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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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학(?) 위기 넘긴 서울대 김밥 할머니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5-21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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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학(?) 위기 넘긴 서울대 김밥 할머니
    “이 나이에 나더러 어디를 가라고 하는지, 원. 여긴 내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학생들도 다 손자 같고….”

    서울대 인문대 앞에서 20년간 김밥을 팔아온 안병심(73) 할머니에 대해 학교 측이 영업을 금지키로 결정해 논란이 일었다. 계속 허용할 경우 다른 잡상인을 불러들일 수 있고, 위생검증을 받지 않은 음식이어서 학생들이 먹고 탈이 날 수도 있다는 게 학교 측의 금지 이유.

    할머니의 사연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단골손님인 학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총학생회까지 나서 할머니 ‘사수’를 외쳤을 정도. “영업금지 결정을 철회하고 할머니를 그냥 두라”는 시민들의 압력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뒤덮었다. 결국 서울대 측은 영업금지 결정을 거둬들이는 쪽으로 조용히 꼬리를 내렸다.

    전남 해남이 고향인 안 할머니는 1970년대 말 상경, 대학가 시위가 한창이던 87년경부터 서울대에 자리잡고 김밥과 도넛 같은 음식을 팔았다. 거의 매일 이어진 시위로 최루탄 가스가 학교를 떠나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단 하루도 ‘결근’하지 않고 학생들의 먹을거리를 챙겼다.

    할머니가 준비하는 음식은 값도 ‘착하다’. 김밥 한 줄에 500원, 도넛과 떡은 각각 1000원. 10년째 그대로다. 안 할머니는 “학생들이 보고 싶어서 매일 나오는 거지, 돈 벌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돈 없다는 애들은 그냥 주기도 하고…”라며 웃어 보였다.



    장사를 마친 뒤 텅 빈 행상을 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안 할머니, 마지막 던지는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긴다.

    “죽을 때까지 여기이렇게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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