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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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문화수도 삐걱, 안타깝지라”

문광부 종합계획안 市에서 반대 … 막대한 사업비 드는 도시기반 조성사업‘산 넘어 산’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7-05-09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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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문화수도 삐걱, 안타깝지라”

    광주 동구 구 전남도청 일원(오른쪽 사진)에 건설될 아시아문화전당 설계 당선작(왼쪽 사진).

    산업화 시대의 열등생이 후기 산업사회의 우등생이 될 수 있을까. 산업화 시대의 선두주자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문화가 국가나 도시 경쟁력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아주대 건축학과 제해성 교수)이다. 경제개발에서 뒤졌던 광주가 아시아 중심도시로 비상하겠다며 내세운 근거도 바로 문화다.

    그러나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에 대한 광주 시민의 기대는 점점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청사진도 만들어지기 전에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경위야 어찌 됐든, 대통령이 임명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이 해촉되는 극히 이례적인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4월25일 송재구 조성위원장 후임으로 조영택 전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하고 사태를 수습하긴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은(報恩)인사’ 논란이 빚어졌다. 조 전 국무조정실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었기 때문. 청와대는 이런 논란에 대해 “이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중앙과 지방의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데 그가 적임자”라며 반박했다.

    무엇보다 광주광역시(이하 광주시)가 완강히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제시된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의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종합계획 시안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이 크다”면서 “이런 시민들의 정서에 비춰 문광부 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광부 안은 그동안 공청회 등을 통해 나타난 광주 시민의 요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조성위원장 해촉 이례적 사태



    송 전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문화수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문광부는 광주에 아시아문화전당을 건설하는 것으로 사업을 마무리하려 한다”면서 “그나마 아시아문화전당도 도시의 랜드마크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도 모르고 도시도 모르는” 문광부가 졸속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이하 조성위원회)의 위상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광주문화연대 김지원 사무국장은 “조성위원장의 위상은 국무총리급이지만, 실질적으로 조성위원회는 심의자문기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전 조성위원장도 “문광부는 조성위원회를 들러리로 생각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바꾸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다.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노 대통령이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내건 국책사업. 국가 균형발전과 문화를 통해 미래형 도시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2004년 3월 대통령 소속 조성위원회와 문광부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이하 기획단)이 발족되면서부터다.

    이 사업은 2023년까지 4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건국 이래 국가가 주도하는 최대 규모의 문화 프로젝트다. 문광부는 지난 3년 동안 광주시 관계 공무원과 광주 시민, 문화예술계 인사, 국내외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협의, 각종 세미나, 워크숍, 국제회의 등을 140여 회나 개최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종합계획안을 내놓은 것.

    그러나 현재 광주시는 이 사업에 대한 20년간의 기본 계획을 담은 종합계획안에 반대 의견을 밝힌 채 시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있다. 문광부가 이 안을 확정하려면 광주시와 협의한 다음 조성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광주시청 관계자는 “20년에 걸쳐 이뤄질 사업인데, 종합계획을 졸속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광부 종합계획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아시아문화전당 건설 사업과 광주를 문화적으로 재편하는 도시기반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민주·인권·평화 도시’ 광주의 상징물이자 시민의 생활중심인 구(舊) 전남도청 일원에 건설될 문화전당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문화의 창조, 교류, 연구를 위한 일종의 문화 발전소. 총사업비 7174억원은 정부가 지원한다.

    문제는 도시기반 조성사업이다. 정부는 광주시를 문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인 만큼 당연히 광주시가 ‘책임지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이에 대한 예산 지원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본질 상실 예산 따내기 게임으로 변질”

    반면 광주시는 국책사업이므로 당연히 정부가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지원 사무국장은 “광주시가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예산이 300억원 이하인데, 이 돈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20년에 걸쳐 도시 리모델링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국가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대국적 견지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광주시가 떼를 쓰는 상황이다. 특히 다른 도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로서는 광주시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란 힘들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간단히 말해 도시기반 조성사업은 일종의 도심 재개발 사업인데, 이런 사업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기는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광주시와 광주 시민이 한목소리로 중앙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은 정치적 역학관계에 의해 예산 지원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질은 간 데없고 예산 따내기 게임으로 변질됐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송 전 조성위원장은 “호남선을 복선화하는 데 28년이나 걸렸는데, 이 사업도 그처럼 지지부진하게 추진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5월 중 종합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와 광주시 그리고 광주 시민이 슬기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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