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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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은 비정한 권력자가 아니다”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11-16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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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종은 비정한 권력자가 아니다”
    조선의 세 번째 왕 태종 이방원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아버지 이성계의 역성혁명을 도와 조선을 탄생시켰지만 이어진 왕자의 난과 즉위까지의 암중모색, 즉위 후 숨가쁜 권력투쟁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태종은 그 어느 왕보다 혹독한 생존 투쟁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형제를 무참히 죽이며 권력을 얻은 비정한 인간의 모습으로 비쳐왔다. 그러나 ‘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는 태종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저자는 태종이 무자비하고 잔혹한 인간이 아니라 냉정과 열정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1차 왕자의 난 때 세자 방석과 방번을 죽인 것은 그의 뜻과 무관했다. 심지어 자신을 향해 2차 왕자의 난을 일으킨 방간을 죽이지 않고 끝까지 보호했다. 사실 그의 손으로 직접 형제를 죽인 경우는 없다. 그런데 역사는 방간이 했던 행위까지 방원의 몫으로 덮어씌워 비난해왔다.”

    저자는 태종을 ‘조선 27명의 왕 가운데 호모폴리티쿠스(Homo politicus·정치적 인간)의 이상에 가장 충실했던 임금’으로 꼽았다. 태종은 조선 왕조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탁월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발휘했고 성리학적 이념을 토대로 새 나라 조선의 골격을 세웠다. 또한 대명외교의 난제를 풀기 위해 실리주의를 바탕으로 첨예한 ‘외교전’을 펼쳤다.

    저자는 태종의 위민(爲民) 정신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결연히 세상을 구제할 뜻이 있어, 능히 몸을 굽히어 선비들에게 겸손하였다’라고 묘사한 ‘실록’의 기록, 신문고 설치와 노비로 전락한 이들을 양민으로 되돌리기 위해 시행한 호패법, 백성의 노역을 막기 위해 천도를 미루고 청계천 역사(役事)를 중단한 일 등을 위민 사례로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태종은 난세의 혁명가요, 위대한 군주다. 왜 그동안 태종에 대한 평가가 인색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태종은 정말 훌륭한 임금이었을까? 태종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다.



    이한우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504쪽/ 1만3000원

    “태종은 비정한 권력자가 아니다”
    국내 최고의 진로지도 컨설턴트로 소문난 ‘와이즈멘토’가 장래 희망을 정하는 데 길잡이 구실을 해줄 ‘만화로 보는 직업의 세계’를 만들었다.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 직업과 현재는 인기가 없지만 앞으로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첨단 직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모두 100개의 직업을 선정해 다섯 권에 나누어 싣게 되는데, 이번에 20개의 직업을 담은 제1권이 나왔다.

    독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만화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와이즈멘토는 전문가들의 조언, 경제 전망, 진로상담의 경험 등을 토대로 1만개의 직업 가운데 100개를 뽑은 것이다. 제1권에는 경영 컨설턴트, 회계사, 광고 AE, 방송작가, 큐레이터, 호텔리어, 항공기 객실승무원 등에 관해 소개했다. 하나의 직업당 6~10쪽 분량으로 그 직업의 현재 위상, 직업인의 일상, 미래의 전망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아직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어린이나 청소년, 또는 자녀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듯하다.

    와이즈멘토 지음/ 진선규 그림/ 동아일보사 펴냄/ 164쪽/ 9000원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안경의 에로티시즘

    “태종은 비정한 권력자가 아니다”
    안경에서 관음증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기능적 차원에서 그것이 뿌연 불투명성을 완전한 가시성으로 대체하여 관객의 보려는 욕구를 부추긴다”고 말한다. ‘안경의 에로티시즘’은 광학도구 또는 액세서리인 안경의 역사만을 다룬 것을 넘어, 사물을 중심으로 다방면의 지적인 사유를 펼치고 있다.

    사실 안경을 착용한다는 것은 결점으로, 때로는 장애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러나 안경산업은 날로 발전한다. 패션 안경과 미용 콘택트렌즈, 스포츠 안경 등 기능은 물론 멋을 강조한 안경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진화하고 있다. 특히 선글라스는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기능을 한다.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에서 안경 쓴 여인은 성적인 팬터지를 자극하고, 반대로 성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존재로 나오기도 한다.

    안경이 나쁜 시력을 보완하고 햇빛을 가려주는 목적만이 아닌, 관능적이고 내밀한 상징임을 알려주는 저자의 시선이 독특하다.

    프랑크 에브라르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 224쪽/ 1만1000원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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