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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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공조, 못할 것 없다”

천영세 민노당 의원단 대표 “개혁 팔아 집권했으면 약속 제대로 지켜야 … 4대 입법 지나치게 후퇴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11-18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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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과 공조, 못할 것 없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3500만여명의 전체 유권자 중 대체로 16~18%가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을 지지한다. 어림잡아 600만여명이 민노당 지지층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지율에도 국회에서 민노당은 고전하고 있다. 거대 양당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면서 ‘10석의 설움’을 톡톡히 맛보고 있는 것이다.

    국회 밖에서, 시위나 노동현장에서 민노당 의원들의 인기와 역량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민노당 의원들은 일터인 국회에서 거대 정당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4대 입법을 둘러싼, 특히 그들이 ‘저작권’을 가진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 논의에서도 민노당의 목소리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600만여명으로 늘어난 지지층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교섭단체 횡포에 우리 주장 가려져”



    민노당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양원제’에 빗대 민노당의 처지를 설명했다. 그는 “국회가 있고 그 위에 교섭단체(열린우리당, 한나라당)라는 ‘상원’이 있다. 상원의 횡포가 지나치게 심하다”고 했다. 또 “정쟁 중심으로 국회가 움직이면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에선 주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4대 입법과 관련해서 천대표는 “노무현 정부엔 앞으로 개혁 드라이브에 나설 기회가 많지 않아 보인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챙겨가길 바란다”면서도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이 내놓은 4대 입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형법 보완을 전제로 한 국보법 폐지에는 공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개혁을 팔아 집권했으면 약속이나 제대로 지키라”고 강조하면서 “공무원노조 사태는 노대통령과 정부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대표를 만났다.

    -높아진 지지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민노당이 수면 아래에 파묻힌 느낌이다.

    “나름대로 개혁적인 의제를 부각시키면서 의정 활동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조직적이고 집중적이지 못해 우리 주장을 의제화하는 데 실패했다. 정체성에 맞는 의제를 더욱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밀고 가는 부분이 부족했다. 의제 선점에 실패하거나 치고 나가지 못한 건 우리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쟁이 계속되고 삿대질과 고함이 난무하면서 언론의 관심도 그쪽으로만 흐른 측면이 있다.”

    -우리당이 주도하는 4대 입법은 민노당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민노당은 4대 입법에서도 이슈를 선점하는 데 실패했다 .

    “국회는 사실상 양원제다. 국회가 있고 그 위에 교섭단체의 횡포가 있다. 교섭단체의 횡포 탓에 우리의 주장이 도드라지지 않고 있다. 교섭단체 중심의 독점·독식 구조는 혁파돼야 한다. 여당은 민노당 민주당과의 3당 협의에서 국보법 선폐지를 합의했다. 형법 보완(우리당), 대체입법(민주당), 완전폐지(민노당)로 갈렸으나 폐지에 대해선 합의를 봤고, 우리는 공동 발의를 원했다. 그런데 우리당이 절차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배신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우리당의 행태에 감정이 별로 좋지 않다.”

    “한나라당과 공조, 못할 것 없다”

    10월14일 천영세 민노당 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우리당이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강행 처리에 나서면 공조할 것인가.

    “우리당이 내놓은 4대 입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 지나치게 후퇴했다. 특히 국보법의 경우 민노당은 창당 때부터 어떤 보완 입법도 없는 전면 폐지를 주장해왔다. 완전 폐지 당론을 절대로 접지 않을 것이다. 국회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입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표결 처리에 나설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4대 입법을 놓고 우리당 일각에서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요즘 초심 얘기가 많이 나온다. 노대통령과 여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현 정부를 출범케 한 기틀이 누구였는가. 개혁을 팔아 집권했으면 약속이나 제대로 지켜라. 일부 비판과 반대가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앞으로 개혁 드라이브에 나설 기회가 많지 않아 보인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챙겨가길 바란다.”

    민노당은 정체성 면에선 우리당과 일부 교집합이 있고 야당이라는 점에선 한나라당과 같은 처지다. 제도권 밖에서 의제화됐던 사안을 국회에서 공론화하기 위해선 정치적 연대와 공조가 불가피하다. 민노당은 카드 특감 등 경제문제에 선 한나라당과, 반면 이른바 ‘개혁 입법’에선 우리당과 함께했다. 또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선 가장 먼저 당론으로 반대 의견을 내 우리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천대표는 “선택적 공조는 국회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했다.

    -경제문제와 관련한 한나라당과의 공조에 대해 일부 지지자들의 비판이 거셌다.



    “한나라당과 공조한 적 없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만들자는 것은 민노당의 당론이었고, 과반 의석을 점한 거대 여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대해 야당으로서 같은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120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다. 어제를 돌아볼 때 한나라당이 부패 원조당인 것은 맞지만, 오늘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에 나선다면 한나라당과 공조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부결시켜야”

    -정기국회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국정감사 기조로 ‘참여’ ‘민생’ ‘정책’을 잡았다. 의제를 선정하고 내용을 마련하는 데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졌고, 민노당과 시민사회단체 사이의 네트워크가 튼튼해졌다. 내부적으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정부에 대한 자료 요구에서부터 질의서 작성, 답변에 대한 대응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으나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국감을 직접 해보니 요령도 생기고 보람도 느꼈다. 내년 국감에서는 국민들이 더 큰 기대를 해도 좋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 동안 민노당이 제기할 핵심 이슈는.

    “노동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것 같다.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할 비정규직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국회 차원에서 준비할 예정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침체된 경제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노동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 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데, 이는 민노당 주요 지지층의 하나인 30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노동시장 유연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을 공무원에게 보장해줘야 한다. 쌀 관세화 국회 비준을 막고, 미군기지 이전 협상의 문제점을 밝혀내는 데도 앞장설 것이다.”

    -공무원노조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태도가 강경하다.

    “공세와 탄압이 상당하다.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부 핵심인사들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견해가 표변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철밥통이 뭘 더 요구하느냐는 투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출발점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다. 질곡화한 비리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공복으로 돌아가겠다는 몸부림이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에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 어렵고 협공을 당해선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잘못하고 있다. 결국엔 정부에 부메랑이 될 것이다.”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에 대해선 당론이 정해졌나.

    “부결시켜야 한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두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파병이 대한민국 정부의 자주적인 결정이었느냐는 부분이고, 둘째는 파병 목적이 전투 수행이냐 재건 사업이냐는 점이다. 파병이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라크전쟁이 ‘제2의 베트남전’으로 비화하는 상황에서 파병 연장은 전투 수행과 살상을 뜻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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