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의사 면허증으로 4년간 청소년 환자를 진료해온 ‘가짜 여의사’ 때문에 독일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제보를 받은 란다우시 기민당 최고위원 랄프 괴벨(Ralf Gobel)은 일단 당사자를 만나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쉬르홀트는 본인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내일 박사학위 증명서를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학위 의혹 일자 “뇌종양 걸렸다” 또 거짓말
의심이 날로 증폭되는 가운데 쉬르홀트는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로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뇌종양이라고 했다. 괴벨이 문병 갔을 때 쉬르홀트는 극심한 두통과 수전증, 게다가 종양 때문에 귀까지 잘 안 들린다고 호소했다. 괴벨은 이처럼 생사의 기로에 선 중환자에게 진실 규명을 위해 학위증명서를 재차 요구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인 일인지 갈등했다. 그러나 공은 공, 사는 사.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유권자를 위해 학위증과 진단서를 제출해달라고 ‘암환자’ 쉬르홀트에게 부탁했다.
시장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8월 말 쉬르홀트는 공식성명서를 발표했다. 박사학위는 물론 뇌종양까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 함부르크대학병원에서는 4년간이나 의사로 행세해온 한 여인의 가공할 행각이 들통났다. 33세의 코넬리아는 의대에 진학했지만 한 과목의 시험에도 통과하지 못해 퇴학당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 의대 수업을 들으며 전문용어와 지식을 쌓았고, 동기들이 졸업할 즈음 졸업장과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취업 전선에 나섰다. 그리고 코넬리아는 함부르크대학병원 소아청소년클리닉에 채용됐다.
놀라운 것은 4년간이나 병원에서 일했는데도 그녀가 가짜 의사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보조의사 자격으로 집도의 옆에서 수술을 돕기도 했으며, 동료 의사와의 공동연구 논문으로 학술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최근 의사협회가 의사면허증 사본이 아닌 원본을 거듭 요구해도 응하지 않자 자체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코넬리아는 가짜 의사였음이 발각됐다.
쉬르홀트와 코넬리아, 이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독일 짝퉁계의 살아 있는 전설’ 게르트 포스텔을 따라갈 수는 없다. 직업학교를 졸업한 뒤 우체부로 일하던 포스텔은 그저 ‘심심해서’ 박사학위,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의사 행세를 했다.
훤칠한 외모에, 무엇보다 청산유수의 말재주를 가진 그는 하노버의대 최우수 졸업생이라는 거짓 증명서를 들고 정신과 의사를 구하는 병원에 찾아간다. 모두 39명의 지원자가 몰렸으나 ‘완벽한 조건’ 덕에 그는 최종 8명의 후보에 오른다. 포스텔은 ‘공상적 거짓말 : 토마스 만의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본 자아 상승을 위한 거짓말 중독에 관한 정신분석적 진단’이라는, 다분히 본인의 문제를 다룬 시험 강의를 성공리에 펼친 덕분에 정신과 과장으로 영입됐다. 면접에서 포스텔은 의대를 졸업한 뒤 테레사 수녀가 있는 인도로 달려가 환자들을 돌보던 중 폐렴에 걸려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스토리까지 그럴싸하게 지어내 성인(聖人) 아우라까지 얻었다.
정신과 의사 행세한 우체부 ‘살아 있는 전설’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민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은 한 당원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가짜 박사학위를 내세워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주 독일 검찰은 학력을 속인 쉬르홀트 후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쉬르홀트는 검찰에 자수해 “허영심 때문에 학력을 허위 조작했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했다. 가짜 의사 코넬리아도 궁지에 몰리자 상사에게 모든 거짓을 고백하고 잘못을 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현재 자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돼 정신병동에 입원한 상태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현실은 무척 괴롭다. 그렇지만 거짓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면 내 인생, 너무 불쌍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