억2000만원과 14억2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소방방재청의 2005년 10월 입찰건은 담합 의혹이 있다”고 밝혀 공정위 조사와 차이를 보였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2005년 6월 대구시 지하철공사의 무선송수신기 납품(21억5900만원)의 담합 의혹을 제외시켰다.
업계 관계자들은 TRS 사업 관련 논란의 중심에 감사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감사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감사원의 책임 부분은 언급하지 않아 또 다른 의문을 남긴다. 주간동아는 지난해 TRS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감사원의 책임을 지적한 바 있다. 사업이 시작된 배경에 감사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감사원 결과에는 감사원에 대한 어떠한 지적도, 감사원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도 내려지지 않아 자기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주)리노스의 한 관계자조차 “TRS 사업은 처음부터 감사원이 주도한 사업이다. 2003년 9월 나온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에 대한 감사원 조사결과가 결국 이 사업이 가능하게 된 원인이 됐다. 가장 큰 책임은 감사원에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감사원의 책임 부분은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이미 수천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원점으로 돌아간 TRS 사업. 남은 과제는 계획도 없이 사업을 추진했던 관련 공무원들과 업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처벌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TRS 사업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도 당연히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연도 | 실수요기관 | G2B 분류명 | 최저 입찰자/낙찰자 | 낙찰금액 | 낙찰률 | 비고 |
2005년 6월 | 대구광역시 지하철공사 | 주파수 공용 통신장치 | (주)에이피테크놀로지 | 2,159,960,000 | 97.84% | |
2005년 10월 | 소방방재청 | 주파수 공용 통신장치 | (주)에이피테크놀로지 | 9,620,380,000 | 97.42% | |
2005년 10월 | 소방방재청 | 주파수 공용 통신장치 | 서울통신기술(주) | 1,420,451,450 | 96.98% | 에이피테크와 컨소시엄 |
2005년 12월 | 경기경찰청 (단말기) | 주파수 공용 통신장치 | 서울통신기술 | 11,980,593,500 | 97.41% | 에이피테크와 컨소시엄 |
누락된 담합의혹 낙찰 총액 | 25,181,384,950 | 97.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