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네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어렸을 때 꼬마들은 공을 툭툭 차며 운동장으로 향했고, 친구들 골리는 재미로 공을 몰고 다녔으며, 혼자서 공을 차며 집으로 돌아왔다. 드리블은 축구의 시작과 끝이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 잉글랜드의 거한 여섯 명을 제친 마라도나,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 생테티엔 경기장의 절반을 혼자서 질주한 마이클 오언, 살짝 상체를 흔들었을 뿐인데 서너 명의 수비수와 골키퍼마저 지푸라기처럼 쓰러져버리는 호나우두,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바르셀로나의 호나우디뉴가 드리블의 전설을 써왔다.
이영표의 헛다리 집기, 블랑코의 양발에 공 끼워 점프
드리블은 속도와 속임수로 이뤄진다. 1980년대의 변병주처럼 바람의 속도로 달리거나 이영표처럼 헛다리를 흔들어 상대를 속여도 드리블은 성공한다. 그러나 최고의 가치는 속도와 속임수가 높은 차원에서 결합할 때 완성된다. 예컨대 호나우두는 놀라운 속도로 질주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살리면서 수비수 앞에서 전신을 뒤흔든다. 70년대 크루이프와 90년대 지단도 기억할 만하다. 크루이프는 디딤발의 뒷공간으로 공의 방향을 180도 바꿨고(크루이프 턴), 지단은 수비수 바로 앞에서 360도 돌면서 발바닥으로는 공의 소유권을 잃지 않았다(마르세유 턴).
이 밖에도 질주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뒤꿈치로 차올리며 수비수 머리 위로 공을 넘기는 사포가 있는데, 전성기의 고종수와 터키의 만시즈가 자주 선보였다. 멕시코의 축구 영웅 블랑코가 양다리 사이에 공을 끼워 점프하는 것도 있는가 하면, 플리플랩이라 하여 한쪽 발목만 좌우로 꺾어 드리블하는 기술도 있는데 요즘은 호나우디뉴의 특허 품목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데니우손은? 그는 이 모든 기술에 통달한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그의 한계였다. 그는 교과서에 언급될 모든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선보였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90분 동안 겨우 서너 번 찾아오는 슈팅 타이밍도 자주 놓쳤다. 아니, 그는 의식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 절호의 순간에도 데니우손은 드리블을 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에서 호나우두와 히바우두가 경이로운 속도와 절묘한 타이밍으로 독일 골문을 연거푸 뒤흔드는 장면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후반 종료 직전에 호나우두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들어갔는데, 독일 수비수 서너 명을 데리고 다니면서 혼자만의 드리블로 시간을 끌었다. 독일 선수들이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반칙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러한 매혹의 몸놀림도 잊히고 있지만, 그라운드 안팎이 육박전처럼 거칠어지는 요즘 데니우손처럼 누구도 상상 못한 방식으로 드리블하는 선수 하나쯤은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