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후 서울에어쇼 전시가 무산된 미국 노스롭 그루먼사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1996년 처음 열린 서울에어쇼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였다. 그리고 1998년과 2001년 에어쇼에서는 한국 공군의 차기 전투기(F-X) 사업에 도전한 전투기들이 전시돼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2003년 에어쇼에서는 미국 보잉사가 제작하는 E-737 경보기와 이스라엘 IAI가 내놓은 G-550 경보기가 화끈하게 맞붙었다. 2005년 에어쇼에서는 방공미사일(SAM-X) 사업과 관련해 미국 레이시온사의 패트리어트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PAC-3가 경쟁했다.
‘블록 20’형 최강 정보수집 능력 자랑
올해 에어쇼에서는 고고도 무인정찰기의 전시 여부가 관심 대상이었다. 2005년 에어쇼 때 노스롭 그루먼사가 글로벌호크의 비행과 특징을 보여주는 영화를 선보였기에 올해 에어쇼에서는 미국 공군이 글로벌호크 또는 글로벌호크의 실물 모형인 ‘목업(mockup)’을 전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모았다.
글로벌호크 중에도 신형 ‘블록 20’형은 최대 1360kg의 정찰장비를 싣고, 최고 18.3km 상공까지 올라가 최대 36시간 동안 2만2780km를 날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호크는 정찰위성과 고공정찰기 U-2가 가진 단점을 모두 보완한 해결사로 평가받아왔다.
정찰위성은 고정된 궤도를 돌아간다. 따라서 적국은 이 위성이 그들 상공에 진입하는 시간을 알아내 은폐활동을 함으로써 정보 노출을 피할 수 있었다. U-2는 유인기(有人機)라 적국 상공 침투에 부담이 있었다. 1960년 U-2는 소련 상공에 들어가 작전을 수행하다, 소련군이 쏜 방공미사일을 맞고 격추되기도 했다. 또한 U-2는 사람이 타는 만큼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덩치가 크고 운용 비용도 매우 비싸다는 약점을 지닌다.
하지만 글로벌호크는 무인기여서 적국 상공 침투가 부담스럽지 않고 비용도 적게 든다. 또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수집에 유리하다. 전자제품은 플러그만 꽂으면 바로 작동된다. 요즘 개발된 정찰장비도 이와 비슷하다. 글로벌호크에는 모든 정찰장비를 가동시킬 수 있는 플러그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사진촬영과 신호정보 파악 등 다양한 정보수집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호크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노무현 정부가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작권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정보 자주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한국 공군은 반드시 글로벌호크를 도입해야 한다. 2003년 미국은 독일에서 최초로 글로벌호크를 공개해주고 올해 1월 5억5800만 달러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독일 회사와 독일형 글로벌호크인 ‘유러호크’의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독일에 기술을 전수한 전례가 있는 만큼 미국이 이번 서울에어쇼에서 글로벌호크를 공개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목업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보내줄 수 없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한국에 있는 노스롭 그루먼의 지사는 “우리는 그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