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0대 초반의 이모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잔 뒤 일어나 보니 냉장고 문이 활짝 열려 있고, 누군가 뭔가를 잔뜩 먹어치운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었던 것. 의아해하던 이씨는 나중에 자신이 저지른 일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한번은 가스레인지 불에 음식을 올려놓고 잠이 들어 화재가 날 뻔하기도 했다.
50대 후반의 여성 김모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을 먹고 다시 잠드는 일이 빈번해진 것. 김씨는 그나마 중간 중간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일종의 ‘필름 끊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두 사람에게 이런 몽유 증상이 나타난 것은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 때문이었다.
최근 국내외에서 수면제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잠자다 음식을 먹거나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게 보고되는 부작용이다. 운전을 하거나 심지어 섹스를 하는 희한한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결국 3월1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졸피뎀 성분으로 만들어진 수면제 ‘암비엔’ 등 13종류의 수면제에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DA “수면제 13종류에서 부작용” 경고
그렇다면 졸피뎀의 어떤 성분이 이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일까. 졸피뎀은 10년 전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수면제의 혁명을 가져온 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약효 지속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던 다이아제팜이나 로라제팜 같은 기존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수면제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약효 지속시간이 길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약효가 12시간에서 최대 24시간까지 계속된다고 생각해보라. 저녁에 먹은 약 때문에 다음 날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있어야 한다. 업무를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은 졸음운전으로 위험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수면제는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강력한 향정신성 약물이어서 신체적 의존의 위험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장기 복용으로 의존성이 생기면 약을 끊었을 때 더 심한 불면증에 빠질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심한 두통 같은 숙취 증상이 나타난다.
졸피뎀은 기존 수면제의 이러한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한 약으로, 지난 10여 년간 수면제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잠이 빨리 들 뿐 아니라 약효 지속시간이 8시간 이내로 짧아 빨리 깨어날 수 있고, 신체적 의존성이 거의 없어 의사와 환자 모두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약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졸피뎀도 결국 완전무결한 약은 아니었다. 졸피뎀의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의학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만큼 졸피뎀에 대한 의학계의 신뢰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수면제의 부작용으로 몽유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수면이란 원래 뇌의 휴식을 의미한다. 수면제란 뇌의 활동을 강제로 억제해 잠들게 하는 약이다. 만일 뇌가 스스로 깨어나려 한다면 수면제의 작용과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몽유 증상은 이 과정에서 일어난다. 뇌와 수면제의 줄다리기에서 타협이 이뤄져, 뇌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고나 기억, 판단의 영역은 계속 수면을 취하고 비교적 깨기 쉬운 나머지 영역만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에서 깬 뒤에는 잠든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과거 전통적 수면제의 경우, 긴 약효시간과 강력한 수면효과 때문에 몽유 증상의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았지만, 졸피뎀은 지속시간이 짧고 수면력이 약해 몽유 증상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수면제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수면제의 부작용은 일부 사람들에 한해 나타나는 것이어서 예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면제를 복용하기에 앞서 몇 가지 사항에 주의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먼저 수면제를 술과 함께 복용해선 안 된다. 폭음한 뒤 많은 양의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뇌의 호흡중추가 억제돼 숨을 못 쉬어 자다가 돌연사할 수도 있다. 또 술은 분해될 때 뇌를 강하게 자극해 잠을 깨우는 성향이 있다. 만일 수면제의 효과가 지속되는 와중에 체내의 술이 분해되기 시작한다면 수면효과와 각성효과가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몽유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수면제 대용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수면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이다. 잠을 자는 중에도 뇌 일부분이 깨어 있기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다음 날 피곤함이 지속된다.
폭음·카페인 과다섭취 금물
커피도 수면제와 상극이다. 커피나 차, 콜라에 든 카페인은 강력한 중추신경 각성제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잠이 잘 안 오는데, 이럴 때 수면제를 찾기 쉽다. 하지만 카페인의 작용 부위와 수면제의 작용 부위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한쪽에서는 잠을 재우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잠을 깨우는 꼴이다. 결국 각각 지배하는 뇌 일부분이 따로 놀게 돼 몽유 증상이 일어나기 쉽다.
잠을 잘 때는 주위 환경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소음이 계속되거나 불빛이 지나치게 환하면 그 자체가 뇌를 자꾸 자극하기 때문이다.
불면증은 현대인의 병이다. 인간은 잠을 자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데, 현대인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더 잠을 박탈당한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잠을 자둬야겠는데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미리부터 스트레스가 쌓이고 잠은 더 오지 않는다.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수면제를 찾는 이유다.
