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두 개의 상을 받은 것 같아 기뻐요. 보수적인 문단에서 ‘여성’으로 인정받았고, 주목받지 못할 것 같은 제 작품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으니까요.”
제39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 특별한 당선자가 탄생했다. 트랜스젠더 작가 김비(36) 씨가 소설 ‘플라스틱 여인’으로 당선의 영광을 안은 것.
김씨의 수상이 화제를 모은 이유는 그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출신 최초의 ‘법적 남성’ 작가이기 때문.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는 역량 있는 여성작가를 배출하기 위해 만든 상으로, 지금까지 응모 대상을 여성으로 제한해왔다.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하응백 씨는 “작품의 완성도가 응모작 중 가장 높았고, 작가가 여성의 정체성을 지닌 만큼 고심 끝에 그의 소설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 ‘여성동아’에 실린 제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장편소설 공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공모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도 몰랐어요.(웃음) 다만 제 소설이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여성동아’와 각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어렴풋이 깨달은 건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남학생을 좋아하면서부터다. 사춘기 시절 그는 ‘계집아이 같은 남자아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트랜스젠더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본 뒤 그는 비로소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르몬 검사를 통해 태생적으로 여성호르몬이 남성호르몬보다 많다는 진단도 받았다. 그는 약국에서 여성호르몬제를 사다 직접 엉덩이에 주사를 놓으며 ‘여성’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저는 ‘언제부터 트랜스젠더가 됐냐’는 질문이 가장 싫어요. 태어날 때부터 남자의 몸에 여자의 영혼을 갖고 태어난 것뿐인데. 한때는 남자처럼 살기 위해 부단히 애썼지만 그럴수록 점점 힘이 들었어요.”
1998년 동성애 월간지 ‘버디’에 단편소설 ‘그의 나이 예순넷’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이어 ‘못생긴 트랜스젠더 김비 이야기’라는 자서전과 첫 장편소설 ‘개년이’, 단편 모음집 ‘나나누나나’를 펴냈다. 그는 “가슴에 담은 게 많아서 어딘가에 내놓지 않으면 견디지 못해 글을 써왔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씨름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의 시나리오 자문을 맡아 그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졌다.
수상작 ‘플라스틱 여인’은 그가 많이 아파 쓰러진 2003년경에 쓴 소설이다. 그는 당시 ‘이대로 끝나면 아쉬울 테니 거짓말하지 말고 정말 나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심정으로 집필에 매달렸다. 이 소설은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살아가는 한 트랜스젠더의 자아 찾기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자서전을 제외하고는 제 자신의 얘기를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플라스틱 여인’에는 제가 느낀 고통, 슬픔, 혼란 등을 모두 담았죠. 어쩌면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 해도 제가 살다 간 흔적은 남기고 싶었어요.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소식을 접한 순간, 3년 전 썼던 이 소설이 문득 떠올라 새롭게 고쳐 응모하게 됐습니다.”
‘여성 작가’ 김비 씨의 꿈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그는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무조건 어둡고 슬픈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성숙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9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 특별한 당선자가 탄생했다. 트랜스젠더 작가 김비(36) 씨가 소설 ‘플라스틱 여인’으로 당선의 영광을 안은 것.
김씨의 수상이 화제를 모은 이유는 그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출신 최초의 ‘법적 남성’ 작가이기 때문.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는 역량 있는 여성작가를 배출하기 위해 만든 상으로, 지금까지 응모 대상을 여성으로 제한해왔다.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하응백 씨는 “작품의 완성도가 응모작 중 가장 높았고, 작가가 여성의 정체성을 지닌 만큼 고심 끝에 그의 소설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 ‘여성동아’에 실린 제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장편소설 공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공모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도 몰랐어요.(웃음) 다만 제 소설이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여성동아’와 각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어렴풋이 깨달은 건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남학생을 좋아하면서부터다. 사춘기 시절 그는 ‘계집아이 같은 남자아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트랜스젠더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본 뒤 그는 비로소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르몬 검사를 통해 태생적으로 여성호르몬이 남성호르몬보다 많다는 진단도 받았다. 그는 약국에서 여성호르몬제를 사다 직접 엉덩이에 주사를 놓으며 ‘여성’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저는 ‘언제부터 트랜스젠더가 됐냐’는 질문이 가장 싫어요. 태어날 때부터 남자의 몸에 여자의 영혼을 갖고 태어난 것뿐인데. 한때는 남자처럼 살기 위해 부단히 애썼지만 그럴수록 점점 힘이 들었어요.”
1998년 동성애 월간지 ‘버디’에 단편소설 ‘그의 나이 예순넷’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이어 ‘못생긴 트랜스젠더 김비 이야기’라는 자서전과 첫 장편소설 ‘개년이’, 단편 모음집 ‘나나누나나’를 펴냈다. 그는 “가슴에 담은 게 많아서 어딘가에 내놓지 않으면 견디지 못해 글을 써왔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씨름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의 시나리오 자문을 맡아 그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졌다.
수상작 ‘플라스틱 여인’은 그가 많이 아파 쓰러진 2003년경에 쓴 소설이다. 그는 당시 ‘이대로 끝나면 아쉬울 테니 거짓말하지 말고 정말 나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심정으로 집필에 매달렸다. 이 소설은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살아가는 한 트랜스젠더의 자아 찾기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자서전을 제외하고는 제 자신의 얘기를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플라스틱 여인’에는 제가 느낀 고통, 슬픔, 혼란 등을 모두 담았죠. 어쩌면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 해도 제가 살다 간 흔적은 남기고 싶었어요.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소식을 접한 순간, 3년 전 썼던 이 소설이 문득 떠올라 새롭게 고쳐 응모하게 됐습니다.”
‘여성 작가’ 김비 씨의 꿈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그는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무조건 어둡고 슬픈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성숙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