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0일 저녁 8시56분, 강원 평창군에서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감지될 정도의 강진이 발생하자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언론은 앞다퉈 우리나라에서의 지진 가능성과 예상 피해 규모를 계산하기 바빴고, 전문가들도 향후 여진 가능성과 강도 등을 분석하느라 정신없었다. 이번 지진은 기와집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도의 강한 진동을 동반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는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대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지진의 발생 건수만 해도 수백 차례가 넘기 때문. 이로 인한 피해도 엄청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 일부에서는 “이번 지진이 ‘(지진은) 항상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학계의 통념을 명백하게 입증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조선시대 규모 6 이상의 지진 겪어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518년과 1613년 서울지역에 강한 지진이 발생해 성첩과 담, 가옥이 무너졌다’고 기록돼 있다. 또 1455년과 1643년에는 경상도에서 지진이 일어나 ‘성첩과 담, 봉화대와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깔려 죽었다’는 기록도 발견된다.
이러한 피해기록은 과거에 발생한 지진 규모가 이번의 지진 규모인 4.8보다 훨씬 컸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실제로 필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역사적 고증을 거쳐 기와집, 초가집, 성첩, 봉화대 등의 모델을 제작해 진동대 위에 장착한 뒤 지진 진동을 가해 파괴 상태를 재현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역사서에 기록된 지진 피해가 재현되기 위해서는 지진 규모가 6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6 이상 되는 강진이 되풀이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또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실험 결과인 동시에, 정부 측에 지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비해 지진피해 평가 한참 뒤떨어져
1999년 필자가 소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는 진앙이 남한산성으로 설정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서울시에 미치는 지진 피해의 범위와 규모를 추정하는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은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주변의 1km×1km 구역이었다. 우선 이 구역 내 모든 건물의 건축연도, 구조 및 내진설계 여부를 조사했다. 또 구조별로 지진에 취약한 정도를 외국 자료를 이용해 계산했다. 그런 다음 지반조사를 실시하고, 지진학적 이론에 따라 남한산성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전파해 해당 지역에 도달했을 때의 진동 세기를 추정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각 건물별로 지진 피해 정도를 계산한 결과, 해당 지역에 진도 8 정도의 진동이 일어날 경우 내진설비를 갖추지 못한 저층건물의 20~30%가 반파 이상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방법을 서울시 전역에 적용했을 때 진앙지에 가까운 지역과 한강을 중심으로 퇴적층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해당 구역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결과도 얻었다.
물론 이 연구는, 건설교통부의 분산공유형 건설연구 인프라 구축사업(KOCED)에서 건설하는 대형 지진모사 실험 시설이나 하이브리드구조 실험 시설 등을 이용한 실증적 실험에 근거하는 지진 취약도 데이터 및 실제 지진 피해의 비교 검증 절차를 거쳐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지진 피해 평가 방법은 많은 나라에서 이미 도입됐거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HAZUS라는 이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HERAS라고 명명돼 지진대응 계획 수립에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실제 지진에 의한 피해와 사전평가 결과를 비교하고 자료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준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소방방재청이 최근 지진 피해 평가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실무에 적용하려면 아직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인뿐 아니라 일부 전문가들조차도 내진설계나 체계적인 지진대응 시스템 구축에 대해 비용 부담을 이유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그 부담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를 갖췄을 때 얻게 될 이득은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확신한다.
불안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겨난다.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예상되는 지진 위험도와 이에 대한 국가의 대비가 모두 불확실한 상태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온 국민이 불안에 떨어야 한다. 만약 국가가 지진과 관련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을 단계적으로 확고히 시행해나간다면, 국민은 지진에 대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진 위험도에 대한 평가, 지진대응 시스템의 개발 및 구축, 내진설계 등이 확실히 이뤄진다면 관련 분야의 기술 발전에 따라 국가경쟁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는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대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지진의 발생 건수만 해도 수백 차례가 넘기 때문. 이로 인한 피해도 엄청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 일부에서는 “이번 지진이 ‘(지진은) 항상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학계의 통념을 명백하게 입증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조선시대 규모 6 이상의 지진 겪어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518년과 1613년 서울지역에 강한 지진이 발생해 성첩과 담, 가옥이 무너졌다’고 기록돼 있다. 또 1455년과 1643년에는 경상도에서 지진이 일어나 ‘성첩과 담, 봉화대와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깔려 죽었다’는 기록도 발견된다.
이러한 피해기록은 과거에 발생한 지진 규모가 이번의 지진 규모인 4.8보다 훨씬 컸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실제로 필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역사적 고증을 거쳐 기와집, 초가집, 성첩, 봉화대 등의 모델을 제작해 진동대 위에 장착한 뒤 지진 진동을 가해 파괴 상태를 재현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역사서에 기록된 지진 피해가 재현되기 위해서는 지진 규모가 6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6 이상 되는 강진이 되풀이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또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실험 결과인 동시에, 정부 측에 지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비해 지진피해 평가 한참 뒤떨어져
1999년 필자가 소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는 진앙이 남한산성으로 설정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서울시에 미치는 지진 피해의 범위와 규모를 추정하는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은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주변의 1km×1km 구역이었다. 우선 이 구역 내 모든 건물의 건축연도, 구조 및 내진설계 여부를 조사했다. 또 구조별로 지진에 취약한 정도를 외국 자료를 이용해 계산했다. 그런 다음 지반조사를 실시하고, 지진학적 이론에 따라 남한산성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전파해 해당 지역에 도달했을 때의 진동 세기를 추정했다.
1월20일 강원도에서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서울 대방동 기상청 내 국가지진센터
물론 이 연구는, 건설교통부의 분산공유형 건설연구 인프라 구축사업(KOCED)에서 건설하는 대형 지진모사 실험 시설이나 하이브리드구조 실험 시설 등을 이용한 실증적 실험에 근거하는 지진 취약도 데이터 및 실제 지진 피해의 비교 검증 절차를 거쳐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1978년 10월 충남 홍성 지진으로 지붕이 무너져내린 주택.
그러나 우리의 준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소방방재청이 최근 지진 피해 평가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실무에 적용하려면 아직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인뿐 아니라 일부 전문가들조차도 내진설계나 체계적인 지진대응 시스템 구축에 대해 비용 부담을 이유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그 부담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를 갖췄을 때 얻게 될 이득은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확신한다.
불안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겨난다.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예상되는 지진 위험도와 이에 대한 국가의 대비가 모두 불확실한 상태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온 국민이 불안에 떨어야 한다. 만약 국가가 지진과 관련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을 단계적으로 확고히 시행해나간다면, 국민은 지진에 대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진 위험도에 대한 평가, 지진대응 시스템의 개발 및 구축, 내진설계 등이 확실히 이뤄진다면 관련 분야의 기술 발전에 따라 국가경쟁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