만일 현재 사용하는 수면제에 부작용을 보인다면 다른 수면제로 바꿔보라. 부작용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치유법은 아니다. 수면제를 먹어야 한다면 되도록 짧게, 최대 한 달을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의 도움을 받는 한 달간 자신의 수면 습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점검한 뒤 고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면증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50대 후반의 여성 김모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을 먹고 다시 잠드는 일이 빈번해진 것. 김씨는 그나마 중간 중간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일종의 ‘필름 끊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두 사람에게 이런 몽유 증상이 나타난 것은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 때문이었다.
최근 국내외에서 수면제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잠자다 음식을 먹거나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게 보고되는 부작용이다. 운전을 하거나 심지어 섹스를 하는 희한한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결국 3월1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졸피뎀 성분으로 만들어진 수면제 ‘암비엔’ 등 13종류의 수면제에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DA “수면제 13종류에서 부작용” 경고
그렇다면 졸피뎀의 어떤 성분이 이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일까. 졸피뎀은 10년 전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수면제의 혁명을 가져온 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약효 지속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던 다이아제팜이나 로라제팜 같은 기존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수면제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약효 지속시간이 길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약효가 12시간에서 최대 24시간까지 계속된다고 생각해보라. 저녁에 먹은 약 때문에 다음 날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있어야 한다. 업무를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은 졸음운전으로 위험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수면제는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강력한 향정신성 약물이어서 신체적 의존의 위험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장기 복용으로 의존성이 생기면 약을 끊었을 때 더 심한 불면증에 빠질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심한 두통 같은 숙취 증상이 나타난다.
졸피뎀은 기존 수면제의 이러한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한 약으로, 지난 10여 년간 수면제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잠이 빨리 들 뿐 아니라 약효 지속시간이 8시간 이내로 짧아 빨리 깨어날 수 있고, 신체적 의존성이 거의 없어 의사와 환자 모두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약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졸피뎀도 결국 완전무결한 약은 아니었다. 졸피뎀의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의학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만큼 졸피뎀에 대한 의학계의 신뢰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수면제의 부작용으로 몽유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수면이란 원래 뇌의 휴식을 의미한다. 수면제란 뇌의 활동을 강제로 억제해 잠들게 하는 약이다. 만일 뇌가 스스로 깨어나려 한다면 수면제의 작용과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몽유 증상은 이 과정에서 일어난다. 뇌와 수면제의 줄다리기에서 타협이 이뤄져, 뇌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고나 기억, 판단의 영역은 계속 수면을 취하고 비교적 깨기 쉬운 나머지 영역만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에서 깬 뒤에는 잠든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과거 전통적 수면제의 경우, 긴 약효시간과 강력한 수면효과 때문에 몽유 증상의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았지만, 졸피뎀은 지속시간이 짧고 수면력이 약해 몽유 증상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수면제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수면제의 부작용은 일부 사람들에 한해 나타나는 것이어서 예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면제를 복용하기에 앞서 몇 가지 사항에 주의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먼저 수면제를 술과 함께 복용해선 안 된다. 폭음한 뒤 많은 양의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뇌의 호흡중추가 억제돼 숨을 못 쉬어 자다가 돌연사할 수도 있다. 또 술은 분해될 때 뇌를 강하게 자극해 잠을 깨우는 성향이 있다. 만일 수면제의 효과가 지속되는 와중에 체내의 술이 분해되기 시작한다면 수면효과와 각성효과가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몽유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수면제 대용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수면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이다. 잠을 자는 중에도 뇌 일부분이 깨어 있기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다음 날 피곤함이 지속된다.
폭음·카페인 과다섭취 금물
커피도 수면제와 상극이다. 커피나 차, 콜라에 든 카페인은 강력한 중추신경 각성제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잠이 잘 안 오는데, 이럴 때 수면제를 찾기 쉽다. 하지만 카페인의 작용 부위와 수면제의 작용 부위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한쪽에서는 잠을 재우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잠을 깨우는 꼴이다. 결국 각각 지배하는 뇌 일부분이 따로 놀게 돼 몽유 증상이 일어나기 쉽다.
잠을 잘 때는 주위 환경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소음이 계속되거나 불빛이 지나치게 환하면 그 자체가 뇌를 자꾸 자극하기 때문이다.
불면증은 현대인의 병이다. 인간은 잠을 자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데, 현대인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더 잠을 박탈당한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잠을 자둬야겠는데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미리부터 스트레스가 쌓이고 잠은 더 오지 않는다.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수면제를 찾는 이유다.
만일 현재 사용하는 수면제에 부작용을 보인다면 다른 수면제로 바꿔보라. 부작용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치유법은 아니다. 수면제를 먹어야 한다면 되도록 짧게, 최대 한 달을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의 도움을 받는 한 달간 자신의 수면 습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점검한 뒤 고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면증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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