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중심당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DJ의 말을) 수긍해서 답을 안 한 게 아니라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안 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전 충남지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의 최측근이 전하는 ‘40년 행정달인’ 심 대표와 DJ의 대화 내용은 대충 이랬다.
“대통령 후보도 독자적으로 냅니까?”(DJ)
“생각 중입니다. 그러나 독자후보를 내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심대평)
“올 후반기에 가면 양당 대결로 압축될 것입니다. 국민의 뜻을 따르세요. 그렇지 않으면 따가운 심판을 받습니다.”(DJ)
이날 김 전 대통령이 던진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꿈 깨라’였다. 대선 독자후보도,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도 어려우니 일찌감치 접으라는 일종의 경고. 심 대표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일까. 심 대표는 측근들에게 “(DJ)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빅뱅이 진행 중인 정치권을 향해 정치 원로들이 촌평을 던졌다. 4·25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심 대표와의 면담을 통해서다. 심 대표는 최근 4명의 전직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를 예방해 이들의 훈수를 들었다.
그러나 심 대표 처지에서는 이들과의 만남이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독자생존’을 꿈꾸는 그에게 호의적인 말을 건넨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정치 유단자’들이 던진 ‘일갈’은 심 대표에게 훈수보다 비수에 가까웠다.
5명 중 그나마 그를 기쁘게 해준 사람은 JP였다. JP는 심 대표에게 “자민련의 전철을 밟지 마라. 독자세력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JP는 심 대표에게 자신이 DJ에게 어떻게 배신당했는지를 설명하며 ‘절대로 DJ 진영과 손잡지 말 것’도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당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겠다고 결심한 심 대표에게는 기분 좋은 덕담이 아닐 수 없다.
DJ “통합하라”, JP “DJ 멀리하라”
그러나 마냥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심 대표가 평소 동반자이자 스승으로 생각해온 JP가 점찍어둔 사람은 따로 있었기 때문. JP는 “올 대선을 인생의 마지막 봉사 기회로 삼겠다”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비슷했다. 5월1일 오전 상도동 자택에서 YS를 만난 심 대표는 내내 YS 특유의 독설을 들어야 했다. 다음은 국민중심당이 내놓은 보도자료 한 대목.
“작은 정당이지만 새로운 정치를 하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신념 아래 국민중심당을 창당하고, 선거에도 출마하고….”(심대평)
“지금 한나라당 내부가 매우 시끄러운데, 그것은 심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고 국회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YS)
그러나 이는 실제와 차이가 있다. 보도자료용으로 상당히 순화됐다는 게 국민중심당 측 설명. 측근들은 하나같이 “이날 자리도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YS 입에서는 이런 말도 쏟아졌다.
“심 지사 때문에 한나라당이 엉망이 됐으니 책임져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은 잃어버린 시간이다. 정권을 되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역사를 거스르면 심판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YS가 던진 말은 DJ와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엄포였던 셈.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국민중심당 관계자들은 YS의 말을 “또 한 번 DJP 연합 같은 이합집산이 벌어지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한다. YS는 어쩌면 이명박 박근혜 두 대권주자 간의 싸움으로 멍들고 있는 한나라당에 하고 싶은 말을 심 대표에게 화풀이하듯 쏟아놓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흥미롭다. 한마디로 ‘강의’나 다름없었다는 전언. 언론 노출을 꺼린 전 전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만남 내내 전 전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이며 백담사 얘기만 했다고 알려진다. YS-DJ 정권에 탄압받은 얘기가 주요 골자였다고. 오죽하면 대화를 끝내고 나온 심 대표가 측근들에게 “난 딱 두 마디 했어”라고 말했을까. 배석한 한 측근 인사는 “전 전 대통령이 아직도 쌓인 한이 많은 듯했다”고 전했다.
YS “한나라당 엉망 책임져라”
DJ에 앞서 가진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그나마 심 의원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30~40분 독대한 두 사람은 대화 내내 건강문제와 90년대 초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던 얘기로 웃음꽃을 피웠다고 한다. 심 대표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왔을 때는 대표님이 아주 기분이 좋으셨다.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말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시절인 1992년 청와대 행정수석을 지냈다.
심 대표를 통해 본 정치원로들의 흉금, 여전히 살아 움직이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들의 정치분석과 대선 관전평을 단순히 재미로만 봐도 되는 것일까? 한번 곱씹어볼 일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전 충남지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의 최측근이 전하는 ‘40년 행정달인’ 심 대표와 DJ의 대화 내용은 대충 이랬다.
“대통령 후보도 독자적으로 냅니까?”(DJ)
“생각 중입니다. 그러나 독자후보를 내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심대평)
“올 후반기에 가면 양당 대결로 압축될 것입니다. 국민의 뜻을 따르세요. 그렇지 않으면 따가운 심판을 받습니다.”(DJ)
이날 김 전 대통령이 던진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꿈 깨라’였다. 대선 독자후보도,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도 어려우니 일찌감치 접으라는 일종의 경고. 심 대표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일까. 심 대표는 측근들에게 “(DJ)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빅뱅이 진행 중인 정치권을 향해 정치 원로들이 촌평을 던졌다. 4·25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심 대표와의 면담을 통해서다. 심 대표는 최근 4명의 전직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를 예방해 이들의 훈수를 들었다.
그러나 심 대표 처지에서는 이들과의 만남이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독자생존’을 꿈꾸는 그에게 호의적인 말을 건넨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정치 유단자’들이 던진 ‘일갈’은 심 대표에게 훈수보다 비수에 가까웠다.
5명 중 그나마 그를 기쁘게 해준 사람은 JP였다. JP는 심 대표에게 “자민련의 전철을 밟지 마라. 독자세력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JP는 심 대표에게 자신이 DJ에게 어떻게 배신당했는지를 설명하며 ‘절대로 DJ 진영과 손잡지 말 것’도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당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겠다고 결심한 심 대표에게는 기분 좋은 덕담이 아닐 수 없다.
DJ “통합하라”, JP “DJ 멀리하라”
그러나 마냥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심 대표가 평소 동반자이자 스승으로 생각해온 JP가 점찍어둔 사람은 따로 있었기 때문. JP는 “올 대선을 인생의 마지막 봉사 기회로 삼겠다”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비슷했다. 5월1일 오전 상도동 자택에서 YS를 만난 심 대표는 내내 YS 특유의 독설을 들어야 했다. 다음은 국민중심당이 내놓은 보도자료 한 대목.
“작은 정당이지만 새로운 정치를 하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신념 아래 국민중심당을 창당하고, 선거에도 출마하고….”(심대평)
“지금 한나라당 내부가 매우 시끄러운데, 그것은 심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고 국회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YS)
4·25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가운데)가 4월26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길가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당선사례를 하고 있다.
“심 지사 때문에 한나라당이 엉망이 됐으니 책임져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은 잃어버린 시간이다. 정권을 되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역사를 거스르면 심판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YS가 던진 말은 DJ와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엄포였던 셈.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국민중심당 관계자들은 YS의 말을 “또 한 번 DJP 연합 같은 이합집산이 벌어지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한다. YS는 어쩌면 이명박 박근혜 두 대권주자 간의 싸움으로 멍들고 있는 한나라당에 하고 싶은 말을 심 대표에게 화풀이하듯 쏟아놓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흥미롭다. 한마디로 ‘강의’나 다름없었다는 전언. 언론 노출을 꺼린 전 전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만남 내내 전 전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이며 백담사 얘기만 했다고 알려진다. YS-DJ 정권에 탄압받은 얘기가 주요 골자였다고. 오죽하면 대화를 끝내고 나온 심 대표가 측근들에게 “난 딱 두 마디 했어”라고 말했을까. 배석한 한 측근 인사는 “전 전 대통령이 아직도 쌓인 한이 많은 듯했다”고 전했다.
YS “한나라당 엉망 책임져라”
DJ에 앞서 가진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그나마 심 의원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30~40분 독대한 두 사람은 대화 내내 건강문제와 90년대 초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던 얘기로 웃음꽃을 피웠다고 한다. 심 대표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왔을 때는 대표님이 아주 기분이 좋으셨다.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말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시절인 1992년 청와대 행정수석을 지냈다.
심 대표를 통해 본 정치원로들의 흉금, 여전히 살아 움직이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들의 정치분석과 대선 관전평을 단순히 재미로만 봐도 되는 것일까? 한번 곱씹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