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가운데 대기권 밖에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것을 가리켜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한다. ICBM의 최대속도는 마하 20에 육박하나 순항미사일은 마하 1 이하다. 중국이나 북한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10시간은 지나야 미국 주요 도시에 떨어지지만, ICBM이라면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떨어진다. 이렇게 위협적인 ICBM을 요격하기 위해 미국이 개발하는 것이 바로 MD(미사일방어체계)다.
여객기처럼 날아가는 것이 순항미사일이라면, 거꾸로 탄도미사일처럼 날아가는 비행체 개발은 불가능할까? 여객이 타는 ‘탄도비행체’가 개발된다면 서울에서 미국 주요 도시는 한두 시간 만에 이어지게 된다. 탄도미사일은 목표물을 정면으로 들이박지만, 탄도비행체는 활주로에 사뿐히 이착륙해야 하므로 탄도미사일보다 약간 늦게 목적지에 ‘안착’한다.
탄도비행체 개발 행사에서 ‘스페이스 십-1’ 우승
1997년 미국에서는 피터 디아만디스라는 사람이 탄도비행체를 개발하는 사람에게 1000만 달러(약 90억원) 상금의 X-프라이즈(Prize)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3명 정도를 태울 수 있어야 하고, 한 번 비행한 다음에는 정비를 해 2주 후 다시 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비행을 끝내고 정비할 때 부품 교체율은 10% 이하여야 하며, 100회 넘게 비행할 수 있는 견고성이 있어야 한다’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자 7개국에서 26개 팀이 도전에 나섰는데 2004년 X-프라이즈 재단은 버트 루탄이 이끄는 팀이 내놓은 ‘스페이스 십(spaceship)-1’을 최종 우승자로 선정했다. 스페이스 십-1에는 기존의 우주발사체를 만들기 위해 개발한 기술과 경험, 창의력이 녹아 있었다.
인류가 개발한 인공위성은 크게 ‘정지위성’과 ‘저궤도위성’ 두 가지로 나뉜다. 정지위성은 적도 직상공에 떠서 지구 자전과 같이 지구를 돈다. 따라서 지구에서 보면 늘 같은 자리에 떠 있어 ‘정지위성’으로 불린다.
이러한 위성은 특정 지역을 위한 방송·통신용 위성에 적합하다. 한국의 방송·통신 위성인 무궁화위성이 바로 정지위성이다. 정지위성은 한자리에 있어야 하니 지구 인력이 작용하지 않는 ‘높은 곳’에 떠 있어야 한다. 정지위성은 대부분 지구 상공 3만6000여 km에 떠 있다.
저궤도위성은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관측)’을 주목적으로 하니 수백~수천km 상공에 떠 있다. 그런데 이곳은 지구 인력이 강하게 작용하므로 이 위성들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강한 추력으로 지구 궤도를 돌아간다. ‘스파이 위성’으로 불리는 미군 첩보위성 KH-12와 한국의 아리랑위성이 대표적인 저궤도위성이다.
저궤도위성에 포함되는 것 가운데 우주정거장(지구 상공 350여 km)이 있다. 우주정거장은 사람이 상주하면서 우주를 관찰하고, 우주 탐험을 위해 우주선을 발사하는 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 우주정거장은 저궤도위성이기에 지구 인력에 끌려 추락하지 않도록 자체 추력으로 지구 궤도를 돈다. 이러한 우주정거장과 지구를 이어주는 교통수단이 ‘우주왕복선’이다.
발사 전용기 ‘백 기사’ 밑에 달린 스페이스 십-1 그래픽.
1981년부터 미국은 4대의 우주왕복선을 제작해 시험비행을 해왔는데, 86년과 2003년 이중 2대(챌린저호와 컬럼비아호)가 폭발했다. 그 후 미국은 한 대를 더 제작해 지금은 3대의 우주왕복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 우주왕복선은, 현재 일부는 가동하고 있지만 최종 완성은 2010년쯤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국제우주정거장을 짓는 자재와 사람을 실어나르는 일을 한다.
스페이스 십-1은 미국 우주왕복선의 장단점을 분석해 만들어졌다. ICBM이 대부분 100여 km까지 올라갔다 떨어지는데 스페이스 십-1도 100여 km까지 올라갔다 내려온다. 일반적으로 지상에서부터 90km 이상을 우주라고 하므로 스페이스 십-1은 우주 가장자리에 갔다가 내려오는 것이다. 올라갈 때는 로켓엔진을 써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포물선을 그리는 자유낙하를 한다. 그리고 목적지 부근에서는 선회비행을 하다 활주로에 안착한다.
