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초년생은 흔히 골퍼보다 앞장서는 경향이 있다.
캐디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안전수칙을 어기고 앞서갔다면서 백배사죄했다고 한다. 골프장으로 돌아온 재벌 2세는 사장을 만나 캐디를 해고하지 말 것을 부탁했고, 이튿날부터 캐디는 다시 골프백을 멜 수 있었다.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얘기다.
몇 년 전 일본에서 묘한 사건이 일어났다.
가톨릭 신자들이 신부를 모시고 골프 라운드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신부가 드라이버로 힘차게 티샷한 공이 악성 훅이 나면서 페어웨이를 벗어나 홀과 홀의 경계까지 넘어가버렸다. 그리고 외마디 비명소리! 옆 홀에서 무심코 걸어가던 캐디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그것도 운 나쁘게 눈을 정통으로 맞아 실명하고 말았다.
삼각소송이 벌어졌다. 피해자인 캐디는 신부를 물고 늘어지고, 가해자인 신부는 골프장 측이 안전시설에 소홀했다고 주장하고, 골프장 측은 발뺌하기 바빴다.
판사가 현장검증을 하고 난 뒤 의외의 판결이 나왔다. 골프장 측은 잘못이 없고 신부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골프장 측은 홀과 홀 사이가 다른 골프장만큼 여유 공간을 확보해 안전에 소홀했다고 볼 수 없으며, ‘형편없는 실력’으로 필드에 나와 라운드를 한 신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캐디 부상사고 70% 정도 플레이어 책임
내 친구가 지인들과 S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다 지인 중 한 사람이 아이언샷한 공이 모자 쓴 캐디의 머리를 맞혔다. 캐디는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 골퍼는 캐디를 일으켜 세워 카트에 태우고 클럽하우스로 갔다가 자신의 차에 실은 뒤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검진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캐디는 오히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골퍼는 지갑을 털어 며칠치 캐디 피에 상당하는 돈을 캐디 손에 쥐어주고 일곱 홀을 건너뛰어 일행과 합류했다.
그런데 며칠 후 골퍼는 그 캐디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골퍼는 자신의 사무실 근처 커피숍에서 그녀를 만났다. 캐디는 아무 말 없이 탁자 위에 봉투를 내밀었다. 사고 당일 캐디에게 건네줬던 돈봉투를 받으며 골퍼는 서늘함을 느꼈다. 종합병원에 가서 MRI다 뭐다 온갖 검사를 해봐도 이상이 없었지만, 본인은 머리가 아프고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강변이었다.
결국 골퍼는 캐디의 사촌오빠라는 젊은이에게 수없이 시달리며 거금을 날렸다. 사촌오빠라는 젊은이는 캐디의 애인이었다.
골프경력 40여 년에 전무후무한 기록인 클럽챔피언을 24번이나 한 한국 골프역사 그 자체인 이종민 씨 왈, “골프장의 안전시설 미비니 캐디의 안전수칙 불이행이니 하는 것은 아무 소용 없고, 타격한 공이 사고를 쳤을 때 70% 정도는 플레이어가 책임져야 하는 게 요즘 판결의 추세”라는 것이다.
골프가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