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럭셔리’카 마이바흐62(7억8000만원대).
“50대에 접어들어 앞으로 자동차를 바꿀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 이참에 한번 타보자고 생각해 조금 무리를 했다.”
고급(luxury) 자동차는 젊은 층에서도 인기가 높다. BMW의 경우 30대가 전체 고객의 40%나 차지한다. 2006년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9.6%가 30대 소유주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30대 비즈니스맨, 의사, 변호사, 회계사, 연예인들에게는 고급 자동차가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편견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한다.
4월 개막한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처음 공개된 BMW 뉴X5 3.0d(8890만원대)의 첫 주인이 된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씨는 “BMW가 지향하는 젊음과 역동성, 그리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정신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럭셔리 자동차가 거리에 ‘정말’ 많아졌다. 수입차가 모두 1급 브랜드의, 첨단기술과 1급 소재를 탑재한 고급차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럭셔리급’이므로 수입차 현황으로 고급차 증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롭고 합리적 라이프스타일 상징 … 젊은 층에서도 인기
2006년 말 현재 등록된 수입차는 22만5000대. 1987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입차가 들어왔지만 2002년에야 겨우 연간 등록대수가 1만 대를 넘어섰고, 이후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06년 새로 등록된 수입차만 4만530대. 이는 2005년 대비 31.2%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이 추세에는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올 3월 한 달간 등록대수는 4561대로 전년 대비 25.7% 늘어났으며, 3월까지 누적 수치인 1만2351대는 전년 대비 26.5% 증가한 것이다. KAIDA 측의 올해 예상 등록대수는 4만5500대.
과거 BMW,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 일부 메이커들이 국내 외제차 시장을 석권했지만 최근에는 아우디, 인피니티, 혼다, 폭스바겐 등이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사브, 캐딜락, 푸조, 포드, 크라이슬러 브랜드뿐 아니라 울트라 럭셔리급인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 포르셰, 페라리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2월 출시된 아우디 고성능 세단 ‘S6’(1억5590만원대).
수입차 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꾸준히 신차를 내놓고 있다. KAIDA 측에 따르면 2006년 출시된 신차만 80종, 올해만 해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세단인 E220 CDI 등 60여 종의 신차가 쏟아져나올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인기를 끈 디젤 및 하이브리드형이 2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컨버터벌이나 SUV 등 다양한 차종에 280여 모델이 준비돼 있어 소비자 선택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수입차 업체들은 수요를 늘리기 위해 중저가 시장 진출을 노리고 다양한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그동안 출시된 벤츠차 가운데 가장 작은 ‘MY B’(3690만원대)를, 볼보코리아는 볼보차 가운데 가장 작은 모델인 ‘C30’(3000만원대),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뉴세브링’(3290만원대)을 각각 내놓았다. 상대적으로 가격이싸고 유지비도 적게 드는 디젤형 고급차들이 지난해 인기를 끌면서 올해도 그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차량은 10.7%나 됐다.
중저가 다양한 모델 봇물 … 국내 업체 대책 마련 부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자동차 시장 질서가 새롭게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BMW 등 주요 수입업체들은 한결같이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사태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FTA 체결로 수입차끼리의 경쟁보다는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 차원에서의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고, 모 수입업체 관계자는 “FTA 체결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음에도 일부 고객들이 구입 차량 인도를 미루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브랜드인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와 포드코리아 등도 내심 FTA 효과로 수요가 확대되기를 기대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다임러크라이슬러 차는 70% 이상이 미국 본토가 아니라 유럽과 캐나다에서 수입되고 있으므로 FTA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렉서스 LS460(1억3000만원대).
그러나 국내 메이커들이 고급차 시장에 뛰어든다 해도 아직은 브랜드 선호도가 외제 럭셔리 카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최근 현대의 베라크루즈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지가 “렉서스가 아니라 현대차다”라고 언급했지만, 같은 기사에서 “아직까지는 ‘렉서스’라는 단어가 ‘현대’라는 단어보다 고급스럽게 들린다”라고 지적한 사실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자동차 시장에 ‘럭셔리’ 바람은 지속될 전망이다. 마케팅에 의한 수요뿐 아니라 사회 전체 흐름상 수요가 계속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자동차 애널리스트 김학주 씨는 “수입차, 고급차에 덧씌워졌던 부정적 시각이 걷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고객이 더 많아질 듯하다”고 진단했다. KAIDA 윤대성 전무는 “해외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넘어가면 고급차 수요가 많아진다. 또 구매력 있는 여성과 젊은 층이 늘면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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