스페이스 십-1은 활주로를 이용해 이륙하나 우주왕복선은 다음 쪽 사진에서 보듯 기체 아래에 거대한 연료탱크를 달고 수직으로 발사된다. 우주왕복선은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쓰는데, 산소의 분자량은 수소의 16배다. 따라서 산소를 10kg 실으면 수소는 16배인 160kg을 실어야 한다. 우주왕복선은 많은 수소를 필요로 하기에 (액체)수소를 가득 채운 거대한 연료탱크를 달고 발사되는 것이다.
스페이스 십-1은 장차 메탄과 산소를 연료로 사용하려고 한다(현재는 ‘하이브리드’ 연료 사용). 서울 난지도의 쓰레기 매립장(지금은 하늘공원)에는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뽑아내기 위한 대롱을 볼 수 있다. 메탄은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가스인데, 이 가스는 유전지대에 많이 묻혀 있다. 이러한 천연가스를 극저온으로 냉각시키면 부피가 확 줄어들면서 액체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LNG(액화천연가스)다.
연료로서의 메탄은 수소보다 힘이 약하다. 그러나 분자량이 산소의 4분의 3에 불과해 산소보다 3분의 1만 더 실으면 된다. 스페이스 십-1은 100여 km까지만 올라가니 기체(機體) 내부 연료통에 담은 액체산소와 액체메탄(LNG)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지까지 날아갈 수 있다.
우주왕복선은 거대한 외부연료탱크 때문에 수직발사를 한다. 그러나 스페이스 십-1은 외부연료탱크가 없으니 일반 항공기처럼 활주로에서 이륙한다. 그러나 산소가 풍부한 대기권에서는 액체산소를 소모시키는 로켓엔진을 켤 필요가 없으므로 ‘백 기사(White Knight)’라고 이름 지어진 발사 전용기에 매달려 발사된다.
스페이스 십-1을 매단 ‘백 기사’는 일반 여객기처럼 활주로를 달려 이륙한다. 그리고 5만 피트(약 15km) 상공에서 분리시킨다. 분리된 스페이스 십-1은 로켓엔진을 점화해 우주를 향해 수직상승하고, 백 기사는 공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스페이스 십-1과 우주왕복선에는 작은 날개가 달려 있다. 이 날개는 물체를 띄우는 양력(揚力)을 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기저항을 일으켜 속도를 줄이는 데 주로 사용된다. 포물선 비행의 정점에 오른 우주왕복선과 스페이스 십-1은 지구 인력에 이끌리는 자유낙하를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대기권에 돌입하면 대기와의 마찰로 불덩어리가 된다.
이러한 고온(高溫)에 견디기 위해 우주왕복선과 스페이스 십-1의 외부는 특별한 내화(耐火)처리를 한다. 그리고 우주왕복선과 스페이스 십-1은 지상과 나란한 모습으로 떨어지는 자세를 취하는데, 이렇게 되면 날개가 거대한 저항을 일으켜 낙하 속도가 상당히 저하된다. 기체가 덜 뜨거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목적지 부근에서 관제탑의 지시를 받으면서 날개를 이용해 감속(減速)용 선회비행을 하다 활주로에 안착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페이스 십-1에 주목한 것이 영국의 버진그룹이었다. 버진그룹은 ‘버진 갤랙틱’이란 회사를 만들어 좀더 발전한 스페이스 십-2를 개발하게 하고, 2008년부터 이것으로 우주여행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버진그룹이 밝힌 우주관광 상품 가격은 1인당 20만 달러(약 1억8000만원). 스페이스 십-2에는 창문이 있으므로 승객은 1시간30여 분간 탄도비행을 하며 우주와 지구를 구경할 수가 있다.
버진그룹, 스페이스십-2 이용한 항공물류에도 관심 관심
버진그룹은 스페이스 십-2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1967년 애드리언 댈시 등 세 사람이 항공기를 이용해 샌프란시스코에서 호놀룰루 사이 물류를 하루에 연결하는 DHL 회사를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사업성이 있겠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분초를 다투는 서류와 반도체 등 고가품 운송이 늘어나면서 항공물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했다.
버진그룹은 세계화 시대가 열린 만큼, 하루 이틀이 아니라 3~4시간 만에 연결되는 물류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이 물류를 처리하는 데는 스페이스 십-2가 제격이라고 판단한다. 스페이스 십-2는 착륙거리가 매우 짧아 비즈니스 제트기가 내리는 작은 공항에도 내릴 수 있다. 조그만 시골공항에도 이착륙할 수 있으니 스페이스 십-2를 이용한 항공물류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1944년 독일이 V-2 로켓을 개발함으로써 시작된 로켓엔진을 이용한 우주개발은 탐험의 단계를 넘어 돈벌이를 위한 사업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올해 중국과 일본이 쏘아올린 달 탐사위성을 2020년에야 발사하겠다며 ‘뒷북’을 울렸다. 한국 우주산업은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게 한참 뒤처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