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이 지금까지 발급받은 신용카드는 약 8645만 장(2006년 3/4분기 기준). 국민 1인당 대략 2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활동인구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1인당 평균 신용카드 보유량은 3.5장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뿌려진 신용카드는 매년 360조원 이상(2005년 말 기준) 사용되며 대한민국 경제를 돌리는 윤활유 구실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할까. 2005년 7월 단국대학교 신용카드 금융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먹고 입기 위해 신용카드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사용 장소는 여성의 경우 백화점이 25.1%로 가장 많고 할인점, 음식점, 의류전문점이 그 뒤를 이었으며 남성의 경우 할인점, 음식점, 주유소, 백화점 순이었다.
국민 1인당 2장꼴 … 종류만 400개 넘어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보유하는 기간은 평균 4년 이상이 75%에 달했다.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카드를 장기간(6년 이상 27.6%, 남성 전체의 51.6%에 해당) 사용했다. 로열티(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장기고객에 대한 혜택을 집중적으로 늘리는 이유도 이런 소비패턴에 따른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선택 시 주로 연회비 유무(26.8%), 주유 할인(16.7%), 포인트(마일리지) 적립 여부(12.2%), 할부 이자수수료(10.5%)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주유 할인, 연회비, 포인트 적립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으며 여성은 연회비, 할부 이자수수료, 포인트 적립 순이었다.
신용카드의 종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23개 은행과 카드사가 발행하는 카드 종류만 300여 개. 신용카드 기능을 갖춘 유통업체들의 자체 발행 카드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400개를 훌쩍 넘어선다. 한마디로 카드의 홍수다. 이런 속에서 나에게 ‘꼭 맞는’ 카드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답은 있다”고 말한다.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비가 재테크의 기본임을 ‘당신’이 인정한다면….
신용카드를 개발하는 각 기업의 상품개발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소비자 개인이 자신의 소비패턴, 신용카드 사용 목적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이 주로 어디에서 신용카드를 쓰는지,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 특히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출시하고 있는 주유 할인, 포인트 적립, 각종 할인, 무이자 할부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갖춘 상품들도 내용과 특성을 꼼꼼히 살펴본 뒤 자신에게 ‘좀더’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특급호텔 무료 숙박권을 제공하는 연회비 20만원의 ‘The Best 카드’(왼쪽)와 적립형 카드의 대표주자 ‘KB포인트리카드’.
“카드 거래와 은행 거래를 통합해 신용을 쌓고, 쌓인 신용으로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대출한도 증액이나 이자·수수료 할인, 연계 금융상품의 이용 편리성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사실 이런 것이 신용카드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혜택이 아닐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또 소비자들이 연회비 유무에 따라 신용카드를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연회비가 있는 카드와 없는 카드, 연회비가 많은 카드와 적은 카드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연회비 많은 경우 그 이상 혜택도 많아
LG카드에서 ‘상위 5%를 위한 프리미엄 카드’라며 지난해 6월 출시한 연회비 20만원의 ‘The Best 카드’의 경우, 발급과 동시에 8개 국내외 특급호텔 무료숙박권(최대 3박)을 주고 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받게 되는 셈. 게다가 호텔 예약 시 객실 업그레이드가 언제든 가능하며 대한항공에서 운항하는 항공권의 좌석 업그레이드, 무료 공연 초대권 및 좌석 업그레이드, 괌 레오팔레스 같은 해외 유명 골프장 그린피 면제 서비스 등의 혜택도 동시에 주어지므로 실제 연회비가 없는 상품보다 훨씬 많은 장점이 있다. 1년에 1~2회만 해외여행을 하거나 전국 유명 호텔과 공연을 이용한다면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회비가 9만원인 KB플래티넘카드의 경우, 발급과 함께 연회비에 상당하는 호텔 식사-숙박 이용권을 주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연회비가 12만원인 외환 플래티넘카드도 눈여겨볼 만한 상품. LG카드 상품개발실 이상후 대리는 “일반 직장인들이 연회비에 대한 부담으로 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알고 나면 달라집니다. 높아진 소비수준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죠.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내는 효과도 있어 프리미엄급 신용카드 시장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각 기업들도 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연회비가 없는 카드 중 상당수는 연회비가 있는 카드 같은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해 연간 (혹은 매달) 얼마 이상의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20%의 영화 할인, 레스토랑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평균 30만원 정도를 결제 카드로 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 이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카드를 쓰다가는 자칫 카드사만 원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카드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이용 실적이 높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입니다.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던 시대는 지났죠. 기업과 고객 모두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혜택을 받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요즘의 흐름입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해외여행이 시급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연회비가 국내외 겸용카드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한 국내 전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카드회사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10~30대의 감각적인 소비자라면 각 카드사들이 월드컵 캐릭터, 유명 미술작품, 앙드레 김의 독창적 디자인 등을 사용해 디자인한 독특한 카드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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