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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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과 환경파괴 딜레마

  • 이동선 학림논술연구소 고3실장

    입력2007-05-09 2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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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성장과 환경파괴 딜레마

    2005년 석유회사 폭발사고로 오염된 중국 쑹화강.

    잠시 눈을 감아보자.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떠 주위의 사물들을 둘러보자. 어떤 사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가? 장소를 글 쓰는 곳으로 한정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컴퓨터이고, 그 옆에 있는 전기 스탠드도 보인다. 그렇다면 이 스탠드와 컴퓨터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물론 공장에서 제조된 물건을 돈을 지불해 구입한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현재의 환경문제가 어떻게 경제문제와 관련맺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전기 스탠드와 컴퓨터를 생산한 공장에서는 이 상품들의 원재료를 어디서 얻었을까? 플라스틱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각종 유리제품은 규사에서 얻었을 것이다. 중앙처리장치(CPU)에는 소량의 금도 들어 있다.

    이처럼 현대인이 소비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자연에서 생산된 1차 원료를 공장에서 가공한 것들이다. 따라서 상품의 증가는 자연자원 소비의 증가를 의미하고, 필연적으로 환경파괴를 수반한다. 환경파괴와 경제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자연은 갈수록 신음

    이 관계의 역사적 측면을 따져보자. 1789년 프랑스혁명은 정치적으로는 군주제를 민주제로, 경제적으로는 봉건주의를 자본주의로 대체했다. 곧이어 일어난 산업혁명은 장인조합이었던 길드 체제를 대규모 공장제 공업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기계가 발전했고, 자본가들은 대규모 공장에 기계를 도입함으로써 효율적 분업체계를 완성했다.



    프랑스혁명 이후 계급이 붕괴되면서 많은 빈민 노동시민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분업화된 공장에 고용됐다. 즉 봉건시대 농노들은 봉건 영주의 굴레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 ‘계급적 자유’를 얻었지만, 결국 대규모 자본가에 의해 임금 노동자라는 사슬에 다시 묶이게 됐다. 해방된 시민들은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대도시로 몰려들었다. 큰 공장이 밀집한 대도시는 시골보다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인구가 대도시로 일시에 유입되면 범죄율 증가, 주택 및 상하수도 부족 같은 문제점이 한꺼번에 발생하지만, 이런 문제점은 오히려 기업활동의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기업들의 할 일이 그만큼 많아져 투자여건이 좋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이 이윤을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요즘 기업들은 매우 다양한 시장 전략을 구사하지만, 산업혁명 초기만 해도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장에서는 소품종을 많이 생산하는 대량생산 시스템에 집중했다.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이 하락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장에서 기계로 짠 스웨터의 값과 동일한 재료를 사용해 수공으로 직조한 스웨터의 값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량생산은 무엇보다 대량소비를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하다. 즉,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는 정비례 관계에 있을 때만 경제적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대량소비를 전제로 대량생산된 상품은 싼값으로 시장에 나오고,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자극한다. 40만원짜리 휴대전화가 5만원으로 값이 떨어지면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경제활동은 이런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판매하고 소비해야 한다. 그럴수록 환경파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따라서 경제시스템과 환경문제의 딜레마에 대한 논술 문제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자주 출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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