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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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합창…중랑천에 메아리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글·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5-11-30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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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들의 합창…중랑천에 메아리

    청둥오리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깜박 잠이 든 새벽, 다리 너머로 동이 튼다. 새벽 공기가 차갑다. 찌익~찌익~. 안개 자욱한 중랑천의 침묵을 깬 것은 새들의 울음소리.

    한 놈이 울음보를 터뜨리자, 무리가 합창을 한다.

    넓적부리, 쇠백로, 청둥오리, 고방오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침을 연다. 불협화음은 어느새 화음이 되어 도심을 깨운다.

    2호선 지하철의 굉음마저도 청량하게 느껴진다. 중랑천의 아침은 이렇듯 고즈넉하면서도 분주했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이곳의 물이 3279m를 달리면 한강을 만난다. 물길 곳곳엔 모래톱이 어설프게 터를 잡았다. 모래톱은 새들의 안식처다.



    3279m의 물길은 서울의 첫 철새보호구역.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 쇠오리, 백할미새가 추위를 피해 북쪽에서 날아왔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온 김정부(34) 씨는 “새를 보는 것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며 웃는다.

    중랑천에도 갈매기가 날아온다. 갈매기 한 마리가 물속으로 대가리를 처박는다. 낚아올린 팔뚝만한 물고기가 아침식사. 청둥오리와 고방오리가 욕심을 내보지만 갈매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갈매기는 순식간에 해치웠다.





    살곶이다리 아래의 돌무덤엔 청둥오리 떼가 터를 잡았다. 암수 서로 정답게 헤엄치는 모양이 부럽기 그지없다. 낚시도구를 펼쳐놓은 조필구(60) 씨는 “청둥오리만큼 아내에게 다정하게 해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말끝을 흐린다.

    청계천 하류인 청계천종합종말처리장 앞과 중랑천 합수 부분부터 한강에 이르는 Y자 모양의 철새보호구역(59만1000㎡)엔 갈대·물억새를 심어놓아, 부족하지만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자리 잡았다.

    중랑천은 1980년대 말까지 대표적인 오염지대였다. 생활하수에 분뇨까지 뒤섞여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하수종말처리장이 가동하면서부터 물고기가 나타나고, 연간 40여종 5000여 마리의 철새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제 중랑천 하구에서 새 떼를 보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앞으로의 꿈은 중랑천을 넘어 도심까지 철새가 날아들게 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응봉산-뚝섬 경마장 자리에 들어선 서울숲-중랑천 하구와 연결된 청계천이 통수(通水)됐으니 이곳에 있는 철새가 청계선 상류의 도심까지 날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세종로 네거리를 높이 나는 괭이갈매기